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정리는 '개인 비서' 챗GPT에 맡겨요"

김고은 기자 2023. 4. 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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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 보도에 챗GPT 접목 시도]
MBN, AI-가상앵커-가상기자가 만든 리포트 선보여
시사IN '인간이 아닌 존재'가 그린 일러스트로 커버 장식
매일신문, 사내 TF꾸려 기자들에 관련 교육 진행

지난달 10일, 서울디지털재단 홈페이지 ‘연구보고서’ 게시판에 ‘[업무활용편] ChatGPT 활용사례 및 활용 팁’이란 제목의 보고서가 올라왔다. 그동안 해당 게시판에 올라온 자료들의 조회수는 대부분 몇백, 많아야 5000회를 넘지 않았는데, 이 보고서는 이미 7만회 가까이(3일 기준) 조회됐다. 챗GPT를 업무에 잘 활용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겠다.

언론사,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챗GPT 등장 직후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들썩였던 열기는 한풀 꺾였지만, 실제 기사작성에 활용하거나 업무 효율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는 기자들이 많다. 뉴스룸 내에 공부 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활용법과 경험을 공유하는 언론사도 있다.

오태윤 MBN 기자는 지난달 22일 구글이 새로운 AI(인공지능) 챗봇 바드를 출시한 소식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챗GPT가 작성하고 MBN이 개발한 김주하 AI 앵커와 가상기자 리나가 전했다. “AI와 가상앵커 그리고 가상기자가 협업한 대한민국 최초의 방송 리포트”였다.

시사IN 810호 표지. 창간 이후 처음으로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가 그린 일러스트를 표지로 냈다.

시사IN은 지난달 810호 표지를 창간 이후 처음으로 “인간이 아닌 존재”가 그린 일러스트로 제작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 관한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에 ‘인공지능의 진화를 표현하는 예술 작품을 만들라’고 요구해 나온 결과물 중 하나였다. 해당 기사에서 전혜원 기자는 시말서 쓰기부터 영어로 취재 요청 이메일 보내기, 코딩 등 다양한 챗GPT 활용법을 소개했는데 “가장 놀란 기능 중 하나는 요약”이라고 했다.

실제 챗GPT의 가장 강력한 기능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자료정리다. 복잡한 영어 논문이나 보고서도 링크만 알려주면 1분 이내에 핵심 내용을 요약해주고, 적절한 제목까지 뽑아낸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 챗GPT를 보도자료 작성 등에 적극 활용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챗GPT가 만든 보도자료를 역시 챗GPT를 이용해 기사로 쓸 날이 머지않았다.

서울디지털재단 홈페이지 ‘연구보고서’ 게시판에 ‘[업무활용편] ChatGPT 활용사례 및 활용 팁’이란 제목의 보고서

이런 시대에 기자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하는 고민에서 매일신문은 최근 TF팀(MAIT·메이트)을 꾸리고 기자들 대상 교육을 진행 중이다. 20~30대 젊은 기자들이 주축이 되어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AI를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챗GPT뿐 아니라 다양한 AI를 사용해 본 경험을 공유하고 공부한다. TF에 참여 중인 구민수 기자는 “맨땅에 헤딩하듯 물어보면 제 기능을 못 하지만 정보의 재가공, 재배열 역할은 충분히 있다”면서 “기획안을 쓸 때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멤버 중 가장 ‘고참’이면서 누구보다 AI 활용에 적극적인 김해용 논설주간은 AI가 “개인 비서로서 요긴한 기능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주간은 “재미 삼아 유명인사를 인터뷰하겠다고 질문과 예상 답변을 만들어 달라고 하니 기초 자료로 쓸만한 걸 만들어주더라. 기자들이 활용하면 좋겠다”면서 “또 노션 AI는 맞춤법 검사와 문장 다듬기 등에 특화돼 있어 거칠게 쓴 문장을 고치고 중언부언을 잡아준다. 최종적으로 기자가 손을 봐야 하지만 그만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명령어(프롬프트)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따라서 어떤 프롬프트가 최적의 결과를 내는지 알아내는 것이 TF팀 메이트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당장 뭔가를 하려는 계획은 없다. 김수용 매일신문 뉴스국장은 “상반기 동안은 계속 공부를 해서 최소한 인공지능을 겁내지 않는 신문사, 기자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인공지능 시대에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으로 나뉠 거라고 하는데, 밀려날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잘 활용해 더 나은 기사를 쓸 수 있을 지 고민하려고 한다”면서 “기존에 자료 검색하느라 밤새던 걸 20~30분으로 줄이면 나머지 시간은 창의적 노력에 쏟아부을 수 있으니 우리 취재환경에 큰 도움을 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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