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웰컴 키트’ 열어 볼까…너는 슬리퍼? 나는 AI 스피커!

임지선 2023. 3. 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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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 ‘웰컴 키트’ 업그레이드 경쟁
신학기 선물 ‘키즈폰’은 캐릭터 대격돌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 계속 팽창 중
카카오가 2023년도 신입개발자를 위해 준비한 ‘웰컴 키트’ 구성품들. 사진 카카오 제공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만물이 소생하는 3월은 누군가의 시작을 응원하기 좋은 때다. 최근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로 가면서 시작을 응원하는 의미의 입사와 입학 선물도 진화하고 있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신규 입사자에게 건네는 선물에 ‘디지털 굿즈(기념품)’와 인공지능 스피커 등을 포함했고 신학기 선물로 인기인 키즈폰 시장에는 가장 인기 있는 지식재산권(IP) 캐릭터들이 총출동했다.

■ 디지털 아트부터 인공지능 스피커까지

엔씨소프트가 신규 입사자를 위한 ‘웰컴 키트’를 리뉴얼했다고 9일 밝혔다. 엔씨소프트 제공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투어 신규 입사자에게 주는 ‘입사 선물’(웰컴 키트)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상향)하고 있다. 최근 몇 년동안 ‘개발자 모시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재 채용 경쟁이 심했던 빅테크 업계에서 각 기업이 입사 선물에서부터 경쟁력을 드러내려 하는 모양새다. 국내 빅테크 업계에서는 2011년 네이버와 엔씨소프트가 ‘웰컴 키트’를 도입하면서 기업이 준비하는 입사 선물 문화가 본격적으로 퍼져나갔는데 최근 그 수준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9일 신규 입사자를 위한 웰컴 키트를 리뉴얼했다고 발표했다. 신규 입사자의 첫 출근일에 지급되는 환영 선물에 기업 미션인 ‘푸시, 플레이’(PUSH, PLAY)의 가치를 담아 무선 충전기, 노트 등이 들어 있는 ‘푸시 박스’와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증강현실 필터 등 디지털 굿즈가 들어 있는 ‘플레이 박스’ 등 두 가지 패키지를 선보였다. 노트, 펜, 마우스패드, 핸드폰 그립홀더 등에 그쳤던 기존 웰컴 키트에서 엔씨소프트의 정체성을 보다 더 확실하게 드러내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도 올해 신입 개발자 공개채용 최종합격자에게 입사 선물을 제대로 하기 위해 웰컴 키트의 수준을 높였다. 카카오가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캐릭터 상품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합격자 이름이 적힌 특별사원증을 걸고 있는 캐릭터 인형과 함께 노트북 파우치, 다이어리, 캘린더, 후드집업(모자 달린 상의), 핀배지, 스티커팩, 우산 등으로 구성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클로바 스피커’와 업무노트 세트, 기업 문화를 담은 수첩 등으로 신규 입사자용 웰컴 키트를 구성했다. 2011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웰컴 키트를 도입한 네이버는 “신규 입사자에게 ‘웰컴 키트’가 회사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회사의 문화와 철학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물품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수요 분석을 통해 실용적인 아이템 위주로 웰컴 키트를 제작해 신규 입사자를 환영하고 있다. 직원들을 상대로 입사 초기에 꼭 필요한 물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것을 바탕으로 웰컴 키트를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사무실에서 신을 수 있는 슬리퍼와 반팔 티셔츠, 후드집업, 텀블러, 노트와 펜, 스티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수요 분석’을 통해 실용적인 아이템 위주로 ‘웰컴 키트’를 제작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진화한 입사 선물을 받은 신규 입사자들의 반응도 좋다. 한 엔씨소프트 입사자는 “큐알(QR) 코드로 지급된 3차원(3D) 아트워크를 보니 게임 회사에 입사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며 “사무용품에도 엔씨소프트의 정체성이 세련되게 담겨 있어 받았을 때 기분 좋은 웰컴 키트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카카오에 입사한 신입 개발자는 “사원증을 걸고 있는 춘식이 인형이랑 후드집업에 대만족한다”며 “카카오에 입사했다는 실감이 났고 애사심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 신학기 ‘키즈폰’ 시장은 ‘IP 대격돌’

