아무나 보기 힘든 이탈리아의 '속살'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3. 4. 9. 1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롬바르디주에 있는 코모호수.

'여행의 맛'이란 게 그렇다. 쓱 흘려 본 것과 속살까지 또박또박 느끼고 온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데 실상은 다르다. 패키지 여행 일정표엔 아직도 '차창관광'(버스 타고 지나가며 눈으로 보는 코스)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남아 있다. 안 된다. 그래서 제대로 간다. 속살까지 보고 오는 느린 여행. '점'만 찍고 오는 총알여행 따위는 버리고, 현미경 들이대고 느긋하게 감상하며 오는 코스다. 마침 유럽 박사로 통하는 참좋은여행이 유럽 주요 대도시와 함께 인근 소도시까지 결합한 '작은 마을이 아름답다'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거 괜찮다. 심지어 첫 편,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여행이다.

'코모, 파르마…' 들어나 봤니?

코모, 파르마, 키안티, 산지미냐노, 모데나, 발도르차, 피엔차, 아말피, 포지타노. 말도 안 된다. 여행 전문기자에게도 생소한 미니 마을이다. 나름대로 알려진 곳도 있고 유럽 여행 마니아끼리만 몰래 공유하는 은밀한 핫플레이스도 있다. 5월부터 7월까지 월 2회씩, 총 6회 출발 한정으로 만든 이 패키지의 명칭, '인솔자와 함께하는 자유여행, 이탈리아 소도시 10일'이다. 잠깐 일정표부터 뜯어보자. 코모 호수의 진주 벨라지오, 맛있는 마을 파르마의 모데나 치즈 투어, 오리지널 발사믹 식초 테이스팅, 초록 들판의 와이너리와 사이프러스 나무가 늘어선 막시무스의 길, 아말피 해변의 포지타노와 카프리섬의 푸른 동굴. 어떤가. 이게 작은 마을 속살투어 때 만나는 소박한 즐거움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를 이탈리아로 정한 이유도 있다. '북부에서 남부까지 전혀 색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나라'여서다.

너무 나무만 보면 숲을 놓치게 되는 법. 굵직굵직한 핫플, 큰 도시도 빼놓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에게 친숙한 밀라노와 베니스, 피렌체와 로마도 찍는다.

상상할 수 없는 여행방식

이 여행이 가장 매력적인 건 독특한 여행방식이다. 그 옛날 '깃발 나들이'식 여행법, 다 버렸다. 도시 간 이동은 함께하되, 도착해서의 일정은 각자 완전 자유다. 유럽 자유여행을 가는 여행족이 가장 곤란을 겪는 이동 문제를 전용차량으로 완벽히 해결한 것. 게다가 안전지대에 도착한 뒤에는 꿈의 자유시간을 갖는다. 이게 여행의 매력인 셈. 이상필 홍보팀장은 "패키지 여행의 장점인 공동구매와 효율적인 동선, 안전을 확보하고 자유여행의 장점인 '자유'를 조화시킨 게 매력"이라고 강조한다.

긴 일정, 피로를 푸는 숙소에도 신경을 썼다. 물가 비싼 유럽에선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은 4성급 호텔에 묵는다. 다음 날 아침에는 작은 마을로 이동한다. 마을에 도착한 후에는 여행자 마음대로 일정을 보내면 된다. 빡빡한 다음 일정 때문에 서둘러 관광을 마치고 버스에 급히 오르는 구식 투어는 없다는 얘기다. 해 질 녘 호텔 주변 카페와 선술집 산책을 즐기며 각자의 추억만 만들면 끝이다. 다만 공통 일정은 있다. 역시나 여행사 측의 배려다. 치즈 공방이나 발사믹 농장, 와이너리처럼 자유여행으로 가기 힘든 곳은 함께 간다. 가서도 뭘 사라고 눈치를 주거나 선택관광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참좋은여행의 작은 마을 여행 시리즈는 전체가 다 '노쇼핑 노옵션'이다.

스페인·독일 작은 마을도 찍는다

이탈리아는 1탄 예고편일 뿐이다. 2탄 스페인 편과 3탄 독일 편도 등장한다. 목표는 올해 10개 도시의 '작은 마을' 뽀개기다. 노르웨이에서 일본까지 작은 마을 시리즈가 나오니 여행족에겐 더없는 기회다.

황혜진 테마팀 과장은 "여행을 좀 해보면 안다. 잔뜩 풀메이크업을 한 관광지보다는 화장을 한 듯 안 한 듯 수수하고 편안한 매력이 있는 곳에 눈길이 가는 법"이라며 "여행의 최고 단계인 그 지역 사람처럼 살아보는, 그 느낌을 겨냥한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2탄 스페인 편과 3탄 독일 편도 상품 구성을 마치고 4월 중순부터 선보인다. 연내에 노르웨이, 일본 등의 작은 마을 시리즈까지 모두 선보이는 게 최종 목표다. 과연 패키지에 여유로움과 낭만을 녹이는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작은 마을 시리즈 체험하려면=작은 마을 여행 비용은 400만원대 후반이다. 200만원대의 평범한 이탈리아 일주 여행상품과 비교해 배 이상 비싸지만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한다는 점, 전 일정 4성급 호텔에 숙박한다는 점, 선택 관광과 쇼핑이 없다는 점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참좋은여행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