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35일의 기적' 포항제철소…"위기 극복 DNA, 100년 기업으로"

양호연 2023. 3.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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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모습 되찾은 1.5m 침수 '2열연공장'…"철강 본원 경쟁력 제고"

[아이뉴스24 양호연 기자] "첫 제품이 나오던 그날 하루 종일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복구가 완료된 지 99일째인데도 여전히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만 납니다."

이현철 2열연공장 파트장의 눈물은 어떤 설명보다 진심으로 다가왔다. 복구 과정을 담은 '135일의 기적' 다큐멘터리 상영 내내 기적을 일군 '주역'들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졌고 눈가는 촉촉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양호연 기자]

지난 23일 사상 최악의 침수피해를 극복하고 조업 정상화에 한창인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았다. 이 날은 수해복구가 완료된 지 99일째 되는 날로 앞서 복구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23일 현장을 찾은 지 4개월 만이다.

◆ 제 역할 되찾은 '제철소의 허리' 2열연공장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포항제철소는 당시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조업이 한창인 제철소 현장에는 활력이 넘치는 듯했다. 그 중에서도 변화가 눈에 띄는 곳은 단연 2열연공장이다. 2열연공장은 '제철소의 허리'라는 별칭을 가질 만큼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아 가장 큰 피해를 겪어야 했다.

2열연공장의 입구에 들어서니 1.5m의 침수수위를 표시한 팻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서민교 2열연 공장장은 침수수위를 표시·기록해 당시 상황을 잊지 말자는 의미가 담겼다고 운을 뗐다. 서 공장장은 "공장 입구에서 사람의 허리만큼 침수됐다는 건 공장 안 지하에도 물이 가득 찼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당시 물을 퍼내는 데만 4주 이상이 걸렸고 30cm가량 쌓인 토사를 치우는 데만 대략 2~3주가 걸렸다"고 회상했다.

곧장 지하 유실·전기실 내부로 들어서니 단번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복구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만 하더라도 2열연 공장의 유실과 전기실은 천장과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과 토사로 바닥이 젖어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천장과 벽, 바닥은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고 침수로 부식된 주요 설비는 페인트 칠 등의 보수작업이 마무리된 모습이었다. 더 이상 토사가 섞인 물이 안전모와 옷에 떨어질 일은 없었다. 유실과 지하실에는 450m에서 480m 길이의 설비가 많아 규모가 축구장 5개 크기에 달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 제품 생산 모습 [사진=포스코홀딩스]

현존하는 용광로 중 가장 스마트한 용광로로 꼽히는 포항제철소 '2고로' 역시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포항제철소 2고로는 4차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로 여겨지며 'AI용광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설비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 등을 통해 자체 제어와 예측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제선 현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들의 노하우가 녹아있는 스마트용광로는 일일 용선 생산량을 240톤 증대시켰다. 이는 1년 기준 8만5천 톤 수준으로 중형 승용차를 연간 8만5천 대 더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 '철강 본원 경쟁력'…벤처·지역사회 활성화 앞장

'135일의 기적'에는 포스코그룹 전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연인원 140만여 명의 헌신적인 노력이 깃들었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또 포스코명장 등 전문 엔지니어들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조업·정비 기술력으로 단 한 건의 중대재해 없이 물에 잠겼던 압연지역 17개 공장들을 순차적으로 모두 재가동시켜 지난 1월 20일 완전 정상화의 기적을 일궜다.

포스코는 제철소 울타리에 차수벽을 설치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다. 포항제철소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가 진행 중인 차수벽은 오는 6월 중 설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135일간의 복구 과정을 담은 '2022년 아픔을 잊고, 미래를 잇다' 전시회를 열었다. 포항 본사 1층에 전시된 작품들은 park1538 역사박물관으로 이관해 영구 보관할 방침이다. [사진=양호연 기자]

이 외에도 포스코는 경상북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포항과 경주 일원의 힌남노 수해복구와 재해예방을 위한 협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수해복구에 활용되는 철강재를 우선 공급하고 자연재해 예방에 효과적인 강교량 및 재난안전 인프라 솔루션을 적용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포스코는 이 같은 침수 피해 극복으로 얻은 철강 본원 경쟁력을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및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팩토리 체제 구축 등에 집중하며 새로운 도약을 목표하고 있다.

실제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선언하며 고로 등 기존 생산방식을 수소환원제철 생산체제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하이렉스(HyREX)' 기반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파이넥스(FINEX)' 설비를 포스코와 공동으로 설계한 영국의 플랜트 건설사와 수소환원제철 엔지니어링 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하이렉스 시험설비 설계에 착수했다.

포스코그룹은 2021년 7월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을 개관하며 태평양 동안의 실리콘밸리와 더불어 태평양 서안에 위치한 '또 하나의 퍼시픽 밸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체인지업그라운드에 입주한 기업은 현재 113개로 기업 가치는 1조4천86억원에 달하며 입주율은 100%로 국내 최고 수준의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사진=양호연 기자]

이 외에도 포스코그룹은 국내 최대 벤처요람인 체인지업그라운드 지원을 통해 국내 전 주기 선순환 벤처플랫폼 구축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또 포항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를 기부하며 지역 명소화에 힘을 쏟는 등 국가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기업시민 실천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복구 활동을 통해 임직원 모두의 일치된 열정과 위기극복 DNA를 되새기고 향후 하이렉스 기술이 글로벌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주도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더욱 굳건해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기업시민의 긍정적 가치 경험으로 확장 시키며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호연 기자(h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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