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13평 빌라 화재… 나이지리아 4남매 안타까운 죽음

김태희 기자 2023. 3. 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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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구에 부모·자녀 등 7명 거주
발화 원인, 멀티탭 합선으로 추정
노후 주택 내부엔 소방 장비 없어
경찰 “부검 의뢰, 정확한 사인 조사”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이 4명이 화재로 사망한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27일 경찰과 소방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경기 안산시의 한 빌라에서 난 불로 어린 남매 4명이 숨졌다. 불이 난 집 안에는 남매를 포함해 이들의 부모 등 일가족 7명이 살고 있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27일 오전 3시28분쯤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40여분만에 꺼졌지만,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이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는 11세·4세 여아와 7세·6세 남아로, 남매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집 안에는 숨진 아이들의 부모와 막내인 2살 여아까지 모두 7명이 있었다.

이날 실시된 경찰과 소방의 1차 감식 결과에 따르면 최초 발화는 해당 가구 현관문 입구 TV와 냉장고를 연결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선 이들 기기와 전선 중에서 합선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숨진 이들이 발견된 가구는 42㎡(약 13평) 규모로 거실과 안방, 작은방으로 이뤄져 있다. 숨진 아이들은 모두 안방에서 발견됐다. 불길을 발견한 부모가 막내를 대피시킨 이후 다른 자녀들을 미처 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이 난 건물은 1994년에 준공됐는데 내부에는 화재 경보기 등 소방 장비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주택의 미흡한 소방설비가 인명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불이 난 사실을 늦게 인지해 초기 대처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불이 난 빌라가 위치한 마을에는 3~4층 높이의 빌라 150여 채가 밀집돼 있었다. 노후 주택이 대부분이지만 보증금 100만~200만 원에 월세 30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보니 주로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동네 사람의 90%는 외국인이라고 보면 된다”라면서 “저렴한 집을 찾아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숨진 남매의 부모는 15년 전 한국에 와 살면서 아이들을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매의 아버지는 낡은 중고차나 중고가전 등을 수거하고 모아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는 무역업을 하고 있었으며, 어머니는 따로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아이 중 A군(7)은 2년 전에도 화재 사고로 화상을 입었던 적이 있는데, 이들 가족은 경제적인 이유로 A군의 치료비 부담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족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나이지리아 국적의 B씨(40대)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 적도 있다”라면서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숨진 아이들의 사인과 신원 파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남매의 사인은 화재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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