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비리, 137명 기소로 수사 매듭…래퍼 라비 등 재판에

이우연 2023. 3. 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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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프로스포츠 선수 등 137명이 연루된 병역면탈 수사가 약 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13일 구속 기소된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를 비롯해 재판에 넘겨진 병역 면탈자만 109명에 이른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이날 오전 남부지검에서 열린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 종합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브로커 구아무개(47)씨와 김아무개(38)씨, 나플라 및 그의 출근부를 조작한 공무원 등 7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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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수사팀, 수사 3개월 만에 마무리
뇌전증 환자 위장하고 공무원은 서류 조작
운동선수·연예인·대형로펌 변호사도 재판행
병무청에서 시행된 징병검사. 연합뉴스

연예인과 프로스포츠 선수 등 137명이 연루된 병역면탈 수사가 약 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13일 구속 기소된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를 비롯해 재판에 넘겨진 병역 면탈자만 109명에 이른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이날 오전 남부지검에서 열린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 종합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브로커 구아무개(47)씨와 김아무개(38)씨, 나플라 및 그의 출근부를 조작한 공무원 등 7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외에 연예기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이자 래퍼인 라비(30·본명 김원식) 등 면탈자 106명과 변호사·한의사 등 공범 2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브로커들의 범죄수익 16억147만원에 대한 추징보전 조처를 완료했다. 구상엽 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병무청과 협력해 면탈자가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병역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뇌전증으로 위장한 병역면탈 범행 개요. 서울남부지검 제공

수사팀은 허위 뇌전증 병역비리와 관련해선 총 130명을 기소했다. 이날 기소한 라비 등 병역 면탈자 108명은 브로커들의 ‘허위 뇌전증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병역판정검사, 입영판정검사, 재병역판정검사, 병역처분변경 등 신체검사 단계에서 뇌전증을 위장해 병역을 면탈한 혐의(병역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면탈자에는 앞서 기소된 배우 송덕호(30·본명 김정현)씨와 프로 배구선수 조재성(28)씨를 비롯해 케이(K)리그 축구선수, 골프·배드민턴·승마·육상·조정 등 프로(실업)운동선수, 의사와 의대생, 변호사·한의사 자녀 등이 두루 포함돼있다. 수사팀은 전직 대형로펌 변호사와 한의사 등 브로커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가를 지급하고, 허위 목격자 행세 등을 한 면탈자의 가족과 지인들도 기소했다.

공무원들의 서류 조작을 통한 병무비리 범행 개요. 서울남부지검 제공

뇌전증 병역비리 수사 과정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던 나플라의 근무와 관련된 공무원들의 병역 비리 혐의도 드러났다. 수사팀은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 강아무개(58)씨, 서초구청 복무담당 공무원 염아무개(58)씨 등을 구속기소했다. 소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아무개(37)씨와 다른 공무원 3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조사 결과, 나플라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되자 대표 김씨와 함께 브로커 구씨에게 의뢰했으며, 약 2년 동안 우울증이 심해진 것처럼 병원 의사를 속여 약을 처방받았다. 그는 투약은 하지 않고 허위 병무용진단서를 발급받아 소집해제와 재신체검사를 수차례 시도했다. 서초구청과 서울지방병무청 담당 공무원들은 나플라가 141일간 허위로 출근하고, 잦은 지각과 조퇴, 병가를 일삼은 것처럼 출근부와 근무상황을 조작했다. 정상적인 복무 노력에도 정신질환으로 근무가 어려웠던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다. 이들은 해당 기록을 토대로 복무 부적합자 소집해제 신청서와 사실 조사 결과보고서 등을 작성해 조기 소집해제 절차를 밟았으나 실패했다. 나플라는 두 차례 복무 부적합을 신청하고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 병역처분 변경원도 신청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수사팀은 공무원들이 금품 등의 대가를 받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과거 정신질환을 판정받은 사회복무요원의 극단적 선택으로 관련 직원들이 송사에 휘말린 전례 등에 따라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나플라가 우울증이 악화해 극심했다고 가장한 것에 대해 공무원들 역시 구체적인 사정을 잘 모르고 속은 것으로 보인다”며 “관리 차원에서 편의를 봐준다는 식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으나 병역 의무와 관리, 출근부 등 공문서 작성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므로 범죄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기소했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뇌전증 신체등급 판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뇌전증처럼 병역면탈 시도가 있거나 4∼6급 판정이 증가한 질환을 중점관리대상질환으로 추가 선정하는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도 내놓았다. 병역면탈 의심자 데이터 추적 관리를 고도화하고, 4∼6급을 받은 연예인과 체육선수 등의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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