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킹 금북정맥] 끝없이 나타나는 봉우리… 끝내 무릎이 와장창

윤성중 2023. 4. 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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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 17km
금북정맥 칠장산 지나 사장골 정상 바로 아래 봉우리에서 야영했다. 금북정맥 능선은 아주 고약하다. 조망 터지는 곳이 얼마 없다. 지루한 종주일 수 있지만 한국 지리 공부에는 유용하다.

패스트패킹이란 무엇인가?

패스트패킹은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대충 말하면 트레일러닝과 백패킹을 결합한 장르다. 이른바 빠르게 걷는 백패킹 정도 된다. 국내에선 패스트패킹을 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다. 산에서 빠르게 이동하려면 짐이 가벼워야 하는데 빠르게 가는 것과 짐을 지고 걷는 것, 둘을 동시에 해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간혹 몇몇 트레일러너들이 패스트패킹을 시도하긴 하지만 그 수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트레일러너들은 캠핑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 지도만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세계적인 오리엔티어링 대회 OMMOriginal Mountain Marathon(영국이 발상지) 시리즈가 패스트패킹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금북정맥 능선길. 잡목이 우거져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조망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살짝 속도를 높여보자!

한달 전,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천안 근처에 이르자 왼쪽 차창 밖으로 멋진 능선이 보였다. 커다란 빌딩을 쓰러뜨려 눕힌 것 같은 반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운전을 하고 있던 양수열 기자에게 감탄하면서 말했다.

"이야! 저 산 뭐지? 어찌 저렇게 생겼을까? 저기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무슨 산인지 알아?"

양수열 기자는 한꺼번에 쏟아진 질문을 "모른다"면서 쓸어버렸다. 나는 재빨리 휴대폰 지도 앱을 켰다. 능선은 서운산(548m), 성거산(573m) 줄기, 천안까지 이어졌다. 흥분해서 소리쳤다.

"다음 달에 저기 가자! 패스트패킹으로 말이야."

양수열 기자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패스트패킹이 뭐야? 어쨌든 그걸 하려면 날씨가 따뜻해야 할 텐데."

내가 흥분했건 말건 운전대만 붙들고 있었다.

얼마 동안 그 능선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사무실에 돌아와 구석에 굴러다니던 <신산경표> 지도를 꺼내어 살펴봤다. 서운산, 성거산 줄기에 이름이 붙어 있었다. '호서정맥'. 신준범 선배가 이것은 '금북정맥'이라고 알려줬다. 이름이 왜 다른지 궁금해서 그에게 또 물었다. "이거 왜 이름이 다르죠?"

그는 현란한 손짓을 곁들이면서 설명했다.

"<산경표>는 조선시대 지리서인데, 산줄기를 정리한 책이야. 산 봉우리들을 이은 능선에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게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어. 한북정맥에 북한산과 도봉산을 포함시킨 게 이상하다고 여겼지. 그 사람은 박정태라는 분인데, 박 선생님은 이것이 부자연스럽다면서 산줄기를 다시 이었거든. 그게 바로 <신산경표>야. 그런데 <산경표>엔 금강의 북쪽에 있는 산줄기라서 금북정맥이라고 표기했어. <신산경표>는 고려시대 충청지역을 구분지어 부르던 '호서'에서 따와 이 능선을 '호서정맥'이라고 고쳤고. 하지만 지금 많은 종주꾼들이 이 능선을 예전 이름인 금북정맥으로 부르고 있으니 호서정맥이라고 하면 잘 모를 거야."

금북정맥! 조선시대에 이름이 붙은 능선이라니. 유서 깊은 저 능선에는 볼거리가 많겠지? 오래된 큰 나무들도 수두룩할 거고! 나는 신났다. 국가지리정보원에 전화해 해당 지역 5만 분의 1 지형도를 주문하고 계획안을 작성했다. 계획안 제목은 '빠르게, 갈 데까지 가보자!'였다.

체력이 좋다면 뛰어가도 좋을 정도로 길이 잘 나 있다. 하지만 오르내림이 심해 체력 안배에 신경써야 한다.

패스트패킹Fastpacking으로 가면 적당할 것 같았다. 패스트패킹을 하자고 여러 명에게 전화했다. 그런데 모두 패스트패킹이 뭔지 몰랐다. 패스트패킹이 대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똑같은 답을 여러 번 했다.

"트레일러닝이랑 백패킹이 결합한 것으로 보면 되는데요, 그러니까 평소보다 빠르게 종주하면서 산에서 하룻밤 보내는 겁니다."

그러자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물었다.

"그거 BPLBackpacking Light(짐을 최소화한 백패킹) 아니에요?"

나는 또 설명했다.

