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너간 ‘KTX·SRT통합’···9월부터 SRT 전라·경전·동해선 운행
정부가 오는 9월부터 수서고속철도(SRT) 노선을 창원·진주, 순천·여수, 포항까지 확대한다. 각 노선별로 운행횟수는 하루 4회로 적은 편이지만 오는 2027년에는 선로 및 차량확충을 통해 증편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SRT열차를 이용해 서울 강남권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게 됐으나 지난해 말 결론을 잠정보류했던 ‘KTX·SRT 노선통합’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윤상 국토부 철도국장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KTX·SRT통합 논의 무산과 관련해 “지난해 말 공기업간에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정됐다”면서 “이에 따라 SRT노선 확대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철도산업위원회를 열고 당정협의를 거쳐 올해 9월부터 SR의 SRT운행노선을 경부·호남고속선에서 경전선(창원·진주), 전라선(순천·여수), 동해선(포항)으로 확대한다고 4일 밝혔다. 수서발 경전선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SR은 선로용량, 운행가능 차량, 지역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경전선·전라선·동해선에 하루 4회씩(왕복 2회) 동시운행을 추진한다.
국토부는 SR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수서발 고속철도 확대운행에 대한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노선면허를 신청하면 관련 검토를 거쳐 면허를 발급한다. 국토부는 “노선면허 발급 후에는 승무원 교육 및 편의시설 마련, 안전관리체계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올 추석 전에 개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중간정차역 등 세부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각 지방별로 정차역 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는 데다가 최대한 많은 역에서 정차할 경우 사실상 고속철도로서의 기능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SRT 노선 확대에 따른 기존 KTX중간정차역 조정이 소폭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현재 선로용량이 포화상태인 ‘평택~오송’구간이 2복선화되고, SRT차량 14편이 추가도입되면 오는 2027년 이후 열차증편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수서발 고속철도 운행확대 계획이 본격 시행되면 남부지역 주민들은 열차환승에 따른 불편과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전선, 전라선, 동해선에는 수서역을 오가는 고속열차가 운행하지 않아 창원, 진주, 여수, 포항 등 남부지역 주민들은 동대구역이나 익산역까지 와서 환승하거나, 서울역까지 이동한 다음 별도 교통편으로 강남지역을 이동해야하는 불편을 겪어 왔다.
철도노조측은 SRT노선을 확대하는 대신 KTX·SRT통합을 통해 기존 KTX열차 운행노선을 수서역까지 확대하자고 요구해왔으나 이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코레일과 SR통합을 놓고 2년 가까이 논의를 벌여왔지만 지난해 12월 29일 ‘결론유보’ 결론을 내렸다. 당시 철도노조는 통합무산으로 서울 강남권역(수서역)으로 한 번에 갈 수 없는 일부 지방의 노선차별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SRT 경전선·전라선·동해선 확대 및 향후 증편 계획발표로 지방소외 문제가 일부 해소됨에 따라 통합논의 자체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앞으로도 고속철도 및 준고속철도의 신설 사업 등을 통해 국가철도망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전국 각 지역에서 많은 국민들이 고속철도 서비스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열차 운행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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