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의 황당 입찰…"국산 제품 빼고 외국 제품으로만"
기사내용 요약
시설물 안전 검증 SW에 외산 제품 명시
국산 제품 역차별 논란…공사 "신뢰성 검증 필요"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한국농어촌공사가 특정 외산 소프트웨어 장비를 공공 입찰 규격에 못 박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 안전진단본부는 '2023년 농업생산기반시설 정밀안전진단 및 정밀안전점검 용역' 공공입찰을 다음 달 실시할 예정이다. 이 용역은 농어촌 시설물의 기능성과 안전성의 진단을 통해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원활한 용수 공급으로 수혜지역 주민의 편익 증대 및 생활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총 262억원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으로 안전진단본부는 농업 생산 기반 시설물의 정밀 안전 진단과 정밀 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농어촌 시설물에 대한 안전 진단을 실시해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공사는 해당 용역에 대해 오는 15일 공동수급협정서, 안전보건관리계획서, 사업수행능력(PQ)평가서, 기술인평가서(SOQ) 등 관련 서류를 제출받고 31일 입찰참가 적격자를 통보할 예정이다.
문제는 공사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으로 특정 외산 소프트웨어만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24일과 27일 공개된 사전규격서를 보면 여수로 방류량 등을 결정하기 위한 수치 해석 프로그램은 외국 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외국 제품은 유체의 유동과 열전달 수치 등을 해석할 수 있는 CFD(전산유체역학) 소프트웨어다. 지난 1985년 첫 출시돼 3차원(3D) 자유표면 해석 분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CFD 소프트웨어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제품은 미국 뉴멕시코주 소재 플로우 사이언스(Flow Scicence, Inc)에서 개발한 외산 제품으로 가격적인 측면에서 국산 제품 대비 높게 책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련 중소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국산 소프트웨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공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용역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일부 업체는 국산 제품과 외국 제품을 비교 분석한 데이터를 농어촌공사에 제출했으나 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 업체 관계자는 "공공입찰에 있어 프로그램에 제한을 둘 경우 제한적인 업체와 기술자의 참여 만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역시 다양한 인증을 토대로 충분한 신뢰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 면에서도 외산 소프트웨어 대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지난 2021년 경쟁 입찰을 통해 이 외국 제품을 구입해 자체 시행 중인 과업 검토에 활용하고 있으며 불완전월류가 발생하는 시설 등에 대한 수치 해석 분석 결과를 확인·검토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 만을 이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를 두고 국내 기업 역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입찰에서 입찰 자격을 특정 제품이나 소프트웨어로 국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가격, 성능 등을 따져 예산을 절감해야 하는 책무가 있는데, 공공 입찰에 특정 브랜드나 특정 제품을 명시하면 사실상 경쟁을 붙여 가격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실제 기획재정부 계약 예규에 따르면 공사 등 공공기관은 물품의 제조·구매 입찰시 부당하게 특정 상표 또는 특정 규격 또는 모델을 지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찰 조건, 시방서 및 규격서 등에서 정한 규격·품질·성능과 동등 이상의 물품을 납품한 경우에 특정 상표 또는 모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찰 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재부는 이에 대한 예시로 특정 수입 품목의 모델을 내역서에 명기하며 품질·성능 면에서 동등 이상인 국산 품목의 납품을 거부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이 외국 제품은 오랜 기간 사용돼 왔고 검증된 프로그램이자 우리 공사에서 보유 중인 유일한 프로그램"이라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공사가 데이터를 검토하고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rk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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