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디지털 트윈국토는 `국민행복 플랫폼`

2023. 3. 1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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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챗GPT에게 물었다. "국토·도시의 입체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알려줘." 첫 번째 답변은 '공간 계획의 전략 수립'이었다. 건물의 높이와 밀도, 주거지와 상업지역의 분리 등을 계획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국토·도시의 입체화에 성공한 국내 사례를 물었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꼽았다. 청계천의 하수도 등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부에 산책로, 공원, 문화공간 등을 조성하면서 생태공간으로 탈바꿈됐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대기오염의 발원지이자 노후화된 상업지였던 청계천이 걷고 싶은 거리로 재탄생되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챗봇이 분석한 국토·도시의 입체화는 사람과 자연, 건축과 모빌리티가 공존하면서도 효율적 공간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도시는 진화하고 성장하고 확장된다. 하지만 도시화에 성공한 곳일수록 불균형, 양극화, 자원 고갈 등의 문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건강한 도시 생활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케 했다.

코로나가 극심해지자 상당수 글로벌 대도시가 이동 금지를 시켰고 도시를 폐쇄했다. 물건 사재기 사태가 벌어졌고 의료 시스템은 붕괴되었으며 일상적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이를 기점으로 감염병과 기후위기와 같은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모색되었다. 이에 따라 주목받고 있던 개념이 '15분 도시'다.

프랑스 파리 제1대학 교수이자 파리시 도시정책 고문인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는 '15분 도시'를 통해 주거, 일, 생활물자 공급, 보건·의료, 교육, 문화 등 6가지 핵심 기능이 반경 15분 이내에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물리적 척도인 거리에 따라 구성된 공간을 시간 중심으로 재편한 데 있다. 삶의 질 측면에서 도시가 아닌 도시에서의 삶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도시와 지역이 재생되고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사회적 연대가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콜롬비아 보고타, 미국 포클랜드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부산과 제주가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이처럼 삶의 질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직주 근접, 고밀·복합 개발 등 새로운 공간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점 검토해야 할 사항이 도로와 철도의 입체화다.

최근 선진 도시개발 사례에서 도로, 철도,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의 입체 복합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페인의 빌바오, 영국의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구도심이 도시의 부족한 인프라를 지하화와 선형공원 조성을 통해 해결했다.

우리나라도 경의선 지상철 부분을 지하화하고 지상 구간에 공원을 만든 '연트럴파크'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처럼 철도와 도로의 지하화를 통해 서울 중심부에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 가용지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융·복합 도시 공간과 N분 생활권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철도·역사와 선로를 지하화하고 기존 부지는 주거·상업·문화 등이 융합된 지역의 생활 중심지로 개발하는 기반시설의 입체화에 노력하고 있다.

공간 구조 개편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한강이다. 그동안 한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공간 전략으로 강남과 강북이 불균형을 이뤘고 공간 단절, 지역 낙후, 경관 훼손 등이 나타났다. 따라서 도심에 산재된 도로·철도를 입체적으로 조성해 단절된 지역을 연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N분 생활권' 은 '15분 도시'가 지향하는 바와 같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는 '15분 도시'의 성패가 6가지 핵심 기능과 이를 실행할 플랫폼 구축에 좌우된다고 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미 우리에게 '디지털 트윈국토'와 같은 플랫폼이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트윈국토'는 현실과 실시간 연동되는 가상 국토 플랫폼으로서 각종 국토·도시 데이터를 연계·융합·분석하여 결과 예측을 돕는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역별 특화 서비스 모델과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해 '디지털 트윈국토' 실현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 삶의 질 제고와 안전을 위해 디지털 SOC인 공간정보를 토대로 국토·도시의 입체화에 주력하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경쟁력은 시간과 공간과 지식이란 세 요소가 함께 변화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 연장선에서 미래의 도시는 'N분 생활권'이 실현되는 도시의 촘촘한 확대에 있을 것이다. 'N분 생활권'은 출퇴근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시간의 혁신', 직주락(職住樂)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공간 의 혁신'이 더해진 입체적 주거·공간 설계다.

기후위기, 저출산·고령화, 감염병 등 복합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디지털 트윈국토'는 시간과 공간의 혁신을 가져다줄 혁신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삶, 도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디지털 트윈국토'를 통해 공공 서비스를 혁신하고 디지털 플랫폼 정부 완성에 조력할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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