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재개되는 수학여행…설레는 교실 속 남모를 슬픔도

최종호 2023. 4. 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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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여행비가 부담돼서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데 담임으로서 너무 안타깝네요."

서울 지역의 한 고등학교 담임 교사는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듣자마자 믿기지 않는다면서 매우 좋아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제대로 된 체험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가게 돼서 아이들이 많이 설레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달 말 제주도 수학여행을 앞둔 같은 지역의 다른 고등학교도 학생 한명당 68만원의 비용이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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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70만원 육박…교육당국, 물가 상승에 저소득층 지원비 올려
차상위 계층은 지원 대상서 빠져…육아카페서 비용 후원 이어지기도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우리 반에 여행비가 부담돼서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데 담임으로서 너무 안타깝네요."

수학여행 즐거워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달 서울의 한 지역 육아카페에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는 교사 A씨의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가슴이 아프다", "한창 예민한 시기일 텐데 큰 상처가 될 것 같다"는 등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6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소세로 올해부터 관내 초·중·고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숙박형 프로그램(수학여행)이 재개됐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달 각 학교로부터 601개의 수학여행 계획을 접수했다. 지난해 추진된 201개보다 3배 늘어난 수치이다.

수학여행의 재개로 학교 안에는 모처럼 설렘이 가득하다.

서울 지역의 한 고등학교 담임 교사는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듣자마자 믿기지 않는다면서 매우 좋아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제대로 된 체험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가게 돼서 아이들이 많이 설레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물가 인상과 함께 훌쩍 뛴 비용은 학부모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는 최근 제주도로 2박3일 일정의 2학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학생 한명당 64만원가량의 비용을 냈다. 이 학교는 3년 전에도 제주도 수학여행을 진행했는데 당시에는 한명당 50만원에 못 미치는 비용이 들었다.

이 학교 학부모는 "7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는데 아이들과 학부모가 다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 제주도 수학여행을 앞둔 같은 지역의 다른 고등학교도 학생 한명당 68만원의 비용이 책정됐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붐비는 제주공항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교육 당국은 저소득층 학생을 상대로 한 수학여행 지원비를 올해 대폭 늘렸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까지 초등학교 13만원, 중학교 18만원, 고등학교 30만원이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정 학생 한명당 수학여행 지원비를 올해 초등학교 24만원, 중학교 28만원, 고등학교 47만원으로 올렸다.

지원비 지급 시기도 기존 학기 말(7월·12월)에서 학기 초(4월·9월)로 변경해 사후 지급이 아닌 사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차상위 계층은 수십만원의 수학여행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지원비 지급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아 이들 가정의 학생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도 오산지역의 한 고등학교는 다음 달 전라남도 지역을 돌아보는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학생 한명당 48만7천원의 비용을 책정했다.

일본 등 해외나 제주도를 행선지로 한 수학여행보다 20만원가량 저렴한 금액이다.

이 학교 교감은 "이번 수학여행 행선지는 지난해 설문조사를 통해 정했는데 비용을 줄이고 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애초에 해외나 제주도를 제외하고 남해권, 강원권, 충청권 등 3곳을 선택지로 정해 의견을 취합했다"고 전했다.

지역사회나 시민단체 등의 따뜻한 손길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교사 A 씨가 육아카페에 자신이 맡고 있는 반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올린 뒤 육아카페 회원들과 이 지역 청소년단체가 나서 해당 학생의 수학여행 비용 지원을 약속했다. 이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차상위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계획도 밝혔다.

이 육아카페 회원 김모 씨는 "지역사회에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하게 돼 뿌듯하다"며 "교육당국의 지원은 한계가 있을 테니 그 지원 밖에 있는 차상위계층 학생들에 대해서는 이번 사례처럼 외부에서 돕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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