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타는 남부지방] 마늘·양파밭 모종 고사…“마른날 지속땐 모내기까지 차질”

이상희 2023. 3. 10.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 봄농사 차질 없나
전남북 저수율 50%대 머물러
생육기 월동작물 물부족 ‘몸살’
한달이상 지속땐 영농철 피해
벼농사 앞둔 농가도 ‘노심초사’
전남 고흥군 도덕면의 한 농민이 가뭄으로 결주가 생겨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마늘밭을 살펴보고 있다.

남부지방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와 전남은 가뭄일수가 281.3일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다. 6일 이 지역 1년간 강수량은 920.9㎜로 평년의 66.3%에 불과했다. 이처럼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어촌 곳곳에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까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저수율이 50% 내외로 떨어진 지역이 속출하고, 노지작물인 양파와 마늘도 생육이 부진하다. 전남과 경남의 일부 섬 주민은 먹는 물이 모자라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몰렸다.

“여기 봐요. 뭉텅뭉텅 빠진 거 보이죠? 지난해 가을부터 하도 가물어서 모종이 자라지 못하고 죽어버렸어요. 한 3분의 1은 죽은 거 같아요. 이 동네 마늘밭 상황이 다 비슷해요.”

지난해 봄부터 시작한 건조한 날씨가 해를 넘겨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남부지방에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양파밭과 마늘밭에선 긴 가뭄에 따른 피해가 맨눈으로도 확인될 만큼 심각해 봄 농사를 앞두고 농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가 적게 오자 저수율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전남의 3월 기준 평균 저수율은 52.3%에 불과하다. 서울·강원·충남 등 다른 지역의 저수율이 90%를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북지역 상황도 악화일로다. 전북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강수량이 235.6㎜로 평년 대비 70%에 그칠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생활용수 저수율은 33.9%, 농업용수는 59.2%에 머물렀다. 임실 옥정호는 출렁다리 아래로 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라붙었고, 붕어섬 주변 천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영농철을 앞둔 주민의 한숨이 길어졌다.

문제는 봄 농사에 미칠 악영향이다. 3월 들어 밤 기온이 영상을 회복하면 마늘과 양파·보리·밀 등 월동작물이 본격적으로 생육에 들어가는데, 이때가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전북 임실의 섬진강댐 저수율이 19.5%에 그치는 등 전남·북 지역의 농업용수 부족이 현실로 다가왔다.

생육기에 접어든 마늘과 양파는 이미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가을 정식기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모종이 제대로 못 자라 끝내 겨울을 나지 못하고 고사해버린 것이다.

전남 고흥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신이수씨(77·도덕면)는 “지금쯤이면 마늘이 꽤 자라서 멀리서 보면 밭 바닥은 안 보이고 초록색 이파리만 보여야 하는데 여기저기 이 빠진 것처럼 구멍이 나 있다”면서 “가뭄 때문에 모종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겨울을 맞는 바람에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철 풍양농협 상무는 “풍양면에서 재배하는 마늘은 90%가량이 대서종”이라면서 “남도종보다 뿌리가 깊어서 가뭄 피해를 덜 입는 편인데도 가뭄이 워낙 심했던 터라 결주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한다”고 전했다.

3월 중순이면 수확할 조생양파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고흥군 금산면의 조생양파는 가뭄으로 모종이 고사해 10% 안팎의 결주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지 관계자는 “겨울 한파로 30% 정도가 저온피해를 입었는데 이것도 결국 가뭄으로 생긴 2차 피해”라면서 “지난가을 비가 충분히 와서 모종이 뿌리를 잘 내리고 건강하게 자랐더라면 이 정도 추위는 견디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전북 부안의 대파농가 황호준씨(68)는 “가뭄으로 대파 순이 올라오지 않아 원래 3월에 했어야 할 수확 작업을 4월로 연기했다”면서 “너무 가물어서 매일매일 물 주기 바쁜데, 어서 비가 와서 대파가 제대로 자라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당장 피해가 없는 곳에서도 농가들은 노심초사했다. 이대로 비가 없는 날이 계속되면 월동작물은 물론 4월 조생벼 모내기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소현규 전북도농업기술원 작물보호실장은 “아직은 토양 내 수분함유량이 적지 않고, 본격적으로 농작업이 시작되지 않아 지금은 농업용수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이 상태가 한달 이상 지속된다면 영농철 물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