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보다 농도 높다”…휴양림의 ‘초미세먼지 미스터리’
도심은 ‘좋음’ 예상밖 조사 결과
“숲내 풍속 낮아 공기 정체 탓” 분석
봄을 맞아 시원한 경치와 청량한 공기를 즐기러 근처 산이나 자연휴양림, 수목원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그런데 휴양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도심보다 높다면? 모두의 예상을 깬 조사 결과가 강원도에서 나왔다.
강원도 직속기관인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강원 지역 대표 휴양림인 춘천 강원숲체험장과 집다리골자연휴양림, 홍천 가리산자연휴양림 3곳의 대기질을 조사했다. 울창한 숲과 청정한 공기를 자랑하는 강원도 휴양림의 매력을 홍보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첫 조사였다. 하지만 지난 1일 발표된 조사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 연구원이 지난해 분기마다 일주일씩 이동측정차량을 이용해 대기질을 조사했더니, 강원숲체험장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7㎍/㎥로 연평균 환경 기준(15㎍/㎥)을 웃도는 ‘보통’ 수준이었는데, 같은 기간 춘천 도심인 석사동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좋음’(13㎍/㎥)을 나타낸 것이다. 집다리골자연휴양림과 가리산자연휴양림도 각각 13㎍/㎥와 14㎍/㎥로 측정됐는데, 같은 기간 춘천 도심은 12㎍/㎥로 휴양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근소하게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초미세먼지와 달리 미세먼지(PM-10) 농도는 휴양림 3곳 모두 도심에 견줘 낮았다. 강원숲체험장 21㎍/㎥, 집다리골자연휴양림 20㎍/㎥, 가리산자연휴양림 14㎍/㎥로 측정된 기간에 도심은 각각 24㎍/㎥, 24㎍/㎥, 21㎍/㎥를 나타낸 것이다.
산림청선 “피톤치드·꽃가루도
초미세먼지로 측정될수 있어”
환경과학원 성분 조사서도 ‘연관성’
이런 예상 밖 결과가 나온 이유와 관련해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은 ‘풍속’에 주목한다. 조사 기간 강원숲체험장의 평균 풍속은 0.4m/s에 불과했지만 도심 지역 평균 풍속은 1.2m/s였다. 휴양림의 낮은 풍속은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고유 환경 때문인데, 풍속이 낮으니 대기가 정체돼 숲에 유입된 미세먼지를 밖으로 배출하지 못해 농도가 올라갔다는 게 연구원 쪽의 설명이다. 연구원이 조사한 분기별 풍속도 강원숲체험장의 평균 풍속이 도심의 27~3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왜 미세먼지 농도는 낮은데 초미세먼지만 휴양림이 더 높게 나오는 것일까. 숲의 오염물질 정화 능력을 강조해온 산림청의 설명은 다르다. 울창한 숲은 피톤치드 등 치유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데, 치유 물질의 지름이 2.5㎛보다 작다 보니 측정기가 이를 초미세먼지로 잘못 인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과 연구관은 “미세먼지 측정은 단위 면적당 질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물질의 성분은 보지 않는다. 피톤치드나 꽃가루처럼 아주 작은 알갱이들이 모두 초미세먼지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휴양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온다고 해서 이를 전부 오염물질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춘천지역 초미세먼지 상세 성분 결과’ 보고서도 산림청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춘천의 초미세먼지 성분 구성비를 살펴봤더니 다른 지역보다 유기탄소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이는 자연적휘발성유기화합물(BVOCs)의 전환 등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보고서의 추정이다. 자연적휘발성유기화합물은 산림 등 자연 발생원에서 방출되는 휘발성이 높은 유기화합물로, 대표적으로 피톤치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 국립환경과학원은 청정도시로 알려진 춘천이 서울과 비슷한 초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내자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초미세먼지를 측정해 상세 성분을 조사했다.
김태우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청정대기과장은 “강원숲체험장의 경우, 초미세먼지를 제외한 모든 항목이 청정 지표를 충족하는 깨끗한 수준이다. 아직 휴양림의 대기질에 대한 연구가 걸음마 단계인 만큼, 지속적인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실태와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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