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 온기에 "2030 내 집 마련, 또 포기해야 하나"
둔촌주공 커트라인 20점…1.3대책 후 당첨 가점↑
추첨제 비중 늘었지만 경쟁률 상승…2030 '불안'
"3월 청약 단지에 넣어보려고 하는데 걱정이에요. 추첨물량이 늘어나 저처럼 저가점자도 당첨 기회가 늘었다고 해서 지원해보려고 하는데 요새 청약 열기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 조마조마하네요" - 지난 2월 서울 무주택자 A(30대)씨
"오는 6월 결혼을 앞두고 신규 분양 아파트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곧 분양하는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 전용 59㎡에 지원해보려는데 기대는 접었어요. 최근 청약 커트라인이 급상승 중이라던데, 저는 대학 입학 직후 청약 통장을 만들었지만 가점이 23점밖에 안 돼서요."-3월 30대 B씨
한달여사이 청약시장 온도가 급변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로 청약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높아지는 등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의 최저 당첨 가점은 48점으로 나타났다.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청약 가점 커트라인(20점)보다 30점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청약 커트라인이 올라가면서 무주택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2030 실수요자의 한숨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청약 커트라인이 낮아지고 최근 추첨제도 확대하면서 신규 분양 당첨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다시 청약 당첨에서 멀어지면서다.
서울 분양 미달?→ 당첨 커트라인 50~60점대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7일 공개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 청약 당첨 최고 가점은 70점, 최저점은 48점이다. 최고 가점(70점)은 주택형 59A에서 나왔다. 4인 가족 기준(자녀 2명) 최대 가점(69)을 웃돈다.
최저점은 48점으로 59C에서 나왔다. 84(64점)와 59B(62점), 70B(62점)는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60점을 웃돈다. 59A와 70A 주택형의 청약 가점 최저점은 각각 54점, 56점이다.
이달 초(7일) 분양한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청약 당첨 최고 가점은 75점(84B 타입), 최저점은 63점(84C 타입)이다. 전용 59㎡~84㎡ 6개 주택형 모두에서 최저 가점이 60점을 넘었다.
지난해 청약 커트라인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청약 커트라인은 20점(49A 타입),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SK뷰 롯데캐슬 최저 당첨 가점은 18점(84C)이었다.
지난해 분양한 강서구 화곡 더리브 스카이는 전용 33㎡와 55㎡에서 미달이 발생해 청약만 하면 점수와 관계없이 당첨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청약 시장 규제 완화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서울아파트 청약 커트라인은 평균 48점에 불과했으나 2023년(3월8일 기준) 최저 당첨 가점 평균은 62점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지난 1월3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부동산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하면서다. 규제지역 외의 지역에선 다주택자의 1순위 청약이 가능해지고 전매제한이 완화하면서 청약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2030세대는 또 청약 시장에서 소외되나요?"
청약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경쟁률도 높아지면서 2030세대의 불안감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들어 청약 추첨제 비중이 늘어나면서 청약 당첨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2030 세대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30대 B씨는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12년 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청약 통장을 개설했지만 청약 가점은 23점밖에 안 된다"며 "오는 6월 결혼을 앞두고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 전용 59㎡에 지원하려는데 경쟁률도 높아져서 기대는 접었다"고 말했다.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으로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에 따라 점수를 계산한다. 미혼의 경우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 이상부터 포함된다. 2030세대의 청약 가점이 4050세대에 비해 크게 낮은 이유다.
앞서 정부는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중소형 평형에 대한 추첨제를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청약 경쟁률도 상승하면서 추첨제로 내 집 마련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규제지역의 추첨제 비율은 전용 85㎡ 이하 60%, 85㎡ 초과 100%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투기과열지구는 △전용 60㎡ 이하 60% △전용 60~85㎡ 30% △전용 85㎡ 초과 2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 ▶관련기사: [집잇슈]당첨 청약가점 '뚝' 떨어졌는데…2030은 '이제 안 사요'(12월15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2030세대의 경우 무주택 기간, 청약 통장 가입 기간 등이 짧아 청약 통장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추첨제로 몰리는 등 '추첨제 쏠림 현상'이 나타나 경쟁률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약 경쟁률 상승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 내 신규 주택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직방에 따르면 2022년 서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2대 1이었으나 올해(3월16일 기준) 56대 1까지 상승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올해 서울 정비사업에서 나오는 물량이 많은 만큼 총가구 대비 일반 분양 물량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변 시세로 분양한다면 경쟁률 수준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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