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이냐, 미달이냐… 관건은 ‘분양가’
“서울·수도권 청약불패는 옛말”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198 : 1
인근 아파트보다 1억원 ‘저렴’
‘창원롯데캐슬 포레스트’ 28:1
분양가 상한제로 합리적 가격
‘장위자이 레디언트’ 흥행 저조
초기계약 59%… ‘무순위’ 완판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 이후 최근 서울에서 청약 경쟁률이 200대 1에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가 등장하고 지방에서도 ‘완판’ 사례가 나오면서 침체에 빠졌던 청약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청약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은 단지에는 수요가 몰렸지만 서울·수도권임에도 분양가가 높은 단지는 경쟁률이 저조하거나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달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에 따라 분양가가 청약 성적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3 규제완화 대책’ 이후 첫 서울 분양 단지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지난 7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98가구 모집에 1만9478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이 198.76대 1에 달했다. 전용면적 59㎡A는 18가구 모집에 6424명이 몰려 356.89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59㎡B는 19가구 모집에 4435명이 지원해 233.42대 1, 59㎡C는 8가구 모집에 1501명이 몰려 187.6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84㎡A는 17가구 모집에 311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83.24 대 1이었고 84㎡B의 경쟁률은 107.67대 1, 84㎡C는 114.72대 1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411만 원이었다. 전용면적별로 59㎡가 8억6000만 원대, 84㎡가 11억7000만 원대로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1억 원가량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청약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로 뽑는 물량도 상당수 포함되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는 10일 일반공급 214가구 모집에 243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1.4대 1로 모든 가구가 1순위에서 마감됐다. 전용면적 59㎡B가 3가구 모집에 85명이 신청해 21.3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전용 84㎡도 23가구 모집에 549명이 신청해 16.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59㎡A·C, 70㎡A·B도 모두 1순위 마감됐다. 이 단지는 59㎡가 6억 원대, 84㎡가 8억5000만 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지방에서도 완판된 단지가 나왔다. 롯데건설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지난 1월에 분양한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총 95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6994명이 신청해 평균 청약 경쟁률 28.3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합리적인 분양가’가 책정돼 청약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미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의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도 11.5대 1로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인근 단지 시세에 견줬을 때 분양가가 높은 단지의 청약 성적은 저조했다. 1·3 대책 이후 청약을 진행한 경기 ‘평촌 센텀퍼스트’는 1150가구 모집에 350명만 지원해 평균 경쟁률이 0.30대 1에 그쳤다. 평촌 센텀퍼스트는 분양가가 전용면적 59㎡ 기준 7억4400만∼8억300만 원, 84㎡는 10억1300만∼10억7200만 원대로 주변 신축 단지 시세보다 1억 원가량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 재개발 단지인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초기 계약률이 59%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최대 7억9840만 원, 전용 84㎡ 분양가는 최대 10억2350만 원 수준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무순위 청약에 가서는 완판에 성공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9억 원 이하 아파트 1·2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3대 1로 집계됐지만 9억 원 초과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8.1대 1로 절반 수준이었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파트에 분양 희망자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청약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청약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 추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면서 “서울·수도권도 ‘청약불패’ 지역이 아니며 분양가·입지 여건 등에 따라 성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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