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분 전쟁같은 등교 "우리도 걸어 중학교 가고 싶어요"

정지윤 기자 2023. 3. 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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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학령인구 감소로 중학교가 사라진 원도심 지역 학생의 통학 어려움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학교 신설·교통비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진구 범천동에 사는 중학생들은 2005년 개성중 이전 이후 18년 동안 전포동에 있는 중학교까지 원거리 통학을 하며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1)15일 오전 8시께 부산진구 범천동에서 부산진여중 등으로 향하는 85번 버스에 학생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2)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내 중학교를 유치하자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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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학교 신설요구 봇물
학령인구 줄며 먼 학교 배정 일쑤
범천동서 18년째 전포동 통학도
버스 배차시간 길어 놓치면 지각
교통비도 만만찮아, 지원책 절실

부산 학령인구 감소로 중학교가 사라진 원도심 지역 학생의 통학 어려움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학교 신설·교통비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오전 8시께 부산진구 범천동에서 부산진여중 등으로 향하는 85번 버스에 학생들이 가득 차 있다.


15일 오전 7시 46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경남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한 무리 중학생이 학교로 가는 유일한 버스인 85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차 간격이 15~20분인 85번을 놓치는 날에는 꼼짝없이 지각 신세다. 학생으로 가득 차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니, 부산진여중까지는 25분, 동명여중까지는 30분 걸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범천동에 사는 학생은 매일 아침 40~50분을 길에서 허비하는 셈이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 남학생은 차가 정체구간에 접어들자 “평일인데도 길이 막힌다. 이러다 또 지각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부산진여중 김모(14) 양은 “등교 시간이 30분 넘게 걸리는 거 너무 힘들고 걸어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비교하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범천동에 사는 중학생들은 2005년 개성중 이전 이후 18년 동안 전포동에 있는 중학교까지 원거리 통학을 하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에는 지역 주민 주도로 오는 2027년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으로 이전하는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용지에 중학교를 세우기 위해 중학교유치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현재 약 1500명의 주민서명을 받았고 서면 등 번화가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추진위 고은지 위원은 “3년 내내 버스 타고 40~50분을 고생할 바에 아예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사를 가는 학부모가 많다. 이사갈 상황이 안되는 집 부모는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내 중학교를 유치하자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범천동 중학교유치추진위원회 제공


동구 좌천·범일동도 상황이 비슷하다. 동구는 2020년 학령인구 감소로 금성중(남중)이 폐교함에 따라, 남자 중학생 250여 명은 초량동의 부산중·부산서중으로 통학하는 상황이다. 동구에서 자녀 넷을 키우는 한아라 씨는 “1년 교통비만 1명당 최소 40만 원이다. 학교·학원을 다녀오면 하루에 버스를 4번씩 타기도 해 교통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동구의회 김희재(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불편을 고스란히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지고 있다. 원거리 통학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교통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와 남부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두 지역 모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학교 이전·신설 계획은 없다. 동구 범일동은 오는 7월 2000세대 규모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고 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 용지가 이전하면 약 8000세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중·고교는 대중교통 30분 내외를 적정 통학범위로 보고 있어 학교 신설 여부는 미지수다.

앞으로도 원거리 통학으로 불편을 겪는 학생은 늘어날 전망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로 통폐합 기준을 충족하는 ‘소규모 학교’는 초·중·고를 합쳐 130곳에 달한다. 교육부 권고기준에 따라 초등학교는 전교생 240명, 중·고교는 300명 이하일 때 소규모 학교로 분류한다.

남부교육지원청 박귀자 교육장은 “원도심 학령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학생 배치 계획이나 통학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전·폐교 결정이 내려진다”며 “대규모 아파트 등 불확실한 미래 수요만으론 당장 신설 결정은 어렵다. 다만, 셔틀버스 교통비 지원 등 통학 편의를 높일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1)15일 오전 8시께 부산진구 범천동에서 부산진여중 등으로 향하는 85번 버스에 학생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2)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내 중학교를 유치하자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범천동 중학교유치추진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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