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킹 장비리뷰] 첫째도 둘째도 "가볍게, 적게"

윤성중 2023. 4. 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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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 종주시 사용한 장비들
금북정맥 칠장산 지나 무명봉에 텐트를 쳤다. 텐트는 빅아그네스 플라이 크릭 HV2 플래티넘.

이번 종주 산행은 패스트패킹 콘셉트에 맞췄다. 쉽게 말해 가볍게, 적게 지고 빠르게 이동하자는 계획이었다. 평소보다 속도를 높여 종주하려면 무엇보다 짐을 가볍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텐트와 침낭, 먹을거리에서 무게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빅아그네스 2인용 텐트. 플라이 천이 굉장히 얇다. 본체가 비칠 정도다.
텐트 본체는 전체가 메시로 이루어져 있다. 하계용으로 딱이다. 좋은 침낭과 함께 쓰면 극동계도 문제 없다. 남자 둘이서 사용하기에 내부가 좁은 게 유일한 단점이다.
텐트 뒷면. '반자립'이다. 텐트 양 옆에 펙을 박고 고정시켜야 비로소 예쁜 모양이 완성된다.

폴대+펙+플라이+본체 = 1.1kg

BIG AGNES Fly Creek HV2 PLATINUM

빅아그네스 플라이 크릭 HV2 플래티넘

백패킹 짐을 싸기 전, 파트너에게 슬쩍 폴대를 건네는 일이 미안할 지경인 텐트가 있다. 빅 아그네스의 이 텐트를 챙긴다면 그런 부담 없다. "텐트, 플라이, 폴대, 펙, 내가 다 지고 갈게!"라면서 큰소리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텐트의 폴대, 펙, 플라이, 본체를 모두 합한 무게는 1.1kg이다. 손으로 들어보면 가벼운 느낌에 눈이 동그래질 정도다.

이 텐트가 가벼운 가장 큰 요인은 본체 전체를 이루는 메시와 얇은 플라이에 있다. "본체가 얇은 망으로만 이뤄졌다면 지금 같은 계절에 춥지 않을까?" 우려가 있지만 플라이를 덮으면 걱정이 확 줄어든다. 플라이와 땅 사이의 공간으로 드나드는 어느 정도의 바람은 침낭을 덮으면 해결된다. 누워서 메시 바깥으로 비치는 플라이를 보고 있으면 통기성 좋은, 결로 걱정 없는 싱글월 텐트라는 기분까지 든다. 덕분에 안심하고 잠들 수 있다.

브랜드에서는 이 텐트를 '자립형'이라고 설명하지만 완전한 자립은 아니다. 텐트의 중간 부분을 펙으로 고정해야 팽팽하고 예쁜 모양을 완성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텐트를 '반자립'이라고 불렀지만 이 단어에 '불편하다'는 분위기는 전혀 섞여 있지 않다. '비자립' 1인용 텐트를 피칭할 때의 까다로움이 이 텐트에서는 삭제됐고, 그에 비해 설치가 쉽고 빠르며 패킹마저도 그렇다. 3계절용이지만 극동계 때 사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 대신 좋은 침낭을 써야 한다.

호카 등산화. 몹시 투박한 모양이지만 신어보면 둔탁한 느낌이 크지 않다. 중등산화임에도 무게가 가볍다.
갑피는 고어텍스로 이루어져 있고, 밑창은 비브람이다. 웬만큼 거친 산행에도 별 무리 없다
높이 솟은 목 부분이 발목을 확실히 잡아 준다.

중등산화가 이렇게 가벼워?

HOKA TRAIL CODE GTX

호카 트레일코드 GTX

단점이 있긴 하다. 남자 둘이 안에 들어가면 비좁다. 게다가 플라이 천이 얇아 텐트를 치거나 걷을 때 자칫하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가 많이 올 경우 물이 새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있지만 플라이의 내수압은 1,200mm 이상이다.

호카는 '의표를 찌르는' 브랜드다. "저렇게 투박하게 생긴 게 가볍다고?" "저렇게 두꺼운 걸 신고 산에서 달린다고?" 이런 의문에 "어라? 그렇네!"라고 감탄하게 한다. 호카 트레일코드 GTX는 모양만 보면 중등산화다. 하지만 무게는 타 브랜드보다 훨씬 가볍다(429g). 반전은 계속된다.

두꺼운 중창을 보면 많이 푹신할 것 같은데 단단하다. 뒤꿈치가 너무 과하게 튀어나와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데 뒤꿈치가 튀어나온 느낌조차 없다. 투박해 보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날렵해 보인다. 이걸 신고 거리를 활보해도 될까? 살짝 부담이 되지만 통 큰 바지를 입고 신으면 예쁘다! 기능은 어떨까? 이 신발을 신고 종주하는 동안 불편하다는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트레일러닝화를 신고 있는 기분이기도 했다. 발목이 여러 번 꺾였는데, 그때마다 제대로 잡아 주었다.

발가락이나 발등을 보호받는 느낌이 확실했다. 단점은 발 볼이 좁다는 것. 발 볼 넓은 사람에겐 불편할 수 있다. 내구성이 좋을까? 이건 더 오래 신어봐야 알 것 같다.

코로스 페이스2.실리콘 밴드로 된 제품은 무게가 36g이다
스마트폰에 연동된 등산 데이터. 시계를 종료하면 바로 기록이 뜬다

GPS 켜도 30시간 가는 스마트 워치

COROS PACE 2

코로스 페이스 2

산에 갈 때 스마트폰으로 등산 앱을 켜고 가는 건 싫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영상도 촬영하고 이따금 울리는 카톡도 확인하고, 전화도 받아야 하고 할 게 많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닳을까봐 신경쓰는 건 더 싫다. GPS 기계를 따로 갖고 가는 건 더욱 더 싫다. 무거우니까.

