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대암산을 오르다

김혜숙 창원시 의창구 동산로 2023. 3. 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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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유명한 시계종주 능선 중 하나인 대암산은 여러 곳에서 오를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아들과 나는 정병산에서 시작해 비음산과 대암산을 오르는 B코스를 선택했다.

시험을 앞둔 아들이 대암산의 정기를 받고 오자는 제안에 흔쾌히 산행에 나섰다.

아들의 응원을 받으며 오른 대암산 정상에서 사방을 바라보며 아들의 시험 합격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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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산행기 기고
완연한 봄기운을 즐기며 오른 대암산.

창원의 유명한 시계종주 능선 중 하나인 대암산은 여러 곳에서 오를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쉬운 코스부터 어려운 코스까지 다양한 등산로가 있는데, 사람들은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C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아들과 나는 정병산에서 시작해 비음산과 대암산을 오르는 B코스를 선택했다.

아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 아들은 20대 초반의 젊은이, 나는 50대 후반. 여태껏 등산한 기간을 합치면 5년이 넘지만, 중간에 쉰 기간 역시 3년 가까이 됐다. 틈틈이 운동을 했지만, 등산과는 연관성이 적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집에 온 아들과 함께 산행할 때마다 번번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에 힘이 들었다.

하지만 물러설 순 없었다. 이번에는 이전에 올랐던 것보다 더 높은 대암산에 도전했다. 집과 가까운 곳이었지만 항상 먼 곳만 다녔던 내게는 두 번째 산행이었다. 시험을 앞둔 아들이 대암산의 정기를 받고 오자는 제안에 흔쾌히 산행에 나섰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서 계절마다 달라진 모습으로 든든하게 우리를 반겨준다. 봄기운이 완연한 주말 오후에 아들과 함께 산으로 향했다. 봄기운을 받은 땅은 겨울의 흔적을 흘려보냈고, 바스락거리던 낙엽은 사람들의 발길에 잎들이 부서져 푹신한 길로 바뀌었다. 떨어진 솔잎들 사이로 초록 잎새들이 어머니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고개를 삐죽 내밀기도 했다.

차오르는 숨을 헐떡이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이고 우리 엄마 다 됐네, 다 됐어. 왕년의 산대장 어디 갔데?"

아들이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놀린다. 세월은 못 속인다는 말이 생각나 문득 슬퍼졌다. 옛날에는 아들의 등을 떠밀며 '다 왔어. 조금만 가면 돼'라고 달랬었는데, 이제는 아들이 오히려 나를 달래 준다.

대암산은 높이 669m로 겉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중간중간 나 있는 바위길 덕분에 산행이 지루하지 않다. 힘들 때쯤에는 평지의 푹신한 길이 편안함을 주며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암산 정상석 너럭바위에 앉으면 창원 시내를 비롯해 안민고개, 진해 앞바다, 장유. 진례, 김해 들판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아들의 응원을 받으며 오른 대암산 정상에서 사방을 바라보며 아들의 시험 합격을 기도했다. 화창한 봄 날씨에 창원 시내가 뚜렷하게 보였다. 아들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합격 기도를 올리는 듯했다.

아들과 함께 정상석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며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아들과의 산행으로 좀 더 건강해진 몸을 느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했다. 가까이에 멋진 산이 있음에 감사했다. 다음에는 소방공무원에 합격한 아들과 함께 시계종주에 도전해 보자고 다짐하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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