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미래의 연금제도 틀을 바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입력 2023. 3.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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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서울=뉴스1) =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같이 보면서 연금체계를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1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 담당 국장의 발언이다. 이날 토론회는 연금개혁을 주제로 국회와 학계, 언론계, 그리고 정부를 대표하는 연금 전문가들이 다 함께 모인 자리였는데, 주무부처 간부가 연금제도에 있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편 정부보다 먼저 연금개혁 논의의 첫 발을 땠던 국회도 당초 논의 중이었던 모수개혁에서 구조개혁으로 이미 그 방향을 틀었다. 지난 2월 연금개혁특위 여야 간사들이 특위에서의 논의가 모수개혁보다 구조개혁에 더 집중되어야 한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은 연금개혁을 위한 두 가지 방법론이다. 모수개혁은 현행 연금제도의 틀을 그대로 둔 채 제도변수, 즉 모수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연금제도의 주요 모수로는 보험료율, 급여지급률, 수급개시연령 등이 있고, 개혁을 통해 이 모수들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므로,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그 과정이 험난하다.

구조개혁은 연금제도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과 직역연금, 퇴직연금을 노후소득보장체계 내에서 종합적으로 연계하여 제도들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므로, 모수개혁에 비해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 실제로 지난 두 번의 국민연금 개혁은 모수개혁에 해당하고, 아직 우리나라는 구조개혁을 해 본 경험이 없다.

구조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경우 예상되는 몇 가지 쟁점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감액 제도이다. 이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동시에 수급하는 경우 국민연금 급여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기초연금 급여를 최대 50%까지 감액해 지급하는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월 32만원 정도 급여액에서 최대 16만원이 깎이는데, 현재 약 50만 명의 노인이 감액 대상이다. 이와 같은 감액제도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연계감액 제도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을 각각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감액이 필요하다는 측 주장의 논거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혜택을 이미 누리고 있기 때문에 기초연금에서 급여 전액을 수급할 경우 그 혜택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득재분배 혜택이란 국민연금 급여액 중 기초연금적 성격을 가진 A급여(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전체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평균액에 비례하고 개인별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동일하게 산정되는 급여) 기능에 따른 혜택을 말한다. 따라서 공공부조에 해당하는 기초연금 급여를 보정하여 공적연금의 혜택을 고르게 나눌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연금의 A급여, 즉 본인의 기여보다 세대 내 재분배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국민연금 수급자에게는 기초연금 급여 일부를 감액하고, 국민연금을 받지 않거나 또는 국민연금액이 낮은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 급여를 감액하지 않고 전부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정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감액을 폐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연금 급여액을 감액하는 것은 노후소득보장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노후 준비가 국민연금 이외에도 금융소득이나 부동산, 사적연금 등으로 다양한데, 기초연금의 대상자 선정 시 소득과 재산, 부채가 모두 고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A급여액에만 연계하여 기초연금 급여를 감액할 경우 수급자 간 소득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제도에 소극적이었던 자가 국민연금 제도하에서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게 될 경우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에 악영향을 준다고 본다. 그 결과 기초연금이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인에 저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계감액 제도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게 불리하므로 지역가입자 또는 임의가입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또는 현재 가입을 한 자들도 탈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 의견을 살펴보면 모두 근거 있는 주장들이다. 이해당사자가 한둘이 아니니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연계감액 제도는 구조개혁 논의에 있어 예상되는 쟁점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여러 쟁점들이 각 연금 제도와 제도 간에 얽히고설켜 있다. 연금제도의 구조개혁이 어렵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쉬운 길에 해당하는 모수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어렵고 복잡하고 결론에 이르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구조개혁의 논의는 꼭 필요하다. 모수개혁만으로는 연금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최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 70%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이면서 결국 연금개혁에 성공했다. 물론 앞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나, 본인의 정치생명을 걸고 소신있게 정면돌파한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연금개혁을 위한 논의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구조개혁에 관한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는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 마크롱과 같은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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