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돌아서면 또…, 제발 불 놓지 마세요" 산불감시원의 호소

천경환 2023. 3. 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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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왜 이렇게 산불이 잦은지. 산등성이 안개가 연기로 보일 지경입니다."

2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일대를 순찰하던 산불감시원 강상규(67)씨는 동행한 연합뉴스 취재진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낭성면에는 그를 포함해 8명의 산불감시원이 근무조를 편성해 하루 8시간씩 산림 주변을 순찰한다.

예년보다 건조한 날씨가 산불을 키운다는 푸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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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낭성면서 3년째 활동하는 강상규씨, 연이은 산불에 긴장 고조
하루 8시간 취약지 돌며 화인 차단, 성묘객 몰릴 다음 주가 더 걱정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올해는 왜 이렇게 산불이 잦은지…. 산등성이 안개가 연기로 보일 지경입니다."

산불현장 가리키는 산불감시원 촬영 천경환 기자

2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일대를 순찰하던 산불감시원 강상규(67)씨는 동행한 연합뉴스 취재진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산불 감시활동을 한 지 햇수로 3년 차에 접어든 그가 담당하는 낭성면에서는 이달 10∼22일 4건의 산불이 잇달았다.

이 불로 축구장 4개와 맞먹는 3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낭성면에는 그를 포함해 8명의 산불감시원이 근무조를 편성해 하루 8시간씩 산림 주변을 순찰한다.

입산객이 많은 주말에는 전원이 투입돼 예방활동에 나선다.

그는 "건조한 봄철에는 밥 먹을 시간도 없다"며 차량 조수석에 식사 대용으로 구비해둔 검은콩 팩 두유와 사탕 등 주전부리를 들어 보였다.

그의 차량에 동승해 1시간 30분 동안 마을 구석구석 이동한 거리는 20여㎞.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산길과 가까운 가파른 경사지를 오르내리면서 그는 쉬지 않고 사방을 살폈다.

해발 400m의 산 중턱 오지마을에 도착해서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산불 예방수칙을 알렸다.

산불감시원 촬영 천경환 기자

그러나 그의 노력을 비웃듯 순찰지역 논밭 곳곳에는 불을 태운 그을음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그는 "논두렁에 불을 놓지 말라고 귀가 아프도록 얘기해도 잠깐 눈을 돌리면 금세 연기가 피어오른다"며 "요즘은 잦은 불로 감시가 강화돼 그나마 소각행위가 뜸한 거지 평소에는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건조한 날씨가 산불을 키운다는 푸념도 이어졌다.

강씨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사삭 부서지는 마른 낙엽을 가리키며 "이렇게 건조한 날씨에는 화목보일러 연통에서 배출되는 열이나 쓰다 남은 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며 "화목보일러 사용 가구도 유심히 살펴야 사전에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청주지역 강수량은 49.6㎜, 강수일수는 12일로 지난해(강수량 62.8㎜, 강수일수 18일)보다 줄었다.

특히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이달은 18.8㎜에 그쳐 전년 대비 30%에 불과하다.

2시간 가까이 산과 들녘을 누빈 뒤 면사무소로 복귀한 그는 10분간의 짧은 휴식 후 다시 차량 트렁크에 1.5㎏ 소화기와 산불 예방 현수막 등을 채워 놓으며 재차 순찰 채비를 했다.

농사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기라서 논밭 태우기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었으나 4월은 입산객이 많은 시기라 잠시도 방심해선 안 된다.

강씨는 "청명(5일)과 한식(6일)이 낀 다음 주는 성묘객이 많아 더욱 위험하다"며 "산불 감시는 기본이고 등산로 입구에 화기 휴대 등도 막아야 해 훨씬 바빠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무리 바삐 움직여도 산불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들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불현장 살피는 산불감시원 촬영 천경환 기자

올해 충북에서는 전년(10건)보다 2배 많은 21건의 산불이 났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3건은 담뱃불, 성묘객 실화, 논밭 태우기 등이 원인이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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