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설출판 “검정고무신 글·그림 원작자 간 중재 위해 저작권 지분 참여”

2023. 3. 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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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출판그룹, 저작권·수익배분 불공정 계약 의혹 부인

<검정고무신> 사태와 관련한 문제의 중심에는 형설출판그룹이 있다. 이들은 현재 창작자의 날개를 꺾고, 죽음에 이르게 한 ‘만악의 근원’으로 지탄받는 중이다. 이들이 이우영 작가와 맺은 계약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출판사 대표가 저작권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 이우영 작가에게 지급한 수익 배분이 정당했느냐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논리로 이들이 나서서 말하지 않으면 완전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저작권 전체가 원작자에서 출판사로 넘어간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저작권 지분은 쪼개져 있다는 점, 원작자를 상대로 저작권 관련 소송을 벌인 이유 등이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형설출판사 전경 / 김찬호 기자



사실관계 여부는 법원 판결을 통해 가려야 한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법적 판단과 별개로 한번 확인해보고자 했다. “형설출판그룹은 왜 그런 걸까” 하는 부분이다. 출판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게 물어봤지만, “모르겠다. 직접 한 번 물어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오히려 “형설 쪽에서는 뭐라더냐”고 되묻는 상황이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서 문제로 지적한 부분들을 추려 형설출판그룹 산하 콘텐츠를 담당하는 형설앤 정종민 전무를 지난 3월 28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형설출판사에서 만났다. 형설앤은 쟁점이 된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사업의 담당 주체다. 만남 전 정 전무에게 미리 질문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즉석에서 바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가 어떤 설명을 할 때마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보여달라고도 요청했다.

정 전무를 통해 취재하고 확인한 내용은 가감없이 인터뷰 형식의 기사로 정리했다. 이유가 있다. 그의 답변은 대립 상황에 놓여 있는 한쪽의 ‘주장’이다. ‘사실’로 확정된 내용이 아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서다. 고인의 뜻을 이어 받은 대책위는 이미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첨예하게 맞붙은 주장과 주장 사이 사태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3월 28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형설출판사에서 만난 정종민 형설앤 전무는 검정고무신과 관련한 분쟁에 대해 여러 자료들을 보여주며 입장을 설명했다./김찬호 기자



-핵심은 ‘출판사가 이우영 작가의 <검정고무신> 저작권을 빼앗았는가’이다. 대책위 측은 2007년 처음 체결된 이 작가와 형설앤 사이 계약으로 인해 ‘약 15년간 <검정고무신>으로만 77개에 달하는 사업이 진행됐고, 이 작가님은 배제됐다’고 했다.

“‘15년간’이라는 기간 설정부터 틀렸다. 형설앤이 <검정고무신> 관련 애니메이션 사업에 참여한 것은 2015년 초, <검정고무신> 4기부터다. 1~2기는 원작자가 계약에 참여하지 않았고, 3기만 이영일·이우영 작가가 서명해 KBS미디어가 사업을 진행했다. 2007년, 2008년 각각 체결한 사업권설정계약이 있고, 2010년 체결한 양도각서가 있다. 각각의 내용은 분리해 봐야 한다. 2007년 체결한 사업권설정계약은 회사와 창작가 간의 계약이고, 2008년 계약은 <검정고무신> 저작권을 쪼개 가진 사람들 간의 계약이다. 보다 정확히는 애니메이션 및 출판물 활성화를 위해 지분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뒤 사업 주체를 누구로 할지 2008년 계약에서 결정했다. 2010년 양도각서는 사업권설정계약을 위반해서 몰래 작품활동을 하다가 적발돼 또 위반하면 법적 처벌도 감수한다는 각서다. 모두 이 작가의 서명이 있는 계약이다.”

-사업권설정계약을 2007년에 체결했는데 7~8년 동안 사업을 안 했다는 말인가.