"맞아요 BPL! 거기서 속도만 살짝 빠르게 하면 됩니다!"

결국 패스트패킹을 같이 할 친구를 찾지 못했다. 지금 한국의 패스트패킹 전문가라고 하면 작년에 미국 존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366km에 이르는 종주 코스)을 5일 만에 완주한 이하늘씨가 있는데, 그녀는 매우 바빴다. 주변에 수소문했지만 누구도 패스트패킹을 하지 않았다. 결국 양수열 기자와 둘이서만 가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설명했다.

"산이 그리 높지 않으니까 힘들지 않을 거야. 능선이 대체로 평탄하니까 빠르게 가보자!"

그는 '왜 나야?'하면서 갸우뚱 할 뿐, 대꾸하지 않았다.

2시간짜리 재미없는 영화

경기도 안성의 도덕산(366m) 입구에 도착했다. 날씨가 쌀쌀했다. 양수열 기자는 툴툴댔다.

"하필 오늘 같이 추운 날 잡은 거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지도를 꺼내면서 답했다.

"여기 녹색 형광펜으로 그은 곳이 우리가 갈 코스야. 지도 보여줄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도를 다시 보조가방에 넣었다. 우리는 마치 싸운 사이처럼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배낭을 꺼냈다. 나는 이전까지 백패킹용으로 80L 배낭을 챙겼다. 여기에 온갖 것 다 싸들고 10km 이상 산을 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백패킹이고, 30kg 이상 빵빵한 짐을 져야 '와, 나 진짜 멋있어!'라면서 혼자 만족했다. 하지만 이날 양수열 기자는 30L 배낭을 멨고 나는 50L 배낭을 멨다. 텐트와 침낭, 먹을거리(비화식으로 준비)가 두 배낭에 남김 없이 다 들어갔다. '어라? 이게 다 들어가네?' '어라? 내 모습 꽤 괜찮잖아!' 다소 허탈했다.

우리는 '다원식당' 옆 비포장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주변은 온통 밭이었다. 위압적으로 높이 솟은 봉우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보통의 시골 풍경, 금북정맥이라는 대단한 산줄기가 시작하는 곳 치곤 소박한 풍경이었다. 덕분에 마음이 가벼웠다. 비포장 도로의 꼭대기에서 도덕산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덕성산 부근이 유일하게 경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정자 너머로 충북 진천 풍경이 펼쳐져 있다.

오르막은 급했지만 길이가 길지 않았다. 평탄한 길이 자주 나왔다. 나는 빠르게 걸어서 올라갔다. 경사가 완만한 곳에선 13분 페이스(1km를 13분 안에 주파하는 속도)가 나왔고 오르막에선 25분 페이스가 나왔다. 패스트패킹이라고 할 만한 속도는 아니었다. 이번엔 흉내만 내보자고 생각했다. 산길은 '그저 그랬'다. 흙과 나뭇잎으로만 덮인 특색 없는 등산로라고 할까? 거기에 이따금 조망이 터진다거나 등산로 근처에 근사한 나무나 바위가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등산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재미있는 거라곤 지도를 펼쳐 등고선을 확인하면서 다음 봉우리는 얼마나 높을 것인가? 예상하는 일,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속도를 체크하는 일, 다음 봉우리까지 몇 시간 혹은 몇 분 걸릴지 혼자 퀴즈를 내고 맞추는 따위의 일뿐이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은 산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천천히, 느리게 산을 타면서 주변 풍광을 감상하는 것이 등산이지! 저렇게 무작정 빠르게 가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으며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 사람이 이날 내 옆에 있었다면 나는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

"빠른 등산도 산을 즐기는 나름의 방법이에요. 그리고 여기선 느긋하게 감상할 경치가 없어요. 그저 빠르게, 재빨리 움직이는 게 여기 산을 타는 방법이자 재미죠. 이런 데서 느긋하게 구는 건 극장에서 2시간짜리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나가지도 못한 채 꾸벅꾸벅 조는 일과 같아요."

그러니까 금북정맥 능선은 패스트패킹에 딱 알맞은 코스라고 할 만했다. 재미있는 장면이 있긴 했다. 낙엽에 덮여 희미한 등산로가 쏟아지는 햇빛을 받고 반짝거렸다는 것이다. 눈을 가늘게 뜨면 이 장면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면서 등산로가 확연히 구분됐는데, 반짝이는 가루를 신발에 묻혀보려고 나는 등산로를 헤집고 다녔다. 그것이 재미라면 재미였다.

텐트 안에서 다음날 지날 등산로를 살펴보고 있다. 5만 분의 1 지도로는 오르내림이 어떤지 자세히 알아보기 힘들다.

"설악산 서북주릉보다 더 힘들어!"

