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돼지 농장에서 살다 간 분추 씨의 마지막 가는 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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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장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화장이 다 끝나면 같이 타이(태국)로 가서 우리 아들을 만나요." 3월15일 오후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타이 출신 분추 프라바세낭 씨(67)의 화장이 진행됐다.
10여 년간 분추 씨는 월급 180만원 가운데 매달 150여만 원을 빠지지 않고 아내 마리 씨에게 보냈다.
남편의 부고 소식에 마리 씨가 챙겨온 영정사진 속 분추 씨는 말끔한 옷을 입고, 건강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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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장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화장이 다 끝나면 같이 타이(태국)로 가서 우리 아들을 만나요.” 3월15일 오후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타이 출신 분추 프라바세낭 씨(67)의 화장이 진행됐다. 10년 만에 재회한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 마리 프라바세낭 씨(60)가 힘겹게 인사를 건넸다. 부부의 유일한 아들은 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한국행을 시도했지만 끝내 비자를 받지 못했다.
경기도 포천시의 한 돼지 농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10여 년간 일했던 분추 씨는 지난 3월4일 돼지 농장 인근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트랙터를 이용해 분추 씨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3월7일 농장주를 구속했다. 분추 씨의 비참한 죽음과 함께 그가 먹고 자고 생활하던, 축사 안에 있는 숙소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주거 문제가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심장계통 이상이 사인으로 밝혀졌지만 분추 씨의 건강 악화에 열악한 일터와 주거 환경이 악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10여 년간 분추 씨는 월급 180만원 가운데 매달 150여만 원을 빠지지 않고 아내 마리 씨에게 보냈다. 남은 돈은 주로 과일과 커피, 담배 두 갑, 휴대전화 요금으로 쓰였다. 2013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온 분추 씨가 귀국 대신 선택한 한국에서의 삶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일보다 건강을 챙겨야 해요. 조금이라도 아프면 꼭 돌아와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마리 씨가 한국에 있는 타이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전했다. 남편의 부고 소식에 마리 씨가 챙겨온 영정사진 속 분추 씨는 말끔한 옷을 입고, 건강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신선영 기자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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