“이 작가와 KBS가 2004년 계약한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3기 계약서에는 향후 10년 동안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사업은 KBS미디어가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고 돼 있다. 즉 2014년까지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2010년 초에야 이 사실을 인지했다. 게다가 KBS미디어가 1~3기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화를 추진했지만 투자금 회수율이 약 25% 수준에 불과했다. 적자 콘텐츠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가와 KBS가 맺은 계약과 같은 조건인 사업매출의 3%를 원작료로 작가에게 지급하는 내용으로 계약했다. 또 77개 사업을 하면서 원작자를 배제했다고 하는데 무슨 기준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인지 정확히 좀 알려주면 좋겠다. 사업 분야인지, 계약업체 수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중 몇 개 사업은 우리가 디자인 및 인력비용을 부담하고 진행했다. 캐릭터 및 원작자를 알리는 홍보를 벌였다는 의미다. 이 작가가 직접 참석한 ‘부천시 숲속 만화로’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검정고무신 원작, 애니메이션, 3D 별 캐릭터의 변화./김찬호 기자



-이 작가는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것도 몰랐고, 동의한 적도 없다는 입장인데.

“4기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 전 사업설명회에 참석했고, 방영 소식과 사업설명회 소식을 본인 SNS에 올려 지인들 축하도 받았다. 그때가 2015년 4월 18일이다. 실제 4기 정식계약이 이뤄진 건 4월 27일이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면서 형설 장 모 대표가 <검정고무신> 저작권을 이 작가와 나눠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계약 당시 상황이 있었다. <검정고무신>은 그림만 있는 작품이 아니다. 그림을 그린 이우영 작가와 이야기를 만든 이영일 글 작가가 있다. 두 분 주장이 서로 달라 작품이 미뤄지는 사례가 허다했다. 게다가 KBS는 적자로 인해 4기 제작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었다. 애니메이션화를 하면 수입은 늘어나지만 원작자 간 이견이 있었고, 마땅한 투자자도 없는 상황에서 작가님들이 형설 장 대표에게 투자 제안을 했다. 작가 간 분쟁을 중재하고, 투자도 한다는 의미에서 지분계약 형태로 참여하기로 결정됐다.”

-지분을 쪼갠 대가로 이 작가가 받은 건 없다고 들었다.

“그렇지 않다. 총 3가지 조건의 구두 합의가 있었다. 첫째, 애니메이션에 투자해 달라. 둘째,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가 절판된 책을 복간해 달라. 셋째, 신간을 내게 되면 출간에 적극 나서 달라는 것이다. 이 조건 모두 적극 이행했다. 지분은 처음에는 형설 장 대표가 40%를 갖고, 나머지 60%를 작가분들이 나눠 갖는 방식이었다. 계약 당일 이 작가가 직접 전화를 해서 본인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동생 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대신 그렸으니 지분 10%를 주자고 했다. 이영일 작가도 이에 동의하면서 최종적으로 장 대표 36%, 이영일 27%, 이우영 27%, 이우진 10%가 됐다.”

-그러면 왜 <검정고무신>이라는 작품 자체가 아닌 만화 속 캐릭터 9종에 대한 저작권 등록만 한 것인가.

“처음에 저작권을 어디에 등록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특허청 상표권 등록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하는 방식이 있었다. 이중 저작권위원회는 서류만 내면 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그래서 지분등록을 하기로 하고 모두 함께 갔다. 가서 지분등록을 하겠다고 하니, 신청서 양식을 줬다. <검정고무신>으로 등록을 하려고 하니 미술저작물이니 캐릭터 하나하나를 그려서 내라고 했다. 그래서 <검정고무신> 주요 캐릭터인 기영, 기철, 땡구까지 해서 내려고 하다가 이왕 하는 거 조금 알려진 캐릭터는 다 하자고 해서 9개 캐릭터가 그 자리에서 결정됐다. <검정고무신>이 아닌 캐릭터 9개 지분만 줬다고 하는데 캐릭터는 미술저작물이다. 이 작가의 주장대로라면 글 작가는 왜 지분을 갖게 됐는지 되묻고 싶다.”

형설출판그룹이 이우영 작가에게 지급했다고 밝힌 금액과 세부내역 / 김찬호 기자



-사업을 통해 이 작가가 받은 돈이 12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명목으로 지급된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드렸나.

“애초에 그 1200만원이 어떻게 계산해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형설앤이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화 및 캐릭터 사업을 통해 지급한 돈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2323만원이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검정고무신> 3기 계약으로 작가들에게 지급한 원작료가 500만원 정도다. 형설앤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원작료만 8600만원 지급했고, 이 작가에게는 지분 27%에 해당하는 2323만원을 드렸다. 출판사까지 합치면 형설에서 이 작가에게 지급한 돈이 모두 1억330만원이다. 세부 항목 역시 모두 분류돼 있고 공개 가능하다.”

