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유족 울린 권경애, “9000만원 갚겠다” 각서 쓰고 잠적

김선영 2023. 4. 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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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권경애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소송을 대리하면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송을 물거품으로 만든 데 대해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는 각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7일 학교폭력으로 숨진 박모 양의 유족 측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9000만원을 3년에 걸쳐 유족에게 갚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고 자취를 감췄다. 그는 현재 주변의 연락을 받지 않고, 법무법인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조국 흑서’로 알려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 권경애 변호사. 뉴시스
박양의 어머니 이모씨는 “권 변호사에게 사과문을 써 달라고 했더니 못 쓴다며 외부에 알리지도 말아 달라고 했다”며 “이를 거절했더니 권 변호사가 한 줄짜리 각서를 썼다”고 말했다. 9000만원은 유족의 의사와 관련 없이 권 변호사가 임의로 정한 금액이라는 게 유족 측 설명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박양은 2015년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고, 이에 이씨는 이듬해 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학교 법인과 가해 학생들의 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학생 부모 A씨가 이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나머지 37명 중 4명에 대한 소송은 이씨가 도중에 취하했고, 33명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청구가 기각됐다.

이씨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33명 중 19명에 대해 항소했다. A씨도 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22일, 10월13일, 11월10일 3차례 열린 항소심 재판에 모두 불출석했고, 그 결과 지난해 11월 이씨의 항소는 취하됐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의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씨의 청구는 기각(원고 패소)했다. 패소 사실을 알지 못한 이씨가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결국 이씨는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씨는 이 같은 사실을 4개월이 지난 지난 3월에야 권 변호사에게 물어본 끝에 알게 됐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혔다. 이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3월 권 변호사에게 재판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묻자 한참을 머뭇거리다 소송이 취하됐다고 했다”면서 “공개 사과문을 게시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되면 자기는 매장된다’며 ‘그것만은 봐달라’고 애원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치만 떠들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을 ‘불참’으로 말아먹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이겼다고 떠들고 다닐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한다”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였다”고 애끊는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씨는 최근 양승철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새로 선임했다. 향후 이씨는 권 변호사를 상대로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패소로 끝난 소송의 상소권을 회복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회장 직권으로 권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변협 회장은 징계 혐의가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원회에 넘길 수 있고, 징계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한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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