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이어 '아가동산'도 '나는 신이다' 소송전…종교 VS 방송 불화의 역사 [SS초점]

조은별 2023. 3. 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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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제공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제작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사이비 종교단체 ‘아가동산’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MBC와 연출자 조성현PD, 그리고 송출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상대로 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서를 서울 중앙지법에 제출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이들은 “‘나는 신이다’ 5·6회가 아가동산 및 김기순 교주에 대한 허위 내용을 담고 있다”며 방송을 이어갈 경우 위반일수 1일당 1000만원을 아가동산 측에 지급하는 간접강제까지 신청했다.

이는 지난 10일 진행된 조성현PD의 기자간담회 때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 당시 조PD는 “‘아가동산’ 측이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과거에도 한 차례 방송이 불방된 적 있으니 ‘아가동산’편은 행여 방송이 내려갈 경우를 대비해 미리 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가동산의 경우 2001년 ‘그것이 알고싶다-아가동산, 그후 5년’ 편을 대상으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당시 법원이 인용한 사례가 있어 방송가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욱이 방송에서 다룬 다른 교주들과 김기순은 다소 처지가 다르다. 기독교복음선교회의 정명석 교주나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경우 구속수감상태이거나 실형을 살고 있다.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 교주는 사망했다. 반면 김기순은 현직 활동 중으로 방송금지가처분신청 외 다방면으로 압박을 가할 것 같다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과격 종교단체, 탐사보도 언론에 집단 시위는 기본, 취재원 피살사건까지 벌여

이들 외에도 유독 종교단체들은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 집단 반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은 부지기수고, 신도들이 떼로 몰려와 물리적 시위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나는 신이다’에서 다뤘던 만민중앙교회의 경우 1999년 신도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BC 사옥으로 난입, 주조실의 전선을 뽑아버리는 난동을 부렸다. 결국 시청자들은 남산송신소에서 대체한 ‘얼룩말 화면’을 봐야 했다. 해당 방송은 시사 프로그램으로는 유례없는 40%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에 앞서 종말론 문제를 다룬 ‘PD수첩-의혹 영생교를 밝히다’(1994)편은 방송 다음 날 취재원인 종교연구가가 피살되고 신도들의 테러에 제작진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까지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출한 조성현 MBC PD.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제공|넷플릭스

2007년 방송한 ‘PD수첩-신천지의 수상한 비밀’ 편은 방송 후 신천지 측이 정정·반론 보도 청구를 내 법원의 임의 조정 결정을 받아 반론을 내보냈다. 해당 방송은 신천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후 재조명받았다.

같은 해에는 ‘하나님의 교회’ 신도 500명이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여 몸살을 앓았다. 당시 이 교회 신도들은 ‘PD수첩’이 하나님의 교회를 몰래 취재해 방송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PD수첩’ 측은 시청자게시판을 통해 “취재 및 방송계획이 없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그 외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2018),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2019), 빛과 진리교회의 ‘대변먹이는 교회, 노예가 된 교인들’(2020), 성락교회 ‘어느 목사님의 이중생활’(2019) 등이 방송 전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된 사례들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8월 일본 아베총리 사망사건을 다룬 ‘아베, 총격범 그리고 통일교’(2022) 방송 직후 교인들이 대규모 집회가 진행됐다.

‘PD수첩’과 탐사보도프로그램의 양대 축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0년 할렐루야 기도원 비리 고발을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려다 기도원 측 신도와 환자들이 몰려와 방송사 진입을 시도했다.

2001년 ‘아가동산’을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는 불방됐고 2010년 단요가 이승헌 총장의 미국여성 성폭행 혐의 사건을 다룬 ‘단요가 스캔들’편도 방송 전 가처분 신청 기각 및 방송금지 촉구 시위의 전철을 밟았다.

MBC의 한 관계자는 “‘나는 신이다’에서 보듯 종교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신도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이 믿는 종교를 훼손시키는 방송에 격하게 반발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PD도 방송 공개 후 가족의 신변이 걱정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조PD는 “무엇보다 늦게 낳은 아들과 딸이 가장 걱정돼 가급적이면 함께 다니려 한다”고 털어놓았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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