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다 빠졌어요"… 4분기 1건 거래됐던 상계1단지 올해 12건
◆ 주택경기 기지개 ◆
서울 강북 지역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단지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단지는 올 들어 이달 30일까지 매매 거래가 총 12건(계약일 기준) 체결됐다. 지난해 4분기 석 달 동안 단 한 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 현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거래신고기한이 한 달 남은 것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1~2월 급매 위주로 거래가 증가했다"면서 "저가 매물이 대부분 소진되자 다시 거래가 주춤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 거래 절벽이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 영향이 크다. 아파트 가격 하락폭 역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역대급 가격 하락 이후 연초에 실수요자들이 '급매 줍기'에 나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가격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는 총 4만1191건으로 전월 2만5761건에 비해 59.9% 급증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67.4%, 지방은 54.9% 증가했다. 수도권은 서울이 50.5% 증가할 때 경기도는 75.5% 증가했고 인천은 65.7% 늘었다. 다만 지난 5년(2018~2022년) 평균 2월 거래량(7만1717건)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286건으로 전월(1161건) 대비 늘었지만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61.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량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와 1·3대책 등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꼽힌다.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KB시세 기준) 주택 구입 시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서울보다 경기도에서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9억원 이하 주택 비중이 더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중저가 주택이 몰린 노원구·성북구 등에서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1·3대책으로 분양시장이 살아난 것 역시 수요자 심리를 움직인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청약 경쟁률 부진으로 대거 미분양이 예상됐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과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가 1·3대책 이후 모두 완판에 성공했다. 최근 분양시장은 분양가와 입지에 따라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핵심 입지 단지들은 높은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 목적 수요도 가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 보유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으로 세율이 인하되고 기본공제액은 높아졌다. 또 중과세율 대상에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가 제외됐다.
전국 최대(9510가구) 단지로 시장 흐름이 선제적으로 포착되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매매 거래가 총 88건 체결됐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33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단지 소재 중개사는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에도 매수 수요가 꾸준하다"면서 "연말 연초 최저점보다 높아진 가격에도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1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7주 연속 하락폭이 감소했다. 서울 강동구는 0.01% 오르며 41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86주 연속 하락하던 세종도 지난해에 이어 2주 연속 올랐다.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발표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는 0.43% 급등했다. 전국 전세가는 전주 대비 0.29% 하락했는데 역시 7주 연속 낙폭이 줄었다.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고 대표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줄다리기가 이어지겠지만 거래량 증가는 반등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불확실한 요인이 금리였는데 미국이 금리를 무작정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실수요자와 투자수요가 함께 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우상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거래량 증가를 본격적인 부동산시장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본격적인 회복세가 되려면 더 높은 가격으로 추격 매수가 이뤄져야 하는데, 2월까지는 급매물 위주로 소진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금리가 높고,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도 급격한 매수세 유입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석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교화는 뒷전 女교도관, 남죄수들과 상습적 성관계”…英교도소 ‘발칵’ - 매일경제
- “진작 이렇게 나오지”…‘오빠차 끝판왕’ 신형 쏘나타, 아빠도 탐낸다 [카슐랭] - 매일경제
- 2023 세계 공항순위...1위 창이공항, 인천공항은 - 매일경제
- “두돌 아이에겐 금물”...무심코 내줬다가 소아 자폐 부른다는 이것 - 매일경제
- 매달 '착착' 입금되니 '든든' 뭉칫돈 몰리는 월배당 ETF - 매일경제
- “이대로 나온다고? 진짜 대박”…‘코란도 후속’ KR10, 깜짝 공개 [왜몰랐을카] - 매일경제
- 더글로리 '예솔이 책가방' 中 짝퉁에 당했다 - 매일경제
- 네이버, 네옴시티 수주전 사우디 정부 2곳과 MOU - 매일경제
- 경기고·서울대 라인 뜨나? 비서실장 이어 신임 안보실장도 - 매일경제
- 선수협 “장정석, 박동원 따로 불러 두 차례나 뒷돈 요구”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