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사건파일]㊳ “다이어트 효과 좋다”… 건강·돈 모두 앗아가는 ‘식품위생법 위반’ 범죄

채민석 기자 2023. 4.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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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에 첨가물 섞은 뒤 정상 제품처럼 홍보
농약 등 이물질 허용 수치 넘긴 제품 제조·판매하기도
전문가 “오픈마켓 발전으로 단속 어려워… 소비자 창구 만들어야”

소비자에게 성분을 속인 식품을 각종 방식으로 홍보하고 이를 판매해 부당하게 얻은 수익을 가로채거나, 이물질 검출 수치가 기준치를 넘겼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물품을 판매하는 등 식품위생법 위반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식품위생법 위반 범죄는 단순히 식당 등에서 위생 불량을 이유로 적발되는 경우에 그치지 않고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식품위생법과 관련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 유형은 제품에 ‘허위 성분’을 첨가하는 것이다. 제품 원료에 인증 받지 않은 첨가물을 넣어 제조 단가를 낮췄지만, 마치 정상적인 원료로 만든 제품인 것처럼 홍보해 수익을 내는 형태다.

일러스트=손민균

지난 2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강성수 부장판사)은 식품위생법위반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식품소분업자 A(66)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B(44)씨, C(66)씨, D(34)씨에게도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담쟁이덩쿨의 일종인 시서스 추출물이 체중 감량 등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장 수요가 높다는 점을 이용하기로 공모했다. 이들 일당은 중국 등에서 기능성 원료 심사 등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안전성 및 건전성이 입증된 성분만 추출한 것이 아닌 시서스 분말을 밀수해 이를 타정한 뒤 캡슐로 제조했다.

C씨는 지난 2020년 4월 6일쯤 중국에서 시서스 분말 80㎏을 구입해 인천항으로 밀수했다. D씨도 2020년 11월 4일쯤 중국인으로부터 구입한 시서스 분말 150㎏의 품명을 위장해 인천항으로 반입한 다음 A씨에게 전달했다.

이를 넘겨받은 A씨는 2020년 11월 9일쯤 60㎏ 분량의 시서스 분말을 택배를 통해 청주시 소재의 B씨가 운영하고 있는 식품제조 회사 사업장으로 배송했다. B씨는 사업장에서 시서스 분말 40㎏에 결정셀룰로오스 약 40㎏을 섞어 이를 타정한 뒤 A씨에게 다시 넘겨줬다.

A씨는 성동구 사업장에서 B씨에게 받은 물품을 소분해 병입한 다음 2020년 11월 17일쯤 판매하는 등 총책으로서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 24일쯤까지 3회에 걸쳐 240㎏을 판매했다. A씨가 판매한 안전성 및 건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시서스정 및 분말의 양은 16억8000만원어치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5월 17일 대구지방법원도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북 군위군 소재의 농업회사법인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그는 2021년 4월 16일쯤부터 2021년 9월 6일까지 원료 고추 외에 별도로 구매한 중국산 고추씨분을 첨가해 25차례에 걸쳐 고춧가루 1만5500㎏(시가 1억700만원 상당)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보관이나 체험관 등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원료 함량을 표시하지 않거나 함량을 속인 천마, 녹용, 산삼, 홍삼 제품 등을 고가에 판매한 업체들이 적발됐다. /식약처 제공

제품 검사 결과 농약 등 이물질 허용 수치를 넘겼지만, 이를 무시하고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21일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남양주시 소재 식품제조가공업체 실운영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그는 도토리가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가품질위탁검사 결과 금속성 이물 부적합 판정(금속성 이물 30.4㎎/㎏ 검출, 기준 10.0㎎/㎏)을 받아 회수폐기 대상이 됐지만, 생산 및 작업일지를 거짓으로 작성해 이를 회수하지 않고 판매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은 남원시에서 비닐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 농업인에게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4월 22일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나물의 일종인 곤달비에 농약 잔류 허용 기준인 0.01㎎/㎏을 약 60배 초과해 0.60㎎/㎏가량의 농약이 잔류하게 했고, 이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식품위생법 위반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식품위생법 위반 범죄 발생 건수는 5161건으로, 지난 2018년(4805건)에 비해 7.4%가량 증가했다. 지난 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범죄 건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4000건가량 발생하는 등 국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식품위생법 관련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식품 판매·제조가 자유로워지면서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오픈마켓 등을 통해 식품 판매자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물질을 첨거하는 등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판매자들도 늘어난 것”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단속을 해야하지만, 인력이나 예산 등을 고려했을 때 단속해야 하는 판매자의 수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품위생법의 다양한 위반 유형은 단순 위생문제보다 더욱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식품안전정보원에서 만든 ‘식품안전나라’ 포털 등을 통해 구매하려는 식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식품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창구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식품위생법 위반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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