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색·경고색 둘 다 가진 무당개구리가 진화의 비밀 알려줬다

조홍섭 2023. 3. 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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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우거진 계곡에서 만나는 무당개구리는 등이 여느 개구리처럼 초록빛과 검은 반점이 어우러져 잘 보이지 않는다.

보호색과 경고색을 모두 갖춘 이런 개구리에 경고색 진화의 비밀이 숨어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보호색을 띤 종이 곧바로 경고색을 띠는 종으로 진화한 게 아니라, 무당개구리처럼 평상시에는 위장 색을 띠다가 위험할 때만 선택적으로 경고색을 보이는 중간단계를 거쳤다는 사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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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보통 때는 보호색, 위협 받으면 경고색 드러내
보호색에서 경고색 직접 진화 아닌 중간단계 거쳐
양서류 1400종 계통 분석, 강창구 서울대 교수 연구
무당개구리는 놀랐을 때만 배의 경고색을 드러내고 평상시는 등의 보호색에 의존한다. 보호색에서 경고색으로 진화하는 중간단계를 보여주는 종이다. 김현태,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숲이 우거진 계곡에서 만나는 무당개구리는 등이 여느 개구리처럼 초록빛과 검은 반점이 어우러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건드리면 붉은 바탕에 검은 무늬가 선명한 배를 드러내 독이 있음을 과시한다. 보호색과 경고색을 모두 갖춘 이런 개구리에 경고색 진화의 비밀이 숨어있다.

강창구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경고색이 처음에 어떻게 진화했는지 양서류를 대상으로 한 광범한 연구를 통해 밝혔다.

경고색이 어떻게 출현하게 됐는지는 진화생물학의 오랜 수수께끼로 ‘경고색의 역설’로 불린다. 밝고 선명한 경고색을 띤 돌연변이 개체가 처음 출현했을 때 살아남기 힘든데 어떻게 이런 형질이 진화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 힘들었다.

경고색 개체는 보호색을 띤 동료보다 포식자의 눈에 잘 띄는 데다 포식자는 아직 ‘먹이로 부적합하다’는 학습을 하지 못한 상태이다. 위장 효과와 포식자 회피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없는 돌연변이 개체가 후손을 많이 남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위협받을 때 목과 꼬리의 도드라지는 색깔을 과시하는 영원. 경고색의 일종이다. 게리 나피스 제공.

이런 역설을 풀기 위해 연구자들은 개구리 1100종과 도롱뇽, 영원 등 양서류 1400여 종을 계통 유전학적으로 분석했다. 이제까지 위장 색과 경고색 두 부류로 나눴다면 연구자들은 이를 세분해 5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강 교수는 “평상시에는 위장하다 위험하면 경고색을 드러내는 종이 있고, 경고색도 무당개구리처럼 배 전체에 드러내거나 몸 일부만 밝은색을 띠는 종이 있다. 같은 종이면서 위장 색을 띠는 개체와 경고색을 띠는 개체가 따로 존재하는 유형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보호색을 띤 종이 곧바로 경고색을 띠는 종으로 진화한 게 아니라, 무당개구리처럼 평상시에는 위장 색을 띠다가 위험할 때만 선택적으로 경고색을 보이는 중간단계를 거쳤다는 사실을 밝혔다. 경고색을 보이는 종의 조상은 필요할 때만 드러내는 숨겨진 경고색을 띠었다.

경고색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독개구리의 완벽한 경고색.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처음 약간의 경고색을 개발한 개구리는 이어 피부에서 나쁜 맛이나 독을 분비하고 마지막에는 전면적인 경고색을 띠는 식으로 진화했다.

연구자들은 “양서류 말고도 뱀, 물고기, 다양한 절지동물도 보호색, 경고색, 숨겨진 경고색을 띤다며 이들에서도 어떻게 경고색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히는 것이 후속 연구과제라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de515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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