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빚는 술꾼 도시 청년들 2

리빙센스 2023. 4.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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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꽃 양유미 대표, 감자아일랜드 안홍준 대표

프리미엄 소주의 품절 대란, 내추럴 와인의 부상, 위스키와 전통주의 열풍….그 어느 때보다 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새로운 '술' 라이프를 견인하는 MZ세대의 음주 문화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술은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보여주는 대상이자 취하기보다 '즐기기 위한 것'으로 변모하는 중이다.〈리빙센스〉는 한국 술의 힙한 변화를 주도하는 젊은 양조자들을 만나보고,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무알코올, 제로 열풍 등의 최신 주류 트렌드와 문화와 술을 함께 음미하는 이색 술집까지, 요즘 젊은 청년들이 술을 즐기는 다채로운 방법에 대해 다뤘다.

술꾼 도시 청년들

이쁜꽃이 출시한 다양한 술들

한국 술의 또 다른 장르

이쁜꽃 양유미 대표·이창협 과장

밍글스, 주옥, 라연 등 국내 유수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페어링 주로 러브콜을 받으며, 만드는 술마다 연신 대박을 터뜨린 양유미 대표는 '본의 아니게' 양조사가 되었다. 곰세마리 양조장, 구름아 양조장의 양조사를 거쳐 2020년 주류 회사 이쁜꽃을 설립한 그가 오랜만에 새로운 술을 빚는다. 이름하여 '사랑과 용기'. 마시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빛나게 해주는 술,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풍요로움을 나누도록 해주는 술. 이쁜꽃의 술은 잔이 비워지는 딱 그만큼 우리에게 사랑과 용기를 채워준다.

Q 어떻게 양조사가 되었나요?

처음에는 양조가 아닌 브랜딩을 맡았어요. 친구가 제조한 술의 판매가 굉장히 저조했는데, 마셔보니 맛있어서 제가 알려보겠다고 나섰던 거죠. 로고와 이름부터 전반적인 리브랜딩과 마케팅, 영업까지 담당했어요. 점차 인기가 높아지면서 양조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제가 같이 술을 만들었고, 그렇게 얼떨결에 양조사가 되었죠. 한번 해보니 곧잘 하더라고요(웃음).

Q 바로 그 '꿀술' 이후로 젊은 양조자가 많이 등장했어요.

그 기점으로 전통주를 브랜딩 중심으로 풀어내는 흐름이 생겨난 것 같아요. 당시엔 젊은 세대 사이에 양조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거든요. 제가 만든 술을 계기로 양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Q 여러 양조장을 거쳐 독립적인 회사를 세우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이유는 단순해요. 회사를 차리고 싶던 차에, 전 회사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어요.

Q '이쁜꽃'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사실 후보가 많았는데 친구들이 '이쁜꽃'은 듣자마자 별로라고 했어요. 잔뜩 만취한 상태에서도 "이쁜꽃만은 절대 안 돼"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다른 이름은 잊어도 이쁜꽃만 기억하는구나' 하고 마음을 정했어요(웃음).

Q 두 분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시나요?

양조사와 고객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이창협 과장님은 현재 이쁜꽃의 뮤즈, 혹은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브랜드의 기조와 방향을 함께 잡아가고 있죠.

이쁜꽃이 만들어온 새로운 장르의 한국 술이 충무로 랩실에서 빚어진다.
이쁜꽃이 만들어온 새로운 장르의 한국 술이 충무로 랩실에서 빚어진다.

Q 이쁜꽃은 어떤 술을 만드나요?

마시는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술.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는 적당한 지점을 계속 찾고 있어요.

Q 술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제가 만든 술의 이름처럼 'Love', 'Faith', 'Fantasy'. 딱 이 3가지예요. 우선 '사랑'의 경우, 술은 기본적으로 관능적이어야 하지만, 이는 커뮤니티에 대한 사랑이 밑받침되어야 해요. 좁게는 이쁜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넓게는 지역 농산물을 생산하는 커뮤니티까지 말이죠. '믿음'으로 말하자면, 술은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그래서 잘될 거라는 믿음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술을 마실 때 더 풍요롭기 위해서는 당연히 '환상'이 필요해요. 이 3가지가 술에도 담겨야 하고, 만드는 사람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은요?