입학 선물 시장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컴퓨터가 보급된 2000년대 이후로는 받고 싶은 입학 선물 순위 상단에서 디지털 기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다. 다만 2000~2010년대에 인기 있는 디지털 기기 선물이 핸드폰, 엠피스리(MP3), 어학용 워크맨, 시디(CD)플레이어, 피엠피(PMP·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이었다면 2023년에는 스마트폰, 태블릿피시, 에어팟 등 무선 이어폰 등으로 진화했다.

초등학생 신학기 선물용인 ‘키즈폰’ 시장을 둘러싼 이동통신 3사의 경쟁도 치열하다. 신학기를 앞둔 지난 2월1일부터 최근까지 스마트폰 분야의 네이버 쇼핑 검색순위를 보면 ‘키즈폰’이 1위를 차지했고 10위권 내에 키즈폰 관련 키워드가 3개나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 1월 일제히 유명 지식재산권 캐릭터를 접목한 키즈폰 패키지를 출시했다.

SKT ‘젬(ZEM) 꾸러기 포켓몬 에디션’
‘유플러스 키즈폰 위드(with) 춘식이’
‘케이티 신비 키즈폰3’

2018년부터 카카오의 지식재산권 캐릭터를 적용한 키즈폰을 출시하고 있는 엘지유플러스(LG U+)는 지난 1월 아동 전용 스마트폰 ‘유플러스 키즈폰 위드(with) 춘식이’를 출시했다. 패키지에는 전용 케이스와 어깨끈, 색칠놀이, 열쇠고리 등의 캐릭터 상품이 포함됐다.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앱) ‘키위플레이+’를 통해 보호자와 오늘의 기분이나 위치, 칭찬스티커 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포켓몬스터’를 선택했다. 지난 1월 출시한 키즈용 스마트폰 ‘젬(ZEM) 꾸러기 포켓몬 에디션’은 여전히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포켓몬 디자인의 스마트폰 케이스, 필통 등을 포함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별도의 고객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해 가장 인기가 많았던 포켓몬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키즈폰에는 영어 도서 207권이 담긴 교육용 앱과 코딩 앱을 넣었다.

키즈폰 시장에 가장 나중에 뛰어든 케이티(KT)는 ‘신비아파트’ 캐릭터를 적용했다. 1월 출시한 ‘케이티 신비 키즈폰3’은 삼성 갤럭시 엑스커버5(XCover5) 단말기와 신비스쿨 케이스, 신비 목걸이, 신비 네임택, 신비 필통꾸미기 세트 등을 포함했다. 또 온라인 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학습하고, 퀴즈를 풀 수 있는 ‘신비스쿨’ 앱을 새로 추가했다.

■ 쑥쑥 크는 ‘선물하기’ 시장

온라인으로 축하 인사와 함께 가볍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하기 플랫폼’ 시장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 직원이나 거래처에 보내는 ‘선물하기’ 서비스도 기능을 개선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톡의 ‘선물하기’를 포함하는 ‘톡비즈 매출’은 2020년 1조1490억원에서 2022년 1조9017억원으로 증가했다.

카카오톡의 기업용 서비스인 ‘카카오톡 선물하기 포 비즈(for Biz)’도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 대비 230% 증가했고, 고객사는 2021년 말 대비 167% 늘어났다. 지난해 기업용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임직원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을 보낸 기업은 1천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호텔업계에서 선물 플랫폼을 위한 ‘호텔 예약 상품권’을 출시해 카카오톡을 통해 ‘호캉스’를 선물할 수 있게 됐고, 기업 복지제도를 대행하는 국내 1위 복지몰 전문 업체 현대이지웰도 선물하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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