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출산율 걱정하는 정부가 주 69시간제 꺼내다니 경악스러워”
세계적인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장하준 런던대 교수가 주69시간 근무제에 대해 “노동 시간을 늘리거나 임금을 낮춰서 경쟁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노동자의 임금이 우리나라의 4분의 1이고, 베트남은 중국의 3분의 1, 에티오피아는 베트남의 4분의 1이다”라면서 노동자 임금을 낮춰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가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간도 같은 논리다. 주 100시간 일하는 나라도 있는데, 이런 나라들과 경쟁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장 교수는 신간에서 밝혔듯 결국 중요한 것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별다른 묘수 없다. 기술 개발하고 교육·연구에 투자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창의성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69시간 근무제가 ‘마음대로 일할 자유’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18,19세기식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1905년 미국 대법원이 제빵 노동사의 하루 근무시간을 15∼16시간에서 10시간으로 제한한 뉴욕주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을 예로 들었다. 장 교수는 “독극물을 쓰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절대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그걸 자유라고 하는건 전근대적”이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서도 “감세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1950년대 영국과 미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각각 90%, 92%였는데 80년대 이후 엄청나게 감축한 후에도 투자가 늘기는커녕 되레 줄었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2008년의 후편”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해 막았는데,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통해 새로운 틀에서 시작하지 않고 돈 풀어서 막아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920년대 대공항 때는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1차, 2차 뉴딜정책을 펼치면서 금융, 노동, 사회보장 등 제도 개혁을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과 예대 비율 감시만 강화했다는 것이다. 또 자본주의 금융 역사상 가장 낮은 이자율을 10년이상 유지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실물이 아닌 금융 부문에 돈을 풀어 양적 팽창을 한 결과 자산 거품이 잔뜩 끼게 된 것이라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제대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의 기능 자체를 무력화해가면서 해놓은 것이어서 어디에 무슨 폭탄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이 그 때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속 중국 등지면 안돼”
장 교수는 윤석열정부의 경제·외교 정책 노선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쏠린다는 지적과 관련해 “줄 타기를 잘 해야 한다”면서 균형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이 중국의 거칠게 공격하는 것 같지만 중국과 협력할 건 협력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판단이다. 생산 기반 시설이 대부분 중국에 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중국을 배제하는 건 미 국익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 노선이 미·일에 쏠려 있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제1 교역국인 중국을 등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무역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기 때문에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 쪽을 버릴수 있지만, 우린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며 “일본이 추구하는 동아시아 한·미·일 공조에 말려들면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미워서가 아니라 일본이 처한 국제경제 위치가 우리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교수는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에서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를 소재로 경제와 관련한 각종 편견과 오해를 깨뜨리고, 다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과 비전을 제시했다.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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