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 이인규 회고록에 “고인과 유가족 2차 가해”

김윤나영 기자 2023. 3.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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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표지. 조갑제닷컴 제공.

노무현재단은 17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출간을 두고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수사팀으로서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려대며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이라고 반발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가 정치공작의 산물이며 완성되지도 않았던 검찰 조사를 각색해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며 “정치수사 가해자인 전직 검사 이인규씨에게 2차 가해 공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은 오는 20일 출간할 저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에서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에서 당시 노 전 대통령 변호인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의견서 한 장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원인을 문 전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 탓으로 돌린 것이다.

노무현재단은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단은 권양숙 여사가 고 박연차 회장에게 시계를 받고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뇌물로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박 전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그 친척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 여사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의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박 전 회장에게 140만달러를 받았다는 이 전 부장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정상문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 100만달러를 빌린 것이 사실”이라며 “이 역시 노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재단은 정 전 비서관의 특수활동비 횡령이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한 범죄라는 주장에는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전혀 몰랐고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이 전 부장 회고록 출간을 일제히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하무인 검사왕국에 분개한다”며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이 전 부장이 회고록을 내더니 고인의 명예를 또 한 번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허망하게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내야 했던 논두렁 시계 공작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공작수사를 벌이고 정치보복 여론재판과 망신주기에 몰두한 책임자가 바로 이인규”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제 아무리 ‘유검무죄 무검유죄’, ‘만사검통’의 시대가 됐다지만 궤변이 진실로 둔갑할 순 없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 전 중수부장이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검찰 후배인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자 이제 내 세상이 돌아왔다고 외치고 싶은 건가”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국으로 도망치듯 출국하던 사람이 이 전 중수부장”이라며 “자기 잘못을 고인에게 떠넘긴다고 해서 표적·기획 수사가 정당화되지도 않고 그 책임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도한 거짓 주장과 파렴치한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정치검사가 검사정권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행동”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고 정치검사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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