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카드없인 못 타"…'현금없는 버스'에 노인들 막막

이세현 기자 2023. 4. 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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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노인들, '현금없는 버스' 오면 탑승 포기하기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 부착된 '현금 없는 버스' 이용 안내문. 〈사진=이세현 기자〉
※[깊이보기]는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JTBC 모바일제작부 기자들의 취재 결과를 알기 쉽게 풀어 드립니다.


"현금 없는 버스? 안타요." (89세 노인 A씨)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JTBC 취재진을 만난 A씨(89)는 '현금 없는 버스'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말했습니다.

버스를 탈 때 카드 사용을 하지 않아 '현금 없는 버스'는 이용하지 않는다는 A씨는 "그냥 현금으로도 버스비를 지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 3월부터 현금 없는 버스 확대…현금 편한 노인들 당황

현재 서울시는 시내 18개 노선으로 운행중이던 436대의 현금 없는 버스를 지난달 1일부터 108개 노선, 1876대로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해당 사업을 시행하는 이유는 시내버스 내 현금 이용률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에서 입니다.

서울시 버스정책팀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의 현금 이용 승객 비율은 2010년 5%에서 지난해 0.7%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현금 수입은 109억원(2020년 기준)인 반면 유지·관리비용은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현금 없는 버스' 도입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정책 도입으로 100대 중 6대에 불과했던 현금 없는 버스가 4대 중 1대로 대폭 확대된 것인데 정책 시행 한달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는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의 한 도로에서 운행중인 현금 없는 버스 모습. 〈영상=이세현 기자〉

특히 노인들의 경우 현금 없는 버스로 인한 불편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1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70대 이상 노인의 최근 1개월내 현금 이용률은 98.8%였습니다.

노인들의 신용카드 이용률은 57.3%에 불과했고 체크·직불카드 이용률은 34.1%로 신용카드보다 더 낮았습니다. 모바일 카드는 1.3%였는데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 대부분 삼성페이를 사용할 줄 몰랐습니다.

■현금 납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실제로 취재진이 종로3가에 위치한 정류장에서 현금 없는 버스인 201번을 타고 이동해봤습니다. 버스 안에는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통이 없었습니다.

만약 교통카드를 소지하지 않았다면 버스 기사에게 성별, 연령대 등 정보를 적어낸 뒤 전달 받은 요금납부안내서에 기재된 계좌번호로 요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1일부터 '현금 없는 버스' 시행을 확대한 가운데 JTBC 취재진이 탄 현금 있는 버스(왼쪽)와 현금 없는 버스의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계좌번호로 버스비를 낸다는게 현실성이 있을까.

광화문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노인은 "계좌이체는 자식들이 해주는 것 말고는 스스로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현금으로 버스를 이용하려는 승객 대부분은 노인인데 이처럼 온라인 계좌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요금 수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버스기사 B씨는 "현금 탑승객들은 납부안내서를 주고 있지만 방법을 모르시는 노인들이 많고 납부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아 사실상 모든 현금 탑승객의 수납이 어려운 실정이다. 시행 한 달째라 미납 규모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노인층을 중심으로 현금 없는 버스 이용에 어려움이 있고 납부안내서를 통한 계좌이체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금 납부 기간을 자율로 해뒀고 각 운수회사로 요금 납부가 이뤄지기 때문에 계좌이체를 해야 하는 승객들이 실제 요금을 입금했는지 알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제도 시행후 모니터링하는 단계"라며 "현금 승차자 비율이 낮은 버스들로 정책을 시행했는데 아직 현금 없는 버스 노선을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현금 없는 버스 이용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노선은 다시 현금도 받는 것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편의점이나 가판대 등에서 충전식 교통카드를 구입하면 현금 없는 버스를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노인들에게도 이런 충전식 교통카드를 더 안내하면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울 시내 운행하고 있는 현금 없는 버스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 "노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 소외되지 않는 보완책 마련 필요"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정책 시행에서 노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이 (사용 어려움으로) 소외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디지털 취약 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 교수는 또 "법정 화폐 역할을 하는 현금을 버스 결제 수단에서 배제시키는 것도 문제"라며 탑승객이 결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금과 카드 사용을 병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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