코로스 페이스 2 시계는 이럴 때 좋다. 이 시계는 가볍다(실리콘 밴드 제품 36g). 게다가 GPS 신호를 빨리 잡는다(약 10초). 이 시계의 가장 좋은 점은 배터리가 오래 간다는 것이다. 보통 스마트워치의 배터리는 GPS를 켜지 않아도 하루 지나면 꺼진다. 코로스 페이스 2는 GPS를 켠 상태에서 30시간 간다. 산에서 내려오고 이틀이 지났는데 배터리 63%가 남았다. 스마트폰 앱과의 연동도 쉽다. 코로스 앱은 스트라바, 나이키 등 각종 러닝 어플과 연동도 된다(일일이 다른 어플을 켜서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산행을 끝내고 종료하면 스마트폰 앱에 산행 데이터가 바로 뜬다. 수영, 자전거, 트레드밀 등 여러 운동 모드가 지원된다. 무엇보다 시계 가격이 저렴하다.

이번 금북정맥 종주 때 사용한 30L 배낭(왼쪽)과 50L 배낭
빅아그네스 프로스펙터. 헤드가 없고 말아서 접는 방식이다. 50L용량이지만 커 보이지 않는다. 양 옆에 달린 주머니에 짐이 많이 들어간다

우주처럼 넓은 50L

BIG AGNES PROSPECTOR 50L

빅 아그네스 프로스펙터 50L

뒤통수를 가리는 큰 배낭을 메고 떠나는 나의 백패킹 스타일은 이 배낭을 만나고 마침내 멸망했다. 그동안 나는 산에 갈 때 큰 배낭에 무식하게 짐을 때려 넣었다. 빅 아그네스 프로스펙터는 그런 마음을 자제하도록 한다. 50L 용량이지만 40L처럼 생긴 배낭이 나한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야, 그거 다 필요 없어. 이것만 가지고 가도 충분해!"

나는 고분고분 배낭의 속삭임을 들었다. 이 배낭의 가장 큰 장점은 배낭 바깥에 달린 신축성 좋은 주머니다. 이 주머니에 폴대, 물통과 재킷, 행동식이 무한정 들어간다. 그 속은 마치 우주처럼 넓다. 덕분에 짐을 재빨리 꺼내거나 패킹할 수 있다. 산행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이다. 보너스 같은 기능도 여러 개다. 등판에 수낭을 보관하기 편하고, 이 등판은 완전히 개방할 수 있다. 배낭 앞쪽에 스틱도 짱짱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 이 배낭에 짐이 웬만큼 차면 삼각형 모양이 되는데, 이 디자인도 그럴싸하다. 양수열 기자가 "배낭 예쁜데!"라면서 탐냈다.

울트라스파이어 배낭. 양 옆과 뒤쪽 주머니에 상당한 양의 짐을 추가로 보관할 수 있다.

패스트패킹을 위한 배낭

ULTRA SPIRE EPIC XT 2.0 HYDRATION PACK

울트라스파이어 에픽 XT 2.0 30L

패스트패킹과 BPL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쓰는 배낭에서 차이가 크게 드러날 것 같은데, 어깨 멜빵에 500mL 물통이나 파워젤 같은 행동식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달린 것이 패스트패킹용 배낭이라고 나는 정의했다.

배낭을 벗지 않고 이동하면서 행동식이나 물을 바로 섭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기능이 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울트라스파이어의 30L 배낭은 패스트패킹에 알맞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배낭은 양수열 사진기자가 사용했다. 그는 여기에 침낭과 우모복, 카메라 배터리, 고어텍스 재킷 등을 넣었다. 카메라는 멜빵과 연결해서 가슴 부위에 매달았고, 렌즈가 들어 있는 보조가방을 따로 착용했다.

그가 소감을 밝혔다. "등에 착 붙어서 편했어. 어깨 쪽 통풍도 잘 됐고. 30L지만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 멜빵에 달린 주머니 중에서 목 뒤에 달린 것은 쓰기가 불편했어." 덧붙이면 이 배낭 양 옆에 있는 바깥 주머니 역시 신축성이 좋다. 모자란 용량은 이 주머니가 채울 수 있다.

그 외 도움된 장비

빅아그네스 플루톤 UL 4°C 침낭

무게 518g의 3계절용 필파워 850 침낭이다. 침낭 주머니에 넣으면 팔뚝길이만큼으로 줄어든다. 배낭에 쑤셔 넣지 않아도 알아서 쏙 들어간다. 이 침낭을 사용하기 적절한 온도는 4°C 정도 되는데, 우리가 산에 간 날은 영하 1°C 정도였다. 두꺼운 우모복을 입고 침낭을 덮으니 따뜻했다. 가볍고 부피가 적으니 극동계 외 모든 계절에 사용하기 알맞다.

요헤미티 발포 이온음료

산행을 하다가 허벅지에 쥐가 났다. 달랠 방법이 없어 쉬었다가 다시 걷다가 쉬었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배낭 헤드에 넣어둔 요헤미티가 생각났다. 1L 물병에 두 알을 넣고 흔들었다. 얼마 후 마셨더니 쥐가 풀렸다. 요헤미티를 마셔서 그런 건지, 풀릴 때가 되어 풀린 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니까 요헤미티는 기분 좋은 산행을 위한 부적 같은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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