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하락에 빌라 임대사업자 '날벼락'
공시가 기준 보증상한 줄어
상한액 초과 전세금 내줄판
"전세금 반환 대출도 안되고
집도 팔수 없어" 진퇴양난
"보증보험은 무조건 가입하라고 하고 전세금은 토해내야 하는데 대출은 안 되고. 그러면 팔 수는 있게 해줘야 하는데 팔지도 못하게 하고…. 임대사업자 등록한 것 때문에 피눈물 납니다."
27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빌라를 전세로 내놓고 있는 김 모씨는 보증금 반환보험 때문에 요즘 잠을 못 자고 있다. 임대사업자 보증보험은 임대사업자라면 무조건 등록해야 하는 의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전세사기를 막겠다며 보증보험 한도를 축소한 데다, 보증보험 상한액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가 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보증금액 축소로 전세 보증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빌라왕 사태를 계기로 빌라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임대보증보험 한도 축소를 비롯해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보증보험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도 하락해 임대사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국 빌라 임대사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게 하거나 집을 팔 수 있게 퇴로를 열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전세사기 대책의 일환으로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했다. 주택 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도 기존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하향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보증보험 가입 심사 때는 감정평가액을 우선 적용하던 주택가격 산정방식을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빌라를 중심으로 일부 감정평가사가 임대인과 짜고 시세를 부풀리는 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을 '공시가격의 140%→실거래가→감정평가' 순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즉 보증보험 상한액은 공시가격의 140%에 전세가율 90%가 되는 것이다. 공시가격의 150%에 전세가율 100%였던 기존과 비교하면 보증한도가 126%로 축소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증보험 가입 심사 때 주택가격 산정 방식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가 올해 더 내려가면서 보증한도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 수도권 빌라는 전년 대비 평균 약 6.0% 하락했다.
예를 들어, 서울 은평구 전용 64㎡ 빌라는 2022년 공시가가 1억5300만원이었다. 기존 보증한도를 적용하면 최대 2억2950만원까지 보증받을 수 있다. 이 빌라 전세가 2억원이라면 보증한도 내에 있으므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공시가는 1억4400만원으로 떨어졌다. 새로운 보증보험 기준을 적용하면 최대 1억8144만원만 보증이 된다. 현재 전세가 2억원이므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보증보험 한도를 초과했다. 즉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집주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전세가를 2000만원 이상 낮춰야 한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는 공시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오는 하반기 만기 빌라 전세계약의 71%가 동일한 전세금으로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정부가 보증금 반환 대출을 풀었다고 하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여전히 살아 있어 추가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고, 임대사업자대출 역시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가 적용돼 사실상 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이 불가능하다. 임대사업자들은 퇴로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임대사업자들은 등록 의무기간 때문에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판다고 했다. 성 회장은 "의무기간을 못 지키고 팔 경우 과태료가 건당 최대 3000만원 부과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가율이 90%를 초과하더라도 임차인은 보증부 월세 등을 선택함으로써 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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