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직접민주주의도 볼거리...4월 중세축제-음악축제도

2023. 3. 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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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펜첼 란츠게마인데 관심
취리히,루체른도 축제 들썩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찬성하면 손드세요.” 고교 사회탐구 과목에만 간략히 언급된 진짜민주주의,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가 축제 처럼 펼쳐진다. 전통 장검을 차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현장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귀한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콩밭 메던 아주머니도, 젖소 젖을 짜던 이웃집 아저씨도, 모두 위정자이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물리적 한계를 이유로 채택하고 있는 간접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즉 대리자인 국회의원이 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국민의 뜻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를 진짜민주주의라고 칭하는 이유이다.

아펜첼 직접민주주의 현장

4월엔 스위스 아펜첼(Appenzell)에서 직접민주주의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가 열린다.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도여서, 이때 여행객들도 몰린다. 그리고 아펜첼 주민들은 지구촌 여행객들이 보는 앞에서 자랑스럽게 ‘정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4월 스위스 루체른에서 음악 축제가, 취리히에선 중세 복색의 새봄 맞이 퍼레이드, 달집태우기 같은 축제가 이어진다. 남들보다 봄을 한달 늦게 맞는 스위스의 4월은 희망 가득찬 페스티벌로 들썩인다.

▶아펜첼(Appenzell) 직접민주주의= 아펜첼에선 보통 4월 마지막 주 일요일 또는 5월 첫째 주 일요일에 선거가 열린다.

전원풍경도 아름다운 아펜첼 주민들은 정부 기관과 법정 판례 등 법과 재정에 관련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 해에 한 번씩 마을 광장에 모인다. 기록에 따르면 란츠게마인데가 처음 열린 것은 1294년으로, 뤼틀리(Rütli) 들판에서 스위스 연맹이 탄생한 1291년 이후 3년이 지나서이다.

아펜첼의 아름다운 풍경

중앙 스위스와 동부 스위스의 몇몇 칸톤과 슈비츠(Schwyz) 칸톤 및 그라우뷘덴(Graubünden) 칸톤에서는 이런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가 더 작은 규모로 행해지고 있었다.

표결에 앞서 의안에 대한 공개토론이 벌어지는데, 마을 대표 뿐 만 아니라 누구든 나도 토론하겠다고 나서면 참가할 수 있다. 투표는 손을 들어 진행되고, 집계자는 숫자를 정확히 재는 달인이다.

란츠게마인데는 원래 남자들만 참여할 수 있었고, 대대로 물려받은 장검을 차야지만 투표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1990년부터는 매년 4월 마지막 주 일요일, 여자들이 남자들 옆에 서서 투표장에 입장한다. 여자 시민들은 단검과 장검 대신에 간단히 분홍빛 표를 제시하면 된다.

루체른
멘델스존 축제가 열리는 루체른 KKL

▶루체른 멘델스존 축제=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루체른시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단장 리카르도 샤이)는 음악 축제를 펼친다. 초기 로마시대 때부터 아헨, 뒤셀도르프, 쾰른 등에서 열렸던 역사적인 음악제의 ‘라인’(Rhineland) 맥락에 맞춰 축제가 진행된다. 1833년과 1846년 사이, 일곱 회에 걸쳐, 펠릭스 멘델스존은 ‘라인 하부 음악제(Lower Rhine Music Festivals)’라 불리던 축제를 감독한 바 있다. 루체른과도 인연이 있음은 물론이다. 축제기간 그의 교향곡 5개 전곡을 연주하게 된다.

로베르트 슈만은 멜델스존를 우러르며 “19세기의 모차르트”라 칭송했고, 멘델스존을 고전주의자로 성립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리카르도 샤이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이 둘을 짝으로 이뤄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작품과 롤 모델, 후계자들을 비교해 보는 탐색 시간을 갖는다. 리카르도 샤이는 수년 동안 멘델스존을 깊이 있게 연구해 왔으며, 멘델스존의 세계에 심취해 살았다.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은 컬쳐 콩그레스 센터(The Cultural and Congress Centre)로, 독어로 KKL이라고도 불린다. 루체른 중앙역을 나오면 바로 오른편 호반에 위치한다.

세계적인 명소가 된 한국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직 이젤바트는 루체른과 60km가량, 아펜첼과는 200km 가량 떨어져 있다.

취리히 중세축제
취리히의 뵈외그 태우기는 한국의 달집태우기와 형태와 의미가 비슷하다.

