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만의 종목 스터디 <11>] 에스엠 경영권 분쟁은 어디로…자본시장에 남긴 과제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 분쟁엔 그간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있었던 온갖 종류의 경영권 분쟁 케이스가 모두 녹아들어 있다. 최대 주주와 현 경영진의 분쟁(심지어 인척간)에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 외부 세력 유치를 위한 유상증자, 경영권 매각, 공개매수, 과거 경쟁자였던 업계 1위 기업(하이브)의 참전, 이종 산업 대기업(카카오)의 맞대응 공개매수, 전격 합의 등이 모두 들어있다. 사안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고, 3월 15일 기준 당분간은 여진이 지속될 수 있어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써볼까 했지만, 따끈따끈한 현시점에 다뤄야 더 의미 있는 생각거리도 있어 짚어보고자 한다. 내용이 조금 복잡하니 사안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경영권 분쟁 일지 및 그간 신문 기사 등을 참고하면 좋겠다.
또 하나,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15일 이후 새로운 소식이 나온다고 해도 잡지 발간 일정상 담을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 연일 새로운 소식이 나오고 있어 마감 직전까지 여러 번 고친 글이라는 것 또한 밝혀둔다.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남은 변수는
하이브와 카카오가 큰 틀에서는 합의했다고 하나 아직 이슈는 남아 있다. 에스엠 현 경영진과 카카오에 반발해 지분을 하이브에 넘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최대 주주)가 회사를 포기하는 것에 납득하는지 여부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수만 전 총괄이 지분 전량을 주당 12만원에 넘긴 만큼,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15만원)만큼은 추가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어쩌면 카카오로의 매각 자체를 지속해서 반대할 수도 있다.
맨 처음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불을 지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의 행보도 관심이다. 얼라인은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할 당시 “그 두 배는 받아야 한다”면서 반발했다. 카카오가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때야 경영권 분쟁이 한참 더 지속될 것 같았으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만약 카카오의 공개매수 절차가 끝나면 에스엠 주가도 하락 전환할 수 있다. 현재 주가이익비율(PER)이 40배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38배보다도 높은 수준이기에, 공개매수가 끝나면 에스엠도 20~30%는 조정받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얼라인은 과연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것인가.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증권 업계에서는 얼라인이 빠져나갈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얼라인이 처음 행동주의 운동을 편 이유는 이수만 전 총괄이 라이크기획이라는 별도 법인을 통해 수수료를 편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수만 전 총괄과 하이브는 경영권 매매 계약을 맺을 때, 라이크기획을 청산시키기로 합의했다. 일부 증권 전문가는 “이수만 전 총괄과 하이브의 합의로 라이크기획을 없애겠다고 했을 때, 얼라인은 ‘내 소명을 다했다’고 물러섰어야 했다”면서 “이젠 엑시트(투자금 회수) 할 타이밍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카카오가 35% 지분만 공개매수하기로 한 만큼 오히려 응모 규모가 너무 큰 경우다. 일부 주주의 주식은 카카오가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가 응모 주식은 모두 사주겠다고 발표할 수도 있으나, 3월 15일 현재까지는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로부터 인수한 지분(14.8%)을 포함한 15.78% 전량을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그만큼 소액주주 지분은 카카오가 사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이브는 왜 중도 포기한 것일까. 결국 돈이 원수다. 소문에 따르면 하이브는 산업은행으로부터 3000억원을 대출받았고, 주당 16만5000원에 공개매수를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카오는 바로 18만원에 맞대응 공개매수를 추진할 계획이었다(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하이브는 3월 31일 열릴 주주총회(주총)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컸지만(카카오의 의결권 지분 부족), 어차피 돈 싸움으로 진행되면 언젠가는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 인수를 조건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는 설이 있는데, 소문에 따르면 사우디 측은 추가 지원 의사도 있었다고 한다. 돈 싸움으로 가면 당연히 하이브가 밀린다. 게다가 하이브는 12만원 공개매수 가격조차도 에스엠의 기업 가치에 비하면 너무 비싸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자존심 싸움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다.
에스엠 사태가 남긴 과제는
자, 다음은 이번 에스엠 사태가 자본시장에 남긴 과제다. 행동주의 펀드가 불 지른 곳에 대형 엔터사가 참전하면서 낳은 많은 이벤트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일단, 에스엠(정확히는 이수만 최대 주주)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에 빌미를 줬던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이수만 전 총괄은 굳이 에스엠 사내이사로 재직하면서 받으면 됐을 급여를 라이크기획이라는 별도 법인을 통해 지급받아 논란을 키웠다. 이수만 전 총괄이 매해 받은 수백억원이 적당하느냐는 별개의 사안이다. 정정당당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점이 문제다. 법에 정해진 대로 급여, 혹은 배당으로 수령했어야 했다. 에스엠이 일으킨 매출의 최대 6%를 라이크기획에 넘겼던 부분은 비록 지금은 하이브와 에스엠의 합의로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마땅하다고 본다.
두 번째 고민 포인트는 공정공시가 잘 지켜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카카오는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내내 대항 공개매수를 할 듯 말 듯 하면서 주가 변동성을 부추겼고, 에스엠은 카카오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지 않았다(신주 우선인수권 부여). 그래도 상장사이고 일부 플레이어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는데, 너무하는 것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공시 제도의 원칙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세 번째는 현실과 따로 노는 법 그리고 제도다. 일단 법 처분이 너무 늦다. 만약, 이것은 정말 만약이라는 전제하에 하는 이야기인데,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고 시세 조종을 한 것이 맞는다고 드러난다면(금감원이 이 상황에서도 계속 심도 있게 들여다볼지는 모르겠으나) 하이브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본 꼴이 된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하이브는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법보다 돈이 가까우니 (비록 소액주주들은 신났지만) 자본시장은 어지러워졌다.
주총과 관련한 규정도 바꿔야 한다. 3월 31일 열릴 에스엠 주총에서 양측은 이사진 선임을 놓고 한판 붙을 계획이었는데, 의결권이 있는 주주는 202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주식을 판 뒤였다. 하이브나 카카오나 소액주주 대상으로 의결권을 모을 때 애를 먹었던 이유다. 주총 명부 폐쇄 시점을 주총과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하도록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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