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없는 버스’ 한 달… “시민 편의성” vs “디지털 약자 외면”
노인·외국인 등 불편 호소
정책수정·홍보강화 등 절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안선모(68) 씨는 지난달 말 버스에 탔지만 다음 정류장에서 곧바로 하차해야 했다. 선불카드의 잔액이 없었고 ‘현금 없는 버스’라 현금 지불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 계좌 이체도 불가능했던 안 씨는 버스에서 내리며 “왜 이런 정책이 생겨 시민들이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현금을 쓰는 시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시의 ‘현금 없는 버스’가 확대 운영(3월 1일)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카드 잔액이 없거나 현금만 보유해 버스에서 하차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정책 수정이나 홍보 강화 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 측은 현금 없는 버스 확대 운영으로 △현금통에 부딪히는 등의 안전사고 감소 △지체 없는 빠른 탑승 등 시민 편의가 증대되고 있어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약자층의 권리 보호와 시민 편의 증대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가 지난 1일부터 기존 18개 노선, 436대로 운영된 ‘현금 없는 버스’를 108개 노선, 1876대로 늘리면서 현재 서울 시내버스 4대 중 1대가 현금 없는 버스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시민 중 노인·학생·외국인 등 현금을 주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충전식 선불카드를 사용하는 시민들은 정책 시행 후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잠신고 2학년 김모(18) 양은 “학생들은 대부분 선불카드를 가지고 다녀 잔액 부족이 뜰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스마트폰을 통한 계좌 이체가 익숙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사람들은 도착지에 내린 후 근처 ATM기에서 요금을 입금해도 된다고 안내한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는 현금 없는 버스 관련 안내 문구, 버스 내 계좌 이체 관련 종이에도 해당 내용은 언급돼 있지 않았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2일 “현금 없는 버스가 고령자 등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이동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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