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사관학교... 입학경쟁률 반토막에 자퇴 갈수록 늘어 [만물상]
군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는 1701년 덴마크에서 처음 생겼다. 영국은 1720년, 프랑스는 1748년에 설립됐다. 프랑스 사관학교 출신들이 나폴레옹 전쟁 때 크게 활약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16세에 사관학교를 졸업한 나폴레옹은 오합지졸 군대를 단기간에 최정예 부대로 탈바꿈시키고 뛰어난 전략으로 유럽 각국 군대를 격파했다. 영국 왕실의 왕자 다수도 사관학교를 나왔다.
▶미국 육군 사관학교는 1802년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세웠다. ‘웨스트 포인트’는 독립전쟁 때 뉴욕을 지키던 허드슨강가 요새 이름에서 땄다. 단순한 장교 양성이 아니라 미국을 이끌 지도자를 배출한다고 표방했다. 전국 고교에서 전교 5등 안에 드는 엘리트들이 연방 상원 의원의 추천서를 받아야 입학했다.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어렵다고 한다. 아이젠하워·카터 대통령을 비롯해 정·관계와 기업 리더를 무수히 배출했다. 사관학교 졸업생이 5년 의무 복무를 마치고 일반 기업에 가면 연봉이 대졸자보다 3~4배 높았다.
▶한국에선 1946년 5월 태릉에서 육군 사관학교가 문을 열었다. ‘애국심에 찬 청년들에게 군사 지식을 보급하여 국가의 간성이 되게 하겠다’는 게 개교 취지였다. 많은 인재가 몰렸다. 교육과 규율은 엄격했다. 술·담배·결혼을 금지하는 3금(禁)도 있었다.
▶영화 ‘사관과 신사’에서 주인공은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교관은 수시로 “못 할 거면 자퇴하라”고 몰아세운다. 이를 못 이기고 중도 포기하는 생도가 나온다. 하지만 소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육사 자퇴생이 점점 늘어 작년엔 2018년(9명)의 7배(63명)가 됐다. 1학년은 10명 중 1명이 자퇴했다. 공군·해군 사관학교도 자퇴가 2배 가까이 늘었다. 교육·훈련을 못 따라가서가 아니라 ‘진로 변경 고민’(58명) 때문이라고 한다. 장교 처우도 불만족스럽고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사관학교 입학 경쟁률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퇴생들은 “몇 년 후 임관하면 월급이 병장보다 적어지는데 이런 대우 받고 군 생활을 해야 하느냐”고 말한다고 한다. 지방·전방 근무가 많고 연애·결혼·자녀 교육 여건도 어렵다. 계급 정년이 있어서 진급에 탈락하면 40대 초반에 밀려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군에 대한 예우도 사라졌다고 한다. 자퇴생들은 대입 재수를 하거나 다른 대학에 편입한다. 기본 군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3~4개월 군 복무 단축 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 자퇴 이점도 있다. 사관학교의 위기는 안보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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