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34] 태평연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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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煙氣)와 달인가, 아니면 구름이나 안개 등의 운무(雲霧)에 곁들인 달일까. 아무튼 한자 시사(詩詞)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아이템이 있다. 연월(煙月)이라는 단어다. 희끄무레한 대기 속에 은은하게 비치는 달의 형용이다.
앞의 연(煙)은 달리 연(烟)으로도 적는다. 순우리말 ‘이내’로 옮길 수도 있지만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다. 산이나 수풀에 끼는 옅은 안개나 구름자락 비슷한 기체다. 이 대기현상을 통해 바라다보이는 달의 모습이 ‘연월’이다.
모든 것이 고요하게 멈춰 있는 그림이다. 중국인들은 이를 일찌감치 ‘태평(太平)’의 동의어로 사용했다. 성어 강구연월(康衢煙月)에서다. 이 말은 앞서 소개했듯이, 크고 넓은 거리[康衢]에 희끄무레하게 비치는 달빛[煙月]이다.
매우 정태적인 이 풍경에서 중국인들은 평화와 안정의 개념을 이끌어냈다. 우리도 그 영향을 받아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는 시조로 남겼다.
그런 문화적 심성의 중국인에게 가장 끔찍스러운 단어가 바로 동탕(動蕩)이다. 본래는 바람 등이 불어와 물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아울러 거센 물결이 땅 위의 것들을 쓸어가는 결과도 지칭한다. 따라서 몹시 불안정한 상태를 일컫는다.
센 물결에 흔들리는 요탕(搖蕩), 심하게 흔들리는 격탕(激蕩), 물 위에서 흔들리는 표탕(飄蕩) 등이 비슷한 흐름의 단어다. 그로써 모든 것이 흔들려 엉클어지는 동란(動亂)은 전쟁과 재난이 잦았던 중국인들에게 늘 지워지지 않는 가위눌림이다.
요즘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바람 높고 물결 거세다(風高浪急)’는 말로 형용한다. 그러나 그 바람과 물결은 중국이 불러들인 바 또한 크다. 풍파(風波)의 복판에 선 중국에 ‘연월’은 올해 내내 좀체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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