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들으면 귀에 계속 맴도는 ‘귀벌레 멜로디’… 아리아 중 가장 유명[이 남자의 클래식]

2023. 3. 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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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전 대형마트의 광고에서 한 쌍의 남녀가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라며 흥겹게 노래해 전 국민의 귀에 익숙해진 멜로디가 있다.

바로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에 등장하는 아리아(오페라의 독창)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이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변하기 쉬운 여자의 마음을 노래하는 아리아로 이 오페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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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베르디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베르디, 신곡 대유행될것 예감
스포일링 될라 리허설서 제외
초연뒤 10년간 250회나 공연
빅토르 위고 ‘환락의 왕’ 원작
공작 저주 내용에 당국서 검열
대작곡가 존경심에 결국 허락

한 가전 대형마트의 광고에서 한 쌍의 남녀가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라며 흥겹게 노래해 전 국민의 귀에 익숙해진 멜로디가 있다. 바로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에 등장하는 아리아(오페라의 독창)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이다. ‘여자의 마음은 바람에 날리는 깃털과도 같지’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극중 엽색가 만토바 공작의 바람기가 잘 드러나는 노래다.

한번 듣고 나면 계속 귀에 맴돌게 되는, 귀벌레(earworm·자꾸 귓전에 맴도는 곡조) 같은 이 멜로디는 모든 오페라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아리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도 그랬다. 베르디는 이 노래가 대유행이 될 것을 미리 예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연을 바로 앞둔 마지막 리허설에서도 이 노래 부분만큼은 빼고 진행했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당시 베르디의 신작 오페라는 매번 초미의 관심사여서 리허설을 통해 공연도 되기 전에 주요 아리아들이 유출됐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박 예감의 신곡이 스포일링이라도 될세라 특단의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오페라 ‘리골레토’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던 1851년 초, 베르디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작곡했다. 그 이유는 이번 오페라의 시나리오가 되어 줄 희곡이 그 어떤 작품보다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다름 아닌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희곡 ‘환락의 왕, Le Roi s’amuse 1832’이었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읽자마자 흠뻑 매료됐고, 자신의 파트너 대본가 마리아 피아베(1810∼1876)에게 곧장 운문 작업을 할 것을 지시했다. 최고의 원작과 대본, 거기에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의 음악이 더해진다면 역작의 탄생은 당연한 일. 더구나 빅토르 위고의 ‘환락의 왕’은 아직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 아닌가?

대략의 오페라 줄거리는 이렇다. 엽색가 만토바 공작의 궁정광대인 꼽추 리골레토는 공작이 부녀자들을 농락하는 것을 오히려 부추기며 즐긴다. 그러나 자신의 딸마저 공작에게 겁탈당하게 되자 분노에 휩싸여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공작을 죽이려 한다. 하지만 이미 공작을 사랑하게 된 리골레토의 딸 질다는 공작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신 희생한다. 살인청부업자에게 자루에 담긴 시신을 건네받은 리골레토는 사실 그 시신이 공작이 아닌 자기 딸이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악행으로 인한 저주 때문이라고 오열하며 막이 내린다.

하지만 막바지 작업 중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당국의 검열 때문이었다. 천한 광대가 공작의 암살을 시도하는 장면은 절대 불가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바람둥이나 꼽추, 저주 같은 선정적이고 불온한 내용 모두를 수정하라고 했다. 이에 베르디는 “그렇게 시시한 내용이라면 오페라를 만들 이유가 없소”라고 항의했고, 검열 당국은 대작곡가에 대한 존경심으로 결국 때와 장소만 바꾸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베르디의 예감은 적중했다. 1851년 3월 11일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초연이 끝나자, 만토바 공작의 아리아 ‘여자의 마음’은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삽시간에 길거리로 퍼져나가 너나 할 것 없이 부르고 다니는 메가 히트 유행가가 됐다. 그 외에도 질다가 부르는 ‘사랑스러운 그 이름(Caro nome)’, 리골레토의 ‘가신들아, 이 천벌 받을 놈들아(Cortigiani, vil razza dannata)’ 등의 주옥같은 아리아들과 함께 오페라는 큰 인기를 끌어 초연 이후 10년간 250회나 공연되는 대성공을 거뒀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오페라 <리골레토> 중 아리아 ‘여자의 마음’

제3막에 등장하는 아리아로 호색한 만토바 공작이 살인청부업자 스파라푸칠레의 주막에서 호기롭게 부르는 노래이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변하기 쉬운 여자의 마음을 노래하는 아리아로 이 오페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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