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더 이상 못 버티겠다"…윤경림 KT 대표 후보 하차 이유는?
윤경림 KT 대표 후보 사퇴 확정 시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오리무중 KT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이중삼·정소양·박경현·최문정·최지혜·이선영·박지성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정소양 기자] 지난 한 주 내내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졌는데요. 포근한 날씨에 시민들의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경제계는 딴판이었습니다. 철이른 '꽃샘추위'가 찾아온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KT는 차기 수장 인선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KT의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된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후보 사퇴 의사를 전했습니다. 윤경림 사장의 후보 사의가 받아들여진다면 KT는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관심이 높았는데요. 어려운 경제 상황 속 서민들의 관심은 '대출금리'의 상승 여부였습니다. 당초 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베이비스텝'을 밟은 만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차주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양새입니다.
마지막으로 유통가에서는 글로벌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방한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르노 회장은 2박3일 동안 국내 주요 유통업계 수장들을 잇달아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요. 유통업계 총수들은 아르노 회장에게 향후 루이비통 입점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우선, KT 차기 대표 인선과 관련한 이야기 나눠보실까요.
◆윤경림 KT 대표 후보, 결국 사퇴 선언…"더 버티면 KT가 어려워질 것"
-경제계에서 가장 핫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된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의 중도하차 선언이었죠. 어떻게 된 일인가요?
-네. 윤 사장은 지난 22일 KT 이사진을 만난 자리에서 차기 대표 이사 후보직에서 사퇴 의사를 전했습니다. 지난 7일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된 지 약 보름 만의 일입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사장은 당시 "내가 더 버티면 KT가 어려워질 것 같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T 이사진은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윤 후보의 사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집니다.
-KT의 차기 대표 후보 찾기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권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KT 내부 승진을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윤 사장의 사퇴 선언에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통신업계는 이번 윤 사장의 대표이사직 중도하차 이유로 KT 바깥에서 제기된 '외압'을 꼽고 있습니다.
사실 윤 사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세 번째로 뽑힌 KT 대표 후보입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16일과 28일 두 차례 구현모 현 KT 대표의 연임 적격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대표 인선을 두고 여당과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의 반대가 이어지자 지난 2월 9일 대표 선임절차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후보자 공개모집까지 지원한 구 대표는 지난달 23일 결국 연임을 포기했습니다. 윤 사장은 이후 남은 후보자들과의 공개면접 등을 통해 대표로 선정됐습니다.
그러나 윤 사장을 향한 외부의 의구심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가 최종 면접대상자 4인 중 한 명으로 꼽히자 국민의힘은 "구현모 대표가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자기의 아바타로 출마시키고,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부문장을 2순위로 (후보군에) 넣으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면서 "철저히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그동안 KT 대표 선임전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뜻을 같이하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까지 시사한 1대주주 국민연금 역시 이 비판에 암묵으로 동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분 7.79%(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을 보유한 현대차그룹도 "주요 안건에 대해 대주주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며 국민연금과 뜻을 같이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습니다.
한 시민단체가 구현모 대표와 윤 사장을 배임과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로 고발해 검찰이 조사에 착수한 일도 있었습니다.
-구현모 KT 대표의 임기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까지인데요. 윤 사장의 후보 사의가 받아들여지면 KT는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KT 이사회가 윤 사장의 사의를 받아들이면 이번 주총 안건으로 올라있는 대표이사 선출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윤 사장이 추천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 태스크포스(TF)장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 폐기됩니다.
KT 정관에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의 유고 시에는 직제규정이 명하는 순으로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에 따라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박종욱 경영기획본부장(사장) 등 미등기임원 중 1명을 절차를 걸쳐 임시 대표이사로 뽑을 수는 있습니다만, 이 역시 15~20일이 걸립니다. 일각에서는 다음 주총까지 구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T는 올해 1분기가 지나도록 임원 인사나 조직개편 등을 하지 못했습니다. 직전 인사가 지난 2021년 11월이었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또한 케이뱅크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와 초거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와 수익화 작업 등 미래 먹을거리 확보를 위한 경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대표 자리 공석이 현실로 다가오자 '상반기를 통째로 날릴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통신업계는 KT의 대표 선임절차가 또 원점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앞서 대표 후보 공개모집 당시 유력 인사로 거론된 새누리당 소속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권은희 전 의원(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을 비롯해 윤 대통령 후보시절 자문을 맡은 김기열 ICT희망운동본부 본부장(전 KTF 사장), 3선 국회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냈고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IT특보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만 집권 여당과 국민연금이 누굴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오는 31일 KT 정기 주주총회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리는군요. 직원 5만8000명에 50개 계열사, 재계 순위 10위권의 '국민기업' KT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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