우리는 도덕산(365m), 관해봉(457m), 칠장산(492m)을 차례차례 넘었다. 지도에 표시된 봉우리는 3개였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봉우리를 넘은 기분이었다. 이때까지도 볼 만한 경치는 단 하나도 없었다. 능선 주변으로 골프장만 주구장창 나타났다. 덕성산(521m)에 이르자 폭죽 터지듯 조망이 터졌다. 우리는 배낭을 벗고 풍경을 내려다봤다.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 평야가 펼쳐졌다. 논밭이 대부분인 땅에 드문드문 빌딩이 무리지어 솟아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모두 멈춰 일광욕을 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조급했다. 목표지점까지 가려면 거리가 한참 남았기 때문이다. 다시 배낭을 멨다.

오후 시간이 꽤 지나자 지치기 시작했다. 발을 경사로에 디딜 때마다 허벅지가 '지지직' 대면서 곧 쥐가 날 거라고 알렸다. 별 것 아닌 오르막에서 나는 끙끙댔다. 뒤를 돌아봤다. 양수열 기자도 힘든 모양이었다. 그에게 외쳤다. "괜찮아?" 그가 말했다. "응 괜찮아. 얼른 가."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다. 나는 그를 기다렸다가 안심시키려고 지도를 펼치면서 말했다.

금북정맥 종주를 하다보면 햇살 받은 등산로가 반짝거리는 장면을 자주 본다. 이것을 바라보는 것이 금북정맥 능선길을 가는 재미 중 하나다.

"여기, 봉우리가 평탄한 것 같아. 이쯤에서 텐트를 치자!"

그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

무명봉을 몇 개나 넘었는데도 평탄한 지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도가 잘못된 건가? 산이 변한 건가? 짜증났다. 이러다가 조난당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양수열 기자가 말했다.

"걱정 마, 마을이 바로 아래 보이는데 무슨 조난이야."

나는 속으로 말했다. '마을까지 갈 힘이 없을 것 같은데?' 399m봉을 지나 두 개 봉우리를 넘은 다음 그나마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에 다다랐다. 나는 뒤쫓아온 양수열 기자에게 말했다.

"잠깐만 여기 있어봐, 내가 저 앞 봉우리에 가서 거기 자리가 더 좋은지 보고 올게."

나는 배낭을 벗고 후다닥 뛰어갔다. 지도에는 널찍한 곳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서 텐트를 쳤다. 그는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그가 "너 무릎 안 아파?" 물었고 나는 대답했다.

"응 무릎은 전혀 아프지 않아. 대신 자꾸 쥐가 나."

그러자 그가 소리질렀다.

"무릎 안 아픈 사람이 제일 부러워!"

우리는 좁은 텐트 안에서 쭈그리고 앉아 다리 통증 때문에 번갈아가면서 비명을 질렀다.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전날 먹다 남은 음식을 대충 집어 먹고 짐을 쌌다. 양수열 기자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다리 괜찮아?"

그는 괜찮다고 했다. 짐이 적어 정리가 빨랐다. 후다닥 챙기고 다시 걸었다. 무티고개, 사장골 정상, 만디고개, 고라니봉 등을 지났다. 이 외에도 우리는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양수열 기자가 불평했다.

"잔잔한 오르내림이 너무 심한데, 야, 이거 설악산 서북주릉보다 더 힘들어!"

그는 얼마 안 있어 절뚝거렸다. 내가 말했다. "딱 5km만 더 가보자. 서운산까지 갔다가 안성으로 내려가자. 갈 수 있겠지?" 그는 작게 속삭였다. "그래."

우리는 계속 갔다.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그는 아까보다 더 다리를 절고 있었다. 나는 고민했다. '옥정현에서 그를 먼저 보내고 혼자 서운산까지 갈까?' 이렇게 말하면 그가 서운해할 것 같았다. 뒷말을 잘라서 입을 뗐다. "옥정현까지만 갈까?" 그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도저히 안 되겠어. 내려가자."

"그래 내려가서 바로 병원으로 가보자."

우리는 옥정현으로 내려온 다음 진천군 이월면으로 넘어가 택시를 불렀다.

뭘 먹었을까?

이번 식량은 비화식으로 준비했다. 우유를 제외하고 물은 총 2.5L 챙겼다. 나는 두 끼를 시리얼과 우유로 해결했고,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양수열 기자는 호박죽과 쇠고기죽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코주부 육포'는 양수열 기자가 어렸을 때 아르바이트하던 맥주집에서 안주용으로 쓰던 것으로 그는 시중에 나온 것 중 이 육포 맛이 가장 좋다고 했다.

