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선 불안” “쓰는 게 습관”… 아직은 머쓱한 노마스크

김나현 2023. 3. 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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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13일 이후 888일 만에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 첫날, 시민들은 '노마스크'의 해방감을 즐기기보다는 혹시 모를 불안감에 평소처럼 마스크를 쓴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만난 회사원 윤재승(33)씨도 '마스크 벗을 결심'에 대한 물음에 "얼마 전에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대중교통에서 안 쓰고 다녀도 문제가 없었다"며 "코로나가 감기처럼 느껴져 안 쓰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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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해제 첫날 대중교통 타보니
출근길 지하철 대부분 마스크 착용
혼잡시간 착용 권고 안내 방송도
택시기사는 미착용자 탑승 불만
일부 시민 “불편해 벗어” 해방감
정부, 남은 방역 조치도 조정 계획

2020년 10월13일 이후 888일 만에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 첫날, 시민들은 ‘노마스크’의 해방감을 즐기기보다는 혹시 모를 불안감에 평소처럼 마스크를 쓴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20일 오전 세계일보 취재진이 찾은 서울 시내 곳곳의 지하철역에서는 승객 대다수가 마스크를 쓴 채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전 8시쯤 고속버스터미널 방면의 지하철 7호선 열차의 첫 번째 객실부터 네 번째 객실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5명뿐이었다. 7호선 노원역에서 마스크를 쓴 채 열차를 기다리던 김창범(58)씨는 “내가 밖에서 걸려오면 가족에게 옮길 수 있어서 불안하다”며 “마스크가 습관이 돼서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풀리면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벗고 쓰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20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객차 내에서 대부분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앉아 있다. 뉴시스
9호선 신논현역에서 만난 윤성은(28)씨는 “이렇게 사람들 간격이 좁은 출근길 ‘지옥철’에서는 코로나에 걸릴까 봐 쓰고 있다”고 전했다. 안내 방송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이날 지하철 요금 단말기에서는 여전히 “열차 내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역내 방송에서는 “열차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었습니다. 실내 혼잡 시간 내에는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하오니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안내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월 대중교통과 의료기관 등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실내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바 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감소세가 지속되자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쓰거나 벗도록 이날부터 방역 규제를 완화했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시행된 2020년 10월 이후 약 2년5개월 만이다.

이날 마스크 착용 의무는 대중교통뿐 아니라 마트·역사 등 대형시설 내에 있는 개방형 약국에서도 해제됐다.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 내 약국을 운영하는 50대 최모씨는 “마트를 돌다 와서 마스크를 깜박 잊고 안 쓴 손님에게 써달라고 한 적이 있었지만 이젠 안 그래도 된다”며 “그래도 (약사는) 다양한 사람을 마주하다 보니 계속 쓰려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직업상 다양한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직종에서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영등포구 당산역 근방의 한 LPG 충전소에서 만난 택시기사 허남식(56)씨는 “오늘 오전 손님 5명 중 3명이 안 썼다”며 “코로나로 쉬면 수입이 없어지는 거라 차 청소할 때나 밥 먹을 때 빼면 쓰고 있다”고 전했다.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20일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고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마스크를 쓰지 않게 되면서 일상 속 불편함에서 해방됐다는 이들은 홀가분한 마음을 전했다.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 정지아(28)씨는 “화장이 마스크에 묻는 게 싫어서 과감히 안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출근길 ‘노마스크’로 휴대전화 화면 속 드라마를 보던 30대 윤모씨는 “마스크 쓰고 있으면 자꾸 콧김에 안경이 뿌옇게 되는 게 싫어서 그냥 벗었다”고 답했다.

지하철역에서 만난 회사원 윤재승(33)씨도 ‘마스크 벗을 결심’에 대한 물음에 “얼마 전에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대중교통에서 안 쓰고 다녀도 문제가 없었다”며 “코로나가 감기처럼 느껴져 안 쓰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남아있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들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상사태 선언 여부와 연계해 조정할 계획이다. 현재 남은 주요 방역 조치는 요양병원·장기요양기관·정신건강증진시설·장애인복지시설 등 감염취약시설과 의료기관·약국 내 마스크 착용 의무,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 등이다.

김나현·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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