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기지 개발에 분양 잇달아 동대문, 상전벽해 '퍼즐' 착착
서울 지도를 펴놓고 살펴보면 동대문구는 입지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대한민국의 횡축(인천~강릉)을 담당하는 6번 국도가 광화문에서 종로를 거쳐 동대문, 청량리로 이어진다. 북부간선도로,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로 등도 인접해 있다. 청량리역에서는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 강릉선 등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도 동대문 일대는 그동안 낙후된 이미지가 강했다. 서울 부도심 역할을 하던 청량리는 강남권(GBD), 영등포·여의도 일대(YBD)에 기능을 내줬다. 하지만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이문·휘경동 일대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주거 환경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 실거주 지역을 찾는 수요자들이나 투자자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은 이문·휘경뉴타운(이문·휘경재정비촉진지구)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문·휘경뉴타운은 1호선 외대앞역과 신이문역 사이에 위치한 이문·휘경동 일대 노후 거주지 약 101만㎡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동대문구에서는 청량리뉴타운, 전농·답십리뉴타운과 함께 대표적인 재개발 사업지로 꼽힌다.
그동안 이문·휘경뉴타운은 여러 이유로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05년 3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이후 이문동 4개 구역과 휘경동 3개 구역 사업이 추진됐지만 주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번번이 사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문2구역은 주민 반대에 밀려 2014년 구역 지정이 취소됐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나 했던 이문·휘경뉴타운은 3~4년 전부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청량리역 역세권 개발이 가시화하고, 근처 전농·답십리뉴타운이 결실을 보면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문1·3·4구역과 휘경1·2·3구역 6개 구역을 합치면 1만2000여 가구에 이를 정도로 규모도 상당하다. 올해 이문1구역과 3구역, 휘경3구역이 일반분양을 앞두면서 '강북권 최대어'로 떠오르고 있다.
이문·휘경뉴타운의 핵심은 외대앞역에서 가까운 이문3구역과 이문4구역이다. 지금은 사업 속도가 빠른 3구역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만 동부간선도로·북부간선도로로 접근하기 쉽고, 중랑천 조망도 일부 가능한 4구역 입지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낸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문3·4구역에는 다소 밀리지만 1구역 입지도 좋은 편이다. 한국외국어대와 맞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천장산, 북쪽으로는 의릉을 뒀다. 다만 의릉 주변이라 층수 제한에 걸려 아파트를 8층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일반분양 물량은 920가구가량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이 단지는 이름을 '래미안 라그란데'로 확정했다. 모두 40개동, 3069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입주가 마무리되면 서울 강북권에서 처음으로 3000가구가 넘는 래미안 단지가 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래미안 라그란데가 올해 상반기에 분양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분양을 준비 중이지만 조합과 최종적으로 의견을 나눌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문로를 사이에 두고 이문1구역과 마주 보는 이문3구역은 사업지 규모가 15만7942㎡로 이문·휘경뉴타운 가운데 가장 크다. 1호선 외대앞역 초역세권이고, 구역 북쪽에선 신이문역까지도 걸어서 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이문3구역도 현재 이주와 철거를 모두 마쳤다. 시공은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맡았는데, 4321가구 중 전용면적 20~139㎡ 1641가구를 일반에게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이문3구역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이문4구역(15만1388㎡)은 다른 이문·휘경뉴타운 구역과 달리 완전 평지로만 이뤄져 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데도 한때 일부 조합원이 동대문구를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해 사업이 공회전했다. 그러다가 2019년 4월 동대문구 승소로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새 아파트 3628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시공사는 롯데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맡는다.
휘경동에서는 휘경3구역만 남은 상황이다. 회기역과 외대앞역이 모두 가까운 이 단지는 '휘경자이 디센시아'라는 이름으로 이달 말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 GS건설이 총 1806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다. 70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이문1구역, 이문3구역, 휘경3구역의 일반분양 물량을 모두 합하면 3300가구에 육박한다.
분양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휘경3구역의 경우 일반분양가가 전용 84㎡ 기준 9억원대 중·후반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문1구역과 3구역도 비슷한 가격대에 분양될 가능성이 높은데, 휘경SK뷰(휘경2구역)의 경우 전용 84㎡ 시세가 10억~11억원에 형성돼 있다.
이문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문1구역과 3구역은 규모와 지하철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휘경SK뷰보다는 조금 높고 전농뉴타운과 답십리뉴타운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 미드카운티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래미안 미드카운티 전용 84㎡의 시세는 11억~13억원 선이다. 게다가 동대문구는 지난 1·3 부동산 규제 완화로 비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2개월 이상이고, 지역별·면적별 예치금을 충족한 만 19세 이상 수도권 거주자는 보유 주택 수 및 가구주 여부에 관계없이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동대문 일대는 주거 환경 개선 사업 외에도 여러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문차량기지' 일대 개발 사업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보유한 이문차량기지는 이문동과 성북구 석관동에 걸쳐 있는 약 20만㎡의 대규모 차량기지다. 그동안 기지 내 전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주민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동대문구의 전통적 핵심 입지인 청량리역 일대도 '천지개벽'을 앞두고 있다. 청량리역 일대에서는 고층 주상복합단지가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한다.
40층 높이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최근 입주를 시작했고,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도 올해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2025년에는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가 집들이에 돌입한다. 모든 단지가 40층 이상 고층 건물인 만큼 일대 스카이라인이 대폭 바뀔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역의 교통 편의성도 대폭 개선된다. 청량리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과 C노선이 모두 지날 예정이다. 여기에 복합환승센터 구축도 앞두고 있다. GTX-B노선은 인천대입구에서 여의도, 용산 등을 거쳐 남양주시 마석역까지 이어진다. GTX-C노선은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에서 강남 삼성역, 양재역 등을 지나 수원역, 상록수역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청량리역에서 서울 핵심 업무권역인 강남, 여의도 일대로 가는 교통 편의성이 대폭 개선되는 만큼 서울 강북 일대에서 최대 규모인 역세권 단지가 탄생할 예정이다. 여기에 강북횡단선, 면목선까지 개통이 이뤄지면 기존 노선인 1호선, 수인분당선, 경춘선, 경의중앙선, KTX 강릉선 등이 연계되는 서울의 핵심 광역교통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일대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교통망 확충과 함께 초고층 단지들이 들어서면 부동산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과 광운대 역세권 사업도 이문·휘경뉴타운에는 호재다. 서울시는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동부간선 지하도로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안'을 조건부 통과시켰다. 이 사업은 강남구 대치우성아파트 사거리에서 노원구 월릉교까지 이르는 약 13㎞ 구간을 대심도 지하터널로 잇는 사업이다. 민자사업 10.1㎞와 재정사업 2.89㎞ 구간으로 나눠 사업이 진행된다. 민자사업 시공사는 대우건설로 선정되는 등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 역시 서울시가 지난달 초 '광운대역 물류용지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 열람을 진행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계획안에 따르면 유통업무설비 위주였던 광운대역 물류용지는 앞으로 일반상업지역(2만6065㎡), 준주거지역(11만6194㎡), 제3종 일반주거지역(1만4233㎡)으로 용도가 다양해진다.
상업용지에는 최고 49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복합용지에는 공동주택 6개동, 오피스텔 2개동이 들어서고 철도변에는 최고 층수 49층의 아파트 단지가 공급된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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