▶취리히 젝세래우텐(Sechseläuten)= 매년 4월17일 취리히 길드와 시민들은 전통 축제, 젝세래우텐(Sechseläuten)을 통해 취리히 전체를 중세 시기로 되돌린다. 젝세래우텐은 배고프고 추웠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옴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로, 일요일 저녁부터 아이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약 3천 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 밴드들이 아기자기한 어린이 가장행렬에 동참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쭈그 데르 쮠프트(Zug der Zünfte)라 불리는 월요일 길드 행렬로, 중세 의상으로 치장한 약 7000여명의 군중과 500필의 말, 30개의 음악대, 50여 개의 이동 무대가 시내 곳곳을 행진한다. 취리히 시민들 대다수가 중세 때의 옷으로 변장을 하고 길거리를 메우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유럽 최대 규모의 행진에 속한다.

행렬은 젝세래우텐 광장(Sechseläuten Platz)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마치게 된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겨울의 상징인 눈사람 뵈외그(Böögg)가 설치되어 있는데, 저녁 6시가 되면 장작더미에 불이 붙여지고, 말을 탄 길드 남성이 불길에 휩싸인 거대 눈사람 주변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젝세래우텐 행진(Sechseläuten March)’이 펼쳐진다.

솜과 폭죽으로 채워져 있는 뵈외그는 겨울의 상징으로, 뵈외그의 머리에 불이 빨리 붙어 폭발할수록 맑고 더운 여름이 온다고 전해진다. 한국의 달집태우기와 형태-의미가 비슷하다. 뵈외그 높이 3.4m, 그 아래 장작더미 높이 10m. 2016년에는 뵈외그가 폭발하는데 43분 34초나 걸린데 비해 2017년에는 9분 56초 만에 폭발해 환호한 적이 있다.

춘분 후 첫 월요일을 봄의 시작이라 여겨 축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 전날일 일요일 어린이 퍼레이드에는 만 5세에서 15세에 해당하는 2000-3000명이 시내를 행진하고 청소년 음악대 800여명이 동행한다.

체르마트 콘서트 먹거리 코너
체르마트의 밤 콘서트

▶체르마트 콘서트= 한국인에게 워낙 유명한 체르마트는 아펜첼 까지 250km, 루체른까지는 170km 떨어져 있는 스위스 남동부 관광거점이다. 아는 것과 가보는 것, 이미 가봤지만 떠나고 싶을 때 현지엔 뭐가 특별한지 아는 것은 다 다르다. 그래서 유명관광지를 두고 “색다르지 않잖아”라고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스위스 홍보대사였던 복싱배우 이시영의 추억, 파라마운트 타이틀이라는 족적, 윈터 레저의 메카, 전형적인 스위스 청정생태 등의 매력은 원래 있는 것이고, 오는 4월 11일부터 15일까지 체르마트는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폭발적 무대가 펼쳐지는 콘서트장으로 변한다.

긴 겨울 탓에 체르마트가 봄을 맞는 방식은 매우 열정적, 정열적이다. 바로 온몸을 흔들고, 목청껏 소리지르는 음악 축제를 통해서다. 마을 중앙에 지름 48m의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공연이 알프스의 차가운 겨울 공기를 뜨겁게 달구며 봄을 향해 손짓한다. 바로, ʻ체르마트 언플러그드(Zermatt Unplugged)ʼ 축제다.

언플러그드는 티켓 세일이 수개월 전에 이미 시작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음악 축제다. 2007년에 토마스 스테르치(Thomas Sterchi)와 마르코 고다트(Marco Godat)에 설립된 축제로, 가수와 작곡자를 위한 페스티벌이었다. 그 진가를 알아본 세계의 팬들이 순수한 음악의 소리를 찾아 체르마트로 몰려들고 있다. 그동안 수잔 베가(Suzanne Vega), 크리스 디 버그(Chris de Burgh),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빌리 아이돌(Billy Idol),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원리퍼블릭(OneRepublic), 만도 디아오(Mando Diao) 등이 공연을 하며 그 명성을 쌓아 왔다.

올해의 라인업에는 탈로스(Talos), 패신저(Passenger), 루시 로즈(Lucy Rose), 베어스 덴(Bear’s Den), 엘리스 머튼(Alice Merton) 같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정규 콘서트 프로그램 외에, 서포팅 프로그램(Supporting Program)도 마련되어 있는데, 어쩌면 정규 프로그램보다 더 흥에 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포이에 마키(Foyer Marquee)에 차려진 다양한 음식 부스에서 다양한 별미를 맛보며 콘서트 전에 축제 분위기에 젖을 수 있다. 테이스트 빌리지(Taste Village)에서는 각종 먹거리와 함께 따뜻한 벽난로가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며 뉴 탤런트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축제의 메인 스테이지는 마을 중앙에 위치한 거대 천막, 마키 스테이지(Marquee Stage)다. 지름이 48m나 되는 스위스 최대의 천막으로, 2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수넥가(Sunnega)에서는 노을을 배경으로, 해발 2288m에서 작은 콘서트가 펼쳐지기도 하고, 체르보(Cervo) 리조트가 무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티켓은 축제 홈페이지에서 판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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