진천서 30년간 택시 몬 정진성씨 "안성은 깍쟁이, 진천은 눈치쟁이"

금북정맥 초반은 경기도 안성과 충청북도 진천을 가른다. 낮은 산줄기를 경계로 두 지역의 다른 점을 관찰하는 것, 이것이 정맥을 종주하는 커다란 재미다. 산길 자체를 타는 건 크게 재미없지만 종주 자체는 두 발로 지리 공부를 하는 것과 같다. 산 정상에서 마을의 모습을 대충 훑어보는 것이 예습, 산에서 내려와 마을 사람들을 통해 듣는 지역 이야기가 복습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옥정현에서 진천군 이월로 넘어가 만난 택시 기사를 통해 두 지역과 진천의 특징 등에 관해 들었다. 다음은 진천군 이월에서 30년간 택시를 운전한 기사님의 말을 요약한 것이다.

"진천이 안성 덕을 많이 봤어요. 안성은 땅값이 비싸거든요. 그래서 바로 옆 동네인 진천으로 건너와 공장을 차리는 회사들이 많아요. 진천에는 공장이 1,000개가 넘어요. 골프장도 많죠. 터가 좋아서 그렇대요. 골프장도 아무데나 막 짓지는 않더라고요. 이것 저것 따지고 재면서 만들더라고요. 처음엔 마을 주민들도 골프장 짓는 데 반대 많이 했어요. 상수원 오염된다고. 그런데 장학재단 같은 걸 만들어서 지역에 기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지금은 잠잠하죠. 여긴 오리(새)가 많아요. 유명한 도축업체 있잖아요. 그게 여기 들어와 있어요. 그 회사에서 하청 준 오리농장이 많아요."

필요한 지도

우리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5만 분의 1 안성, 진천 지도를 챙겼다.

금북정맥 종주에 필요한 지도는 따로 없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하는 축적 5만 분의 1 지도 혹은 2만4,000분의 1 지도를 구입해서 가져가는 것이 좋다. 도덕산~옥정현까지 필요한 5만 분의 1 도엽명은 '안성' '진천'이다. 종이지도는 독도법만 알고 있다면 산행 중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단점은 보관방법인데, 시중에서 적당한 지도 가방을 구하기가 어렵다. 도중에 지도를 펴놓고 진로를 확인하는 일이 번거로울 수도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도 된다. '램블러' 에 '금북정맥'을 검색하면 구간 별로 여러 사람의 산행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GPX파일을 얻을 수 있고, '내 지도에 경로 추가'를 하면 휴대폰을 보면서 산행할 수도 있다.

산행길잡이

금북정맥은 칠장산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가다가 충남 태안의 안흥진까지 이어진 295km에 이르는 능선이다. 초반에는 해발 400~500m 정도 되는 높이의 산들로 이뤄지다가 태안에 가까워질수록 더 낮아진다.

이번 종주는 도덕산에서 시작했다. 도덕산에서 칠장산까지는 한남정맥에 해당되는 구간으로 우리가 종주한 구간의 이름을 굳이 붙이자면 한남금북정맥의 일부분이다.

도덕산에서 시작하면 초반 오르막이 완만해서 좋다. 길도 잘 나 있어 발길을 가로막는 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관해봉 부근부터 잦은 오르내림이 시작된다. 처음엔 이 오르내림이 견딜 만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목을 붙잡는 장애물이 된다. 해발고도가 낮다고 결코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구간이 아니다. 중간에 조망을 볼 수 있는 곳도 얼마 없다. 덕성산에 이르러서야 진천군 평야를 볼 수 있으며 그 외에는 온통 잡목에 가려 구경 거리가 없다.

텐트를 칠 만한 널찍한 장소도 거의 없다. 멋진 장소에서의 백패킹을 기대하고 왔다가 체력만 소진할 수 있다. 안내판과 여러 표지기가 달려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옥정현에 커피숍이 있는데, 이곳에서 식수 및 각종 간식거리를 구할 수 있다.

교통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도덕산으로 가려면 안성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회암 방향으로 가는 370번, 37-1번, 380번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에서 내려 에덴블루CC 골프장 쪽으로 가다보면 비포장도로로 이뤄진 고갯길이 나오는데, 고개 정상이 산행 시작점이다. 옥정현(옥정재)에서 안성 쪽으로 3km쯤 가면 안성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지만 배차간격이 길어 오래 기다릴 수 있다. 여기서 택시(이월택시, 043-536-7755)를 타고 진천 이월터미널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다. 이월터미널에서 동서울로 가는 버스가 시간당 두 대꼴로 출발한다.

맛집

진천군 이월면은 오리고기로 유명하다. 욕쟁이 할머니집(043-536-7891)은 지역 맛집으로 통한다. 오리 목살 구이가 맛있다고 소문났다. 이 집 짜글이도 유명하다. 숙식할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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