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에 지상철 4대 ‘우르르’... 소음도 ‘더블역세권’, 감당할 수 있을까 [휘경자이 디센시아]

백윤미 기자 2023. 4. 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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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단지의 약 35%만 더블역세권
소음· 학군 등 단점으로 이문 1·3구역 기다리자는 수요도 늘어

정보 홍수 시대. 부동산 정보도 예외는 아닙니다. 독자들 대신 직접 분양 예정 단지들을 가봅니다. 실수요자가 누구냐에 따라 강점이 약점이 되기도 하고, 반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입니다.[편집자주]

“위험해요. 물러서세요!”

3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172번지 일원. 상반기 최대 청약 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이문·휘경뉴타운의 휘경3구역 재개발 아파트 ‘휘경자이 디센시아’ 공사 부지로 들어가기 위해 철로 사이로 난 건널목을 건너려고 하자 빨간 봉을 들고 건널목에 서 있던 관리 인력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빨간 불과 함께 경적이 계속 울렸고, 곧이어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기자 바로 앞을 지나쳤다. 지상철이 지나가고 철로 사이로 마련된 간이 건널목을 통해 아파트 부지로 들어올 수 있었다. 초등학생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청량초로 가려면 이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삼각형 모양의 부지로 들어서자 이 단지의 더블역세권 입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 단지를 지나는 모든 노선이 지상철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왼쪽 철로에는 경의중앙선과 ITX청춘이 지나다녔고, 오른쪽으로는 1호선이 양방향으로 운영 중이었다. 도착 후 3분 만에 경의중앙선과 ITX청춘 각 1대, 1호선 2대 등 총 4대가 지나갔다. 소음 크기도 컸지만 빈도도 상당했다.

◇애매한 더블역세권… 총 14개 중 5개 동만 해당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더블역세권에 합리적 분양가를 최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일이 따져보면 일부 과장광고가 의심되는 대목도 있다.

우선 단지 전체가 더블역세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네이버지도 기준 휘경자이 디센시아에서 1호선과 경의중앙선 등 2개 노선이 다니는 회기역 2번출구까지는 602m, 도보 10분이 걸린다. 실제로 기자가 걸어보면 단지 가장 앞 동인 101동까지는 7분이 걸리니 비슷한 수준이었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 공사 현장. /백윤미 기자

하지만 대개 역세권 아파트로 불리는 아파트는 단지에서 역까지 500m 이내를 가리킨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노후 신도시 재정비 관련법 등 정부 정책에서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기준은 500m 이내인 경우가 많다. 이 기준대로 반경 500m를 재어보면 앞 동인 101·102·103·104·109동 등 총 14동 중 5동만 포함된다. 전체 단지의 약 35%만 더블역세권인 셈이다.

청약에서 무조건 더블역세권에 해당하는 가구에 당첨되기를 원한다면 전용면적 84㎡(102동, 103동)나 전용면적 39㎡(101동)를 노려야 한다. 나머지 동은 모두 전용면적 59㎡ 타입이다. 그러나 일반분양분은 84타입 74가구, 39타입 19가구로 전체 일반분양가구 700가구 중 600가구 이상이 59타입이어서 청약으로 더블역세권 가구에 당첨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1호선만 지나는 외대앞역에서 반경 500m를 따지면 단지 전체가 역세권 범위에 들어간다는 장점은 있다.

일부 더블역세권이 맞는다 해도, 이 역을 지나는 두 개 노선이 서울 대표 3개 업무지구를 모두 직행으로 오갈 수는 없다는 점도 고려할 요소다. 1호선 시청역(CBD)을 제외하면 강남업무지구와 여의도업무지구를 바로 갈 수 없다. 한 정거장만 환승하면 여의도(YBD)로 갈 수 있는 1호선 신길역 정도가 있다.

또 다른 노선인 경의중앙선은 주요 업무지구를 한 곳도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경의중앙선은 연착이 잦아 ‘경의지연선’ ‘경의재앙선’ 등 멸칭이 붙기도 했던 노선이어서 투자 가치가 낮은 노선으로 분류된다.

왼쪽 '휘경자이 디센시아' 공사장 바로 옆에 있는 지상철 선로. 인도와 높이 차이가 상당해 갇힌 느낌을 준다. 중간에 보이는 아파트 단지는 '휘경SK뷰'. /백윤미 기자

◇”휘경자이 분양가 나오자 인근 단지 호가 1억↑… 기축보다 청약 먼저”

휘경자이 디센시아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930만원이다. 전용면적 ▲39㎡ 3억5500만~4억1300만원 ▲59㎡ 6억4900만원~7억7300만원 ▲84㎡ 8억2000만원~9억7600만원이다. 여기에 필수 옵션으로 여겨지는 발코니 확장 시 전용면적 59㎡는 1650만원~1830만원, 전용면적 84㎡는 1900만원~1950만원이 추가된다. 발코니 확장 금액을 포함해도 전용면적 84㎡의 경우 최고 분양가가 9억9550만원으로 10억원을 넘지 않는다.

당초 이 가격도 인근 신축 단지와 비교하면 결코 싸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최근 인근 단지에서 호가가 출렁이면서 비교적 저렴해졌다. 바로 옆 단지인 ‘휘경SK뷰(2019년 준공)’가 지난달 전용면적 84㎡(9층)가 9억7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휘경자이 디센시아로 인해 휘경SK뷰 호가도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휘경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9억대 매물은 거래가 완료돼 매물이 소진됐고, 10억에 내놨던 매물도 휘경자이 디센시아 분양가를 보고 생각보다 비싸게 나왔다며 호가 1억원을 올렸다”면서 “우리도 중개료로 먹고 사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손님들에게 (휘경자이 디센시아) 청약 먼저 하고 떨어지면 다시 (휘경SK뷰) 사러 와도 된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휘경자이 디센시아가 최상의 입지는 아니지만 청약은 흥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아무래도 소음과 학군 등 단점으로 휘경자이 디센시아를 건너뛰고 이문 1·3구역 청약을 기다려보자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최근 다주택자가 청약시장에 참여하면서 청약자 모수가 2배 정도 커진 영향이 결정적이어서 청약 자체는 흥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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