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어디서 구하죠"…공시가 후폭풍에 빌라 주인 '초비상'

김평화 기자 2023. 3. 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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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내리면서 빌라 임대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졌는데, 보증기준인 공시가까지 크게 내리면서 빌라 시장이 '역전세 초비상'에 걸렸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지금보다 10% 하락하는 것을 전제로 예측한 결과 올 하반기에 만기 예정인 빌라 전세 계약 중 기존과 동일한 전세금으로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하는 주택은 7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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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월세 100만원이 넘는 서울 소형빌라가 급증하고 있다. 금리 인상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로 월세 선호현상이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5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소형빌라(전용면적 60㎡이하) 월세 거래량 4만3917건 중 월세 100만원이 넘는 거래는 3018건(14.6%)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다 수치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시내의 빌라 밀집지역. 2023.2.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 은평구 빌라 임대사업자인 A씨가 운영중인 빌라 원룸 중 한채는 전세보증금이 1억5000만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이 원룸 공시가는 종전 1억8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졌다. A씨가 이 원룸으로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보험 최대 금액은 1억2600만원이다. 오는 5월부터 적용되는 공시가의 140%(기준가격)의 90%(전세가율)를 적용한 금액이다. 새로운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을 우려해 보증금을 낮추면 A씨는 전세계약 만기까지 2400만원을 구해야 한다.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내리면서 빌라 임대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졌는데, 보증기준인 공시가까지 크게 내리면서 빌라 시장이 '역전세 초비상'에 걸렸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6.0% 내렸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61% 내린 것에 비하면 적지만 연립·다세대주택 등 '빌라'는 전세가율이 높은 특성이 있다.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못하거나 반전세로 전환해야하는 경우도 많아질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을 내놨다. 오는 5월부터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조정했다. 주택 가격을 산정할 때 삼는 기준은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낮췄다. 공시가 1억원 집의 전세보증가입 최대 금액이 1억5000만원에서 1억2600만원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공시가 추가 하락으로 '다음 전세계약'에서 임대인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공시가가 하락하면 전세보증금도 그에 맞춰 떨어진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드니 그 이상 전세보증금을 받을 명분이 없다. 보증금 중 일부가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다는걸 받아들일 세입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사례가 늘어 세입자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결국 보증금을 줄인만큼 일부는 월세로 받는 선택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집주인들은 당장 목돈을 구해야 해 불만이고, 세입자들은 월세부담이 생겨 불만이다. 공시가 하락으로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이 더 어려워져 임차인의 권리가 보호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토부는 전세가율이 높더라도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면 보증가입이 가능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지금보다 10% 하락하는 것을 전제로 예측한 결과 올 하반기에 만기 예정인 빌라 전세 계약 중 기존과 동일한 전세금으로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하는 주택은 71%에 달한다. 빌라 평균 공시가가 6% 내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재계약 불가 비율은 60%를 넘길 전망이다.

돌려줘야할 보증금 금액이 갑자기 커지면서 보증금을 마련해 돌려주지 못한 '갭투자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대보증금 반환 연기 방법을 컨설팅하는 변호사가 생길만큼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부동산 등기 신청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에 대한 임차권등기명령이 신청된 부동산 수는 전국 2682건으로 지난해 2월(616건)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만 2217건 신청됐다.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는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를 구제하기 위한 장치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공시가격과 전세가율이 떨어지면서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금액이 낮아질 전망"이라며 "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면 다음 전세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이어 "현금 여유가 없는 임대인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다음 전세세입자가 구해지기 전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전세가율이 낮아져 전세보증금의 미반환 위험이 줄어들 순 있겠다"면서도 "올해 전세가 만기인 연립, 다세대주택의 전세 임대인과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시가를 대폭 낮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줄어들면 아파트 주인들은 살리고 빌라 주인들만 잡겠다는 것"이라며 "역전세가 늘어나면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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