3월 말에 '사랑과 용기'라는 술을 새롭게 선보여요. 제가 직접 빚은 술로는 약 3년 만이에요. '만남의 장소' 이후에 많은 양조장에서 비슷한 부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술을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이때 '우리가 잘하는 것은 조화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랑과 용기'는 복숭아, 생강, 꿀, 레몬, 건포도, 후춧가루 등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뤄요. 장기적으로는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양조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INFO

위치 서울시 중구 퇴계로 197(필동2가) 충무빌딩 206호(방문 전 예약 필수)

익숙한 새로움'을 맥주로 구현한 감자아일랜드의 맥주들.

로컬과 함께 성장하는 브루어리

감자아일랜드 안홍준 대표·허주용 헤드브루어

시작은 단순했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강원대학교의 독어독문학과 학생들이 '창의성 발휘'를 주제로 한 수업의 조별 과제를 위해 모였다. 강원도 하면 '감자'가 떠오르고 독일 하면 '맥주'가 떠오르니까 감자맥주를 만들면 되겠다는 농담이 발단이었다. 몇 해가 지나 이제 강원도에서 감자아일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춘천에서 2개의 펍을 운영하고,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지닌 감자아일랜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도전으로 수제 맥주 브루어리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Q 감자맥주는 좀 생소한데요. 어떤 맛인가요?

감자맥주인 '포타 페일에일'은 기본 맥아에 캐러멜라이즈한 맥아를 넣고 감자 당화액을 첨가한 맥주예요. 그래서 색은 익숙한 황금빛을 띠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향이 더해지죠. 시트러스가 코끝을 스치고 마지막으로 감자 전분 특유의 미끈함이 목넘김을 더 부드럽게 해줘요.

Q 공동대표 두 명과 헤드브루어까지 모두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세 사람은 어떻게 서로를 알게 됐나요?

지금 대표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은 같은 과 동기예요. 감자맥주의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수업을 같이 들었죠. 우리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헤드브루어가 되어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요. 친구 중 한 명이 "야, 경영학과에 맥주 만드는 형이 있대" 하면서 허주용 헤드브루어를 소개해줬죠.

Q 각자의 전공이 도움을 준 때도 있나요?

저는 독어독문학과라 철학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요. 그덕에 맥주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보는 관점이 도움이 돼요.

저는 경영학과 영어영문을 전공했어요. 전공자가 아니었다면 그 많은 맥주 관련 서적을 하나도 못 읽었겠구나 싶어요.

강원도를 대표하는 브루어리로 성장한 감자아일랜드.
강원도를 대표하는 브루어리로 성장한 감자아일랜드.

Q 브랜드는 춘천이 아닌 곳에서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왜 춘천에 본거지를 두기로 했나요?

브루어 입장에서 강원도 춘천은 굉장히 매력적인 로컬 스폿이에요.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과채류의 범위가 매우 넓어서 맥주와 접목을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가 커요. 농산물 연구기관도 춘천에 많이 몰려 있어요. 토종 작물을 연구해온 데이터가 방대해서 지역의 먹거리와 맥주를 혼합할 때 도움을 구하기도 쉬워요.

Q 단팥을 이용한 스타우트, 토마토와 바질로 만든 에일, 닭갈비에 잘 어울리는 맥주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한데요. 감자아일랜드가 만드는 맥주들의 공통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우리 맥주를 관통하는 단어를 찾자면 '익숙한 새로움'이에요. 일례로 토마토와 바질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맛있는 조합이지만 그 맛이 맥주로 구현된 적은 한 번도 없죠. 단팥 스타우트의 경우에도 맛있는 '앙버터 스콘'의 맛을 맥주로 구현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는데, 짭짤한 안주보단 베이커리와 잘 어울리는 맛으로 제조했어요. 로컬 브랜드지만 동시에 우리가 새롭고, 재미있다고 여길 수 있는 걸 만들려고 해요. 그래야 같은 세대가 공감할 테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브랜드의 이름이 '감자아일랜드'이니까 무인도를 구매해서 감자 섬을 만들어보고 싶어요(웃음). 강원도에 오면 감자 섬에는 꼭 가봐야 한다는 말이 회자되면 좋겠어요.

INFO

위치 강원도 춘천시 사우로 163(우두동)

CREDIT INFO

editor이승민·박민정(프리랜서)

photographer김잔듸·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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