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모펀드 투자했다 132억 못 받은 서울국제학교…성남교육청, 교비 횡령·배임으로 수사의뢰

이학준 기자 2023. 3. 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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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학교 재무회계실장, 사모펀드에 교비 220억원 투자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환매중단으로 132억원 못 돌려받아
퇴직금 5억원 과다 지급하고 교직원 소득세까지 교비로 납부
성남교육청 “시정조치 완료되지 않으면 추가 고발할 것”
경기 성남 수정구 소재 서울국제학교(SIS) 캠퍼스./서울국제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1년 수입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경기도 성남 서울국제학교(SIS)의 직원이 교비 220억원을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환매 중단으로 132억원을 돌려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교비가 그간 전·현직 교직원들의 세금·건강보험 납부 등으로 새어나간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1973년 세워진 서울국제학교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외국인학교 인가를 받은 곳이다. 설립 당시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학생들 교육을 위한 곳이었으나, 이른바 ‘아이비리그’로 상징되는 해외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현재는 고소득 전문직 자녀들이 앞다퉈 입학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국제학교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이거나, 학생이 해외서 3년 이상 거주했을 경우에 입학할 수 있다.

서울국제학교 연 학비는 2000만~3200만원으로 2021년 기준 1년 등록금 수입만 235억원 수준이다. 그밖에 행정활동수입 61억원 등을 합치면 한해 수입만 300억원이 넘는다. 특히 2021년 기준 서울국제학교가 기금 차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적립금은 1740억원에 달한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작년 발표한 2021년 국내 사립대 적립금 현황과 비교해보면 한양대(1730억원), 국민대(1591억원), 경희대(1126억원) 등보다 많은 수치다.

◇ 교비 220억원 홍콩계 사모펀드 젠투에 투자한 혐의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남교육지원청으로부터 받은 ‘서울국제학교 교비회계 관련 민원조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성남교육지원청은 서울국제학교 재무회계실장 이모씨를 업무상 횡령·배임과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7조 위반 등 혐의로 지난달 성남수정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는 2019년 4월과 같은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교비 220억원을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홍콩계 사모펀드인 ‘젠투(Gen2)’에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 당시 만기는 1년 뒤인 2020년 4월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환매가 중단되면서 계약금의 60%인 132억원은 현재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남교육지원청은 서울국제학교가 사모펀드에 투자한 행위 자체가 횡령·배임은 물론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위반된다고 봤다. 이 규칙에 따르면 학교는 교비 등 세입금을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데, 교비로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은 규칙상 ‘예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남교육지원청은 이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이씨로부터 미회수금 132억원을 변상해 교비회계로 보전조치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서울국제학교는 “이씨는 교비 소유권자인 밴 아담스로부터 회계관리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 받았으므로 횡령 또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무·회계 규칙 7조에서 규정한 ‘신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할만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처분 사항에 대해서는 성남교육지원청에 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외국인이 운영해야 하는데...한국인이 대신 수행하고 중도퇴직금 4배 받아가

서울국제학교 교비가 사적으로 유용됐다는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조사 결과 서울국제학교 행정총괄처장인 지모씨는 중도정산퇴직금 명목으로 5억6463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은 1일 평균임금을 산출한 뒤 학교 규칙에 따라 3배 요율을 적용해 산정해야 하는데, 4배로 적용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낸 것이다.

서울국제학교를 운영해야 할 사람은 설립자이자 미국인 밴 아담스다. 90세가 넘는 고령인 그는 2002년 미국으로 떠난 후 건강이 악화되면서 학교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지씨가 밴 아담스 일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금 과지급에 대해 학교 측은 “지씨가 임원 또는 근로자 여부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퇴직금 규정도 제정돼 있지 않다. 퇴직금 지급의 유일한 사례인 전 행정총괄처장에 대한 퇴직금 지급 예에 준한 평균임금을 적용해 산정했다”고 했다.

성남교육지원청은 지씨에게 과다하게 지급된 급여와 퇴직금 6억7635만원을 회수해 교비회계로 세입조치하라고 요구했다.

◇ 교비로 전현직 교직원 세금·보험료 납부도

서울국제학교 교비는 전·현직 교직원 등의 세금·보험료 납부에도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지씨는 그간 자신의 소득세 1억1192만원을 교비로 대납했고, 학교에서 퇴직한 전(前) 총교장 A씨 가족들의 건강보험료도 교비로 납부됐다.

성남교육지원청은 서울국제학교가 A씨와 홍보자문계약을 맺은 대가로 A씨 가족들 보험료를 지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성남교육지원청은 “업무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적정하게 산출하고 계약에 대한 대가를 용역을 수행한 자가 정당하게 지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교비로 세금을 대납한 것과 관련해 학교 측은 “지씨를 포함한 교장단에게 소득세액 만큼을 수당형식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소득 및 퇴직금에 관한 세금을 학교가 보전해주는 내용으로 연봉계약이 체결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 총교장) 가족들의 보험료를 지급한 것보다는 직접 용역계약을 체결하라는 교육청 권고에 따라 시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0개월이 넘는 감사를 진행한 성남교육지원청은 시정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추가 고발과 수사의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성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부·법제처·경기도교육청 등에 있는 자문 변호사들로부터 (사건과 관련한) 법률 검토를 마쳤다”며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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