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타는 남부지방] 마늘·양파밭 모종 고사…“마른날 지속땐 모내기까지 차질”
전남북 저수율 50%대 머물러
생육기 월동작물 물부족 ‘몸살’
한달이상 지속땐 영농철 피해
벼농사 앞둔 농가도 ‘노심초사’
남부지방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와 전남은 가뭄일수가 281.3일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다. 6일 이 지역 1년간 강수량은 920.9㎜로 평년의 66.3%에 불과했다. 이처럼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어촌 곳곳에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까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저수율이 50% 내외로 떨어진 지역이 속출하고, 노지작물인 양파와 마늘도 생육이 부진하다. 전남과 경남의 일부 섬 주민은 먹는 물이 모자라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몰렸다.
“여기 봐요. 뭉텅뭉텅 빠진 거 보이죠? 지난해 가을부터 하도 가물어서 모종이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렸어요. 한 3분의 1은 죽은 거 같아요. 이 동네 마늘밭 상황이 다 비슷해요.”
지난해 봄부터 시작한 건조한 날씨가 해를 넘겨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남부지방에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양파밭과 마늘밭에선 긴 가뭄에 따른 피해가 맨눈으로도 확인될 만큼 심각해 봄 농사를 앞두고 농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가 적게 오자 저수율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전남의 3월 기준 평균 저수율은 52.3%에 불과하다. 서울·강원·충남 등 다른 지역의 저수율이 90%를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북지역 상황도 악화일로다. 전북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강수량이 235.6㎜로 평년 대비 70%에 그칠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생활용수 저수율은 33.9%, 농업용수는 59.2%에 머물렀다. 임실 옥정호는 출렁다리 아래로 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라붙었고, 붕어섬 주변 천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영농철을 앞둔 주민의 한숨이 길어졌다.
문제는 봄 농사에 미칠 악영향이다. 3월 들어 밤 기온이 영상을 회복하면 마늘과 양파·보리·밀 등 월동작물이 본격적으로 생육에 들어가는데, 이때가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전북 임실의 섬진강댐 저수율이 19.5%에 그치는 등 전남·북 지역의 농업용수 부족이 현실로 다가왔다.
생육기에 접어든 마늘과 양파는 이미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가을 정식기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모종이 제대로 못 자라 끝내 겨울을 나지 못하고 고사해버린 것이다.
전남 고흥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신이수씨(77·도덕면)는 “지금쯤이면 마늘이 꽤 자라서 멀리서 보면 밭 바닥은 안 보이고 초록색 이파리만 보여야 하는데 여기저기 이 빠진 것처럼 구멍이 나 있다”면서 “가뭄 때문에 모종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겨울을 맞는 바람에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철 풍양농협 상무는 “풍양면에서 재배하는 마늘은 90%가량이 대서종”이라면서 “남도종보다 뿌리가 깊어서 가뭄 피해를 덜 입는 편인데도 가뭄이 워낙 심했던 터라 결주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한다”고 전했다.
3월 중순이면 수확할 조생양파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고흥군 금산면의 조생양파는 가뭄으로 모종이 고사해 10% 안팎의 결주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지 관계자는 “겨울 한파로 30% 정도가 저온피해를 입었는데 이것도 결국 가뭄으로 생긴 2차 피해”라면서 “지난가을 비가 충분히 와서 모종이 뿌리를 잘 내리고 건강하게 자랐더라면 이 정도 추위는 견디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전북 부안의 대파농가 황호준씨(68)는 “가뭄으로 대파 순이 올라오지 않아 원래 3월에 했어야 할 수확 작업을 4월로 연기했다”면서 “너무 가물어서 매일매일 물 주기 바쁜데, 어서 비가 와서 대파가 제대로 자라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당장 피해가 없는 곳에서도 농가들은 노심초사했다. 이대로 비가 없는 날이 계속되면 월동작물은 물론 4월 조생벼 모내기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소현규 전북도농업기술원 작물보호실장은 “아직은 토양 내 수분함유량이 적지 않고, 본격적으로 농작업이 시작되지 않아 지금은 농업용수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이 상태가 한달 이상 지속된다면 영농철 물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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