-<검정고무신>이 알려진 것에 비하면 사실 큰돈은 아닌 것 같다. 형설은 얼마를 벌었나.

“적자다. <검정고무신>과 연계해 나온 책이 30~40권이다. 재판을 찍은 책은 두 권 정도이고 나머지는 초판에서 끝났다. 만화책의 경우 7000~8000부는 찍어야 투자금 회수 및 수익이 나는데 초판만 찍으면 2000~3000부이다. 이 작가의 바람대로 지금까지 총 17종의 책을 복간했다. 작가계약금 및 각종 편집, 인건비 제외한 제작비용만 모두 2억원이 넘었다. 작품당 1000만~2000만원 정도씩 손해가 났다. 애니메이션은 투자금 회수율이 77% 수준이다.”

-상품 사업도 있지 않나. 이 작가는 ‘롯데마트에서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판매했는데 그 대가로 5만6700원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롯데마트와 진행한 검정고무신 행사 관련 세부 내용/김찬호 기자



“롯데마트와의 계약은 한 달 동안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을 홍보하는 내용에 대한 것이다. 즉 상품판매 수익과는 별개다. 왜 이걸 뭉뚱그려서 롯데마트에서 상품을 팔고 5만6700원만 지급한 것처럼 말하는지 모르겠다. 롯데마트와는 1000만원짜리 홍보계약을 했다. 이 1000만원에 대한 원작료 3%를 계약에 따라 지급해 드렸다. 이외에 롯데마트에서 팔린 상품들 각각에 대해서도 로열티 3%씩 정산해 보고서를 보내드렸다. 정산금은 정산지급일인 이달 말에 지급할 예정이다.”

-2019년 이 작가의 개별 창작활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이유는 무엇인가.

“소송을 형설앤이 주도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시작은 2018년 같은 원작자인 이영일 작가가 이우영·이우진 작가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자신의 동의 없이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검정고무신> 관련 작업을 한 것에 대한 저작권료의 정당한 배분을 요구했다. 또 이우영 작가가 <검정고무신>이 본인의 단독 창작물인 것처럼 인터뷰하는 것에 대한 항의였다. 우리가 나선 것은 2018년 내용증명 사건 이후, 정식계약을 맺고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활용한 업체들을 상대로 이우영 작가가 내용증명을 보내기 시작하면서다. 정식 계약한 업체들까지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형설출판그룹이 사업관련 지출한 내역 / 김찬호 기자



-이 작가의 어머니 농장에서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을 상영했다고 소송을 건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데.

“농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에 돈을 내면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관람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명백한 수익사업에 원작이 아닌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것이다. 당장 애니메이션 제작에 투자한 업체 측으로부터 조치 요구가 있었고, 사업의 주체인 우리가 나서 제지하게 된 것이다.”

-만화·웹툰업계의 계약을 두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출판사의 견해는 무엇인가.

“이번에 논란이 된 매절계약은 주로 아동 관련 그림책 등에 많이 적용된다. 이런 책은 2000부 정도 찍는 것이 일반적인데 출판사는 작가 인세 주고, 각종 부대 비용 제하고 수익의 10% 정도를 가져간다. 굉장히 적은 돈이다. 매절계약이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계약을 막으면 앞으로 이런 종류의 책이 출간되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 또 신인작가의 데뷔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선 새로운 그림 작가를 발굴하느니 외국 대형 이미지 제작업체와 계약 맺고, 거기서 제공하는 이미지들을 쓰는 것이 낫다. 사용료만 주면 저작권 문제도 다 풀린다. 비용도 국내 작가들과 계약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매절계약을 문제의 원흉이라고 보는 시각이 과연 초점을 잘 맞추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저작권법을 강화해 매절계약을 막으면 인세계약만 남는다. 아동 그림책이 팔리는 규모는 한정돼 있는 게 현실이다. 글 작가가 따로 있다면 또 수익의 몇% 정도를 인세로 가져갈 텐데, 과연 매절계약으로 받는 계약금보다 수익이 더 많을지는 잘 모르겠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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