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가정 아이들이 세계를 구한다···‘샤잠! 신들의 분노’[리뷰]
지난 15일 개봉한 <샤잠! 신들의 분노>(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는 진지한 고민을 해결하거나 무시무시한 빌런을 물리치는 히어로물보다 재미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는 가족 영화에 가까워 보인다. 전편인 <샤잠!>(2019)과 비슷하게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샤잠!>에서 가족 없이 떠돌던 소년 빌리 뱃슨(애셔 에인절)은 프레디(잭 딜런 그레이저), 메리(그레이스 펄튼), 유진(이안 첸), 달라(페이스 허만), 페드로(조반 아만드) 등이 함께 지내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위탁가정에 머물게 된다. 진짜 가족을 찾을 거라며 겉돌던 그는 어느 날 마법사(디몬 하운수)의 부름을 받는다. 그에게 신의 능력을 전달받아 ‘샤잠!’이라는 주문을 외치면 빨간 슈트를 입은 초능력자(재커리 리바이)로 변한다. 가족에게 능력을 나눠주고, 함께 빌런 시바나(마크 스트롱)를 물리친 빌리는 능력을 빼앗거나 줄 수 있는 도구인 마법사의 지팡이를 부러뜨린다.
샤잠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인 <샤잠! 신들의 분노>는 지팡이가 부러지면서 신계를 봉인하던 방벽이 깨졌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마법사는 애초 아틀라스를 비롯한 신들에게서 능력을 빼앗고 신계에 신들을 가뒀다. 방벽이 깨지자 아틀라스의 딸들은 능력을 되찾기 위해 인간 세계로 온다. 초능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버벅거리던 빌리 가족은 어느새 능력을 자유자재로 펼친다. 다만 ‘히어로다움’은 아직 먼 듯하다. 가끔 사람들을 구하긴 하지만 ‘슈퍼맨’ ‘배트맨’ 같은 슈퍼히어로 이름도 없다. 히어로가 됐을 때는 근육질 어른이지만 내면은 아이인 빌리네 가족은 원더우먼과 데이트를 꿈꾸거나,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등 각자 자신만의 관심에 몰두할 뿐이다. 여신 자매 헤스페라(헬렌 미렌)와 칼립소(루시 리우)가 인간 세계를 위협해오자 이들에게 세계의 운명이 달린다.
진지하고 묵직한 영웅들이 등장하는 DC코믹스 시리즈에 비해 샤잠 시리즈는 어린이를 위한 히어로물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주인공이 어린이·청소년인 만큼 <해리 포터>나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시리즈 같은 느낌도 준다. 이번 영화는 그리스 신화를 다뤄 <퍼시 잭슨>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편에서 가족을 지켰던 빌리는 이제 세계를 지킨다. 영웅의 무게를 느끼고 타인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이로 성장한다. 물리쳐야 하는 대상도 단순한 빌런이 아닌, 복잡한 사연을 가진 여신들로 바뀌었다. 여신들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온 데다, 서로 입장이 달라 부딪히기도 한다. 액션도 화려해졌다. 백인 어른 남성이 아닌, 성별·인종·출신이 다양한 위탁가정의 아이들이 히어로라는 점은 여전히 장점이다.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는 전편과 같다.
쿠키 영상이 두 개 있다. 본편의 분위기를 이어받은 가벼운 내용이니 대단한 반전이나 묵직한 예고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DC확장유니버스는 오는 6월 개봉하는 <플래시>를 끝으로 막을 내리고 ‘DC 유니버스’로 리부트될 예정이다. DC스튜디오는 세계관을 대대적으로 초기화하지 않고 인기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영화와 시리즈를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샤잠!> 시리즈는 애초 다른 시리즈 캐릭터들과 얽힌 일이 적은 만큼 리부트 이전 가벼운 마음으로 볼 만하다. <샤잠!> 전편을 미리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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