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심해질 가뭄…극복 '비책'은 지하수저류지·해수담수화선박

이재영 2023. 3. 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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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댐 만들어 지하수 가둬…비용 적고 건설 쉬워
움직이는 배에 담수화 설비 실어 섬 물 고민 해결…수출도 기대
세계 최초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 (목포=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5일 전남 목포시 삽진조선소에 정박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 2023.3.15

(목포=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해갈은 하늘의 일이지만 가뭄 극복은 사람의 일이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정선화 청장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광주와 전남 공무원들이 '다짐'처럼 되뇌고 있다면서 소개한 문장이다.

작년 초봄 시작한 남부지방 가뭄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 비가 많이 내려야 했을 때 비가 내리지 않은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일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전체 167개 시·군·구 가운데 43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생활·공업용수 가뭄단계가 '정상'이 아닌 상태다.

생활·공업용수 가뭄단계는 정상부터 '심각'까지 5단계이다.

현재 심각 바로 아래 단계인 '경계'인 지자체가 15곳이 있는데 모두 호남이다.

가뭄은 기후변화로 더 빈번히, 더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성비' 좋은 '땅속 댐'…지하수저류지 확대 추진

(완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5일 전남 완도군 보길면 보길저수지로 인근 지하수저류지에 모인 지하수가 공급되고 있다. 2023.3.15

현재 환경부가 가뭄 극복을 위해 준비하는 카드로는 지하수저류지와 해수담수화 선박이 있다. 두 카드 모두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하수저류지는 지하수가 흐르는 길에 벽을 만들어 지하수를 모으는 시설이다.

'땅속 댐'과 같은 것으로 현재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와 전남 영광군 안마도 그리고 현재 가뭄이 극심한 완도군 보길도 등에 설치돼있다.

환경부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하수저류지가 섬 지역 고질적 가뭄을 극복하는 데 적합한 시설이라고 본다.

하루 물 공급량이 100t(톤) 정도인 대이작도와 안마도 지하수저류지는 사업비로 각각 22억원과 132억원이 들었고 건설 기간은 2년과 3년이었다.

보길도 지하수저류지는 하루 최대 1천100t 물을 공급할 수 있는데 총사업비가 67억7천만원이다. 토지보상비(2억8천만원)와 시설부대경비(8억1천만원)를 뺀 순 공사비는 56억8천만원 정도다.

보길도 지하수저류지는 2019년 12월 설계가 완료돼 작년 말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행정절차를 제외하고 공사에 소요된 기간은 570일 정도에 불과하다. 준공인가 전이지만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보길도와 노화도 상수원인 보길저수지에 물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 설치된 지하수저류지. [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섬진강유역본부 이영목 사업계획처장은 "지하수저류지는 지하에 건설된 콘크리트 옹벽 같은 것으로 설치에 적합한 지역만 찾으면 공사는 어렵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하수저류지를 늘려나갈 방침으로 최근 설치 후보지를 찾는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어느 지역부터 시설을 설치할지 우선순위를 평가하는 체계도 이번 연구용역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가뭄 대응에 수출까지…세계 최초 해수담수화 선박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시 대두라도 인근에서 바지선에 담수를 공급하는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 [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수담수화 선박은 가뭄 대응책뿐 아니라 수출상품으로 기대도 크다.

2018년 4월부터 국비만 222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해수담수화 선박이다. 몇몇 국가에서 바지선 위에 설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이동이 가능한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만든 적은 있지만 드림즈호처럼 자체 엔진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는 해수담수화 선박은 없었다고 한다.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섬이 3천348개, 유인도만 472개나 돼 섬 지역 물 공급이 늘 문제였는데 그 고민이 세계 최초 해수담수화 선박 개발로 이어졌다.

지난해 2월 진수된 드림즈호는 작년 말과 올해 초 전남 여수시 대두라도와 완도군 소안도에 담수를 공급하는 실증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드림즈호는 담수를 하루 300t(톤) 이상,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450t까지 생산할 수 있다. 수질은 생활용수 기준에 맞춰져 바로 마셔도 문제가 없고 실제 실증 운영 시 '물맛'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목포=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5일 전남 목포시 삽진조선소에 정박 중인 드림즈호에서 해수에서 바꾼 담수가 배출되고 있다. 2023.3.15

드림즈호의 '이동성'은 '물이 부족한 곳에 직접 찾아가서 공급한다'라는 점을 제외해도 큰 장점이다. 옮겨 다니며 더 깨끗한 바닷물을 취수할 수 있고 시설 관리도 용이하다. 섬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하면 유지보수를 위해 사람이 섬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드림즈호는 유지보수가 필요하면 언제든 조선소로 부르면 된다.

드림즈호는 환경도 많이 고려해 개발됐다.

드림즈호가 담수 1t을 생산하는 데 3.9kWh(킬로와트시) 정도가 소비된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역삼투 공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데 국산화한 에너지회수장치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있으며 갑판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 소비 에너지 10%를 이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드림즈호는 비싸지도 않은 편이다. 드림즈호 건조비로 80억원 정도가 들었는데 상용화돼 '제2의 드림즈호'가 건조된다면 이보다 비용이 덜 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담수화 선박 기술개발은 올해 말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드림즈호는 1천800t급으로 수심이 비교적 얕은 연해에 맞춰 개발됐는데 이를 토대로 국내 어느 섬에도 해수담수화 선박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선박 형태를 개발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최종적으로는 하루 1만t 담수를 생산하는 '해상 부유식 담수화 플랜트'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드림즈호는 이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개발 책임자인 이상호 국민대 교수는 "(해수담수화 선박) 개발 주목적은 기후변화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물 안보와 물 복지를 해결하는 데 있지만 수출도 목적 중 하나"라면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 수출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으로 조만간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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