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포식자 쫓는 '경고색' 진화 역설, 한국 연구자가 풀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독화살 개구리는 화려한 피부색으로 독의 존재를 알려 적을 쫓는다.
화려한 색으로 위험을 알리는 '경고색'은 생태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진화론적 역설로 여겨 왔다.
색이 밝으면 눈에 잘 띄어 천적에게 잡아먹히게 되는데, 천적이 독의 여부를 학습할 때까지 오랜 기간 살아남아야만 경고색이 선명해질 만큼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화려한 경고색 만들기 위해 감춰진 곳부터 색 내며 점차 진화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독화살 개구리는 화려한 피부색으로 독의 존재를 알려 적을 쫓는다.
화려한 색으로 위험을 알리는 '경고색'은 생태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진화론적 역설로 여겨 왔다.
색이 밝으면 눈에 잘 띄어 천적에게 잡아먹히게 되는데, 천적이 독의 여부를 학습할 때까지 오랜 기간 살아남아야만 경고색이 선명해질 만큼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고색에 관한 오랜 미스터리를 한국 연구자가 해결했다.
1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강창구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팀은 경고색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점차 몸 전체를 뒤덮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강 교수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무당개구리' 같은 양서류에 주목했다.
무당개구리는 등은 녹색과 검은색 무늬가 혼재된 '위장색'을 띄지만, 배는 주황색으로 경고색을 나타낸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경고색을 보여 적을 위협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전략이 위장색에서 경고색으로 진화하는 일종의 중간 다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 가설을 세우고, 1천 종 이상 양서류의 특징과 진화적 순서를 파악하는 '계통수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양서류는 위장 색을 띠다 경고색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닌 처음에는 네 다리나 아랫배와 같은 신체 부위에 색소를 숨기다 위협을 받으면 경고할 수 있도록 진화하는 단계를 거치고, 점차 경고색을 온몸에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선택적으로 경고색을 보이는 전략은 위장이 안 된다는 단점이 없어 초기 진화에서 지불해야 할 피해를 없앨 수 있는 전략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고색은 양서류뿐 아니라 화려한 나방이나 무당벌레와 같은 곤충을 비롯해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들도 이런 진화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강 교수는 추정했다.
강 교수는 "이런 이론이 양서류에만 적용될 이유는 없다"며 "다른 분류군에서도 비슷한 양상 진화가 일어났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며 학계에서도 주목받았다.
국내 연구진의 응용과학 연구가 표지 논문에 선정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기초과학 연구가 표지논문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 교수는 "보호색 등 동물에서의 색채 진화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연구는 재미있지만, 기초과학이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연구비를 받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는 게 좀 맹점이긴 하다"고 말했다.
shjo@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대법, 견미리 남편 주가조작 무죄 파기…"중요사항 거짓기재" | 연합뉴스
-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남매, 배달 오토바이에 치여 사망(종합) | 연합뉴스
- 30년 된 서울대공원 리프트 추억 속으로…곤돌라로 교체 속도 | 연합뉴스
- "올림픽에 오지 마세요"…파리 시민들, SNS로 보이콧 운동 | 연합뉴스
- '뚝배기 라면'·'맞춤 전통의상' 준비…우즈베크의 국빈 대접 | 연합뉴스
- 홍준표 "총선 망친 주범들이 당권 노린다"…한동훈 저격 | 연합뉴스
- 군가 맞춰 춤춰볼까…6살 루이 왕자 英왕실 행사 또 '신스틸러' | 연합뉴스
- '제자 성폭행' 성신여대 前교수 2심 징역 4년…1년 늘어 | 연합뉴스
- '명품시계' 태그호이어, 해킹으로 한국 고객 정보 2천900건 유출 | 연합뉴스
- "강간범보다 피해자 낙태 형량이 더 높아진다" 브라질 부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