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고양이 다이진이 가까스로 살렸네"

문원빈 기자 2023. 3. 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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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 완벽하지만 OST와 스토리 평범…스즈메의 문단속 솔직 리뷰
※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으로 출시되면 정말 괜찮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사실 스토리 재미보다는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영상미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는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기자는 개봉 전 책으로 스즈메의 문단속 스토리를 봤다. 엔딩은 보지 않았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 레퍼토리는 늘 동일하다. 스토리는 주인공이 어떤 인물을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한다. 이후 특별한 사건을 겪으며 그 인물과 감정을 쌓는다. 어떤 문제로 그 인물이 사라진다. 주인공을 그리워하며 그를 찾는다. 결국 그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모두 마찬가지다.

이때 주인공이 그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고단하다. 타키가 미츠하를 찾아가는 과정, 호다카가 히나를 찾아가는 과정 모두 지루하다. 지루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으로 미리 감상한 것이다. 클라이맥스는 애니메이션 기대감을 위해 남겨놨다.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으니 신카이 마코토 작품 특유의 영상미를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기자가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평범했다. 너의 이름은을 기대했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불호까진 아니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느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애니메이션 평가는 취향에 따라 매우 엇갈릴 거로 예상한다. 애니메이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12년 전 실제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 피해자들에게 "당신이 희망이다"를 외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 목적, 내재된 의미와 애니메이션 재미는 별개다. 좋은 의미를 담았다고 개연성 부족한 전개로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문화와 사건을 알지 못한다면 공감하기도 어렵다. 

그 아쉬움을 고양이 '다이진'이 씻겨줬다. "고양이 하나로 평가가 달라져"라며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다이진의 사소한 행동을 보면 흐뭇해진다.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던 지인들도 "다이진은 귀엽다"는 소감을 남겼다. 

 

■ 영상미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상미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아니, 한층 발전했다. 캐릭터들의 표현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풍경 표현, 작화가 더욱더 다채롭고 세밀하게 표현됐다. 빛의 마술사라는 정말 별명이 아깝지 않다.

스크린에 담긴 풍경일 뿐인데 햇살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밤하늘 수많은 별을 보면 멍해진다. 스즈메가 다이진을 찾기 위해 소타와 함께 배틀 타는 과정에서 노을이 나오는데 더 글로리에서 노을을 보며 현남이 "미쳤다"라고 말한 장면이 기자에게서 그대로 재현됐다. "정말 미쳤다"

한 지역에 국한된 날씨의 아이와 다르게 다양한 일본 지역을 볼 수 있는 것도 묘미다. 이는 너의 이름은과 비슷하다. 너의 이름은에선 타키의 도쿄, 미츠하의 이토모리 마을 2가지 장소로 서로 다른 일본의 매력을 표현한다. 날씨의 아이는 도쿄에만 국한된다. 다채로운 풍경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규슈, 에히메, 고베, 도쿄 등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는 로드 무비 형태다. 각 지역마다 작화, 색채 표현이 조금씩 다르다. 신카이 마코토가 일본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스즈메와 함께 여향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출도 이전 작품들보다 더 빠르다. 신카이 마코토는 분명 "이번 작품은 달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거짓말이다. 스즈메은 하루 종일 달린다. 소타도 쉬지 않고 달린다. 심지어 스즈메는 옆으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애물도 굳이 허들처럼 뛰어넘는다.

그만큼 장면 템포가 이전 작품보다 빠르다. 다이진과 의자는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점프력이 좋다. 개체 크기가 작으면 발걸음이 많아져서 같은 거리를 이동해도 빠르게 느껴진다. 이러한 효과와 엄청난 점프력이 결합하니까 속도감이 한층 부각됐다.

개체 크기가 거대한 미미즈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시간을 끌지 않고 빠르게 나타나고 빠르게 사라진다. 카메라 이동과 전환도 빠르게 설계한 덕분인지 신카이 마코토 작품답지 않게 정말 역동적이고 색다른 액션을 만끽할 수 있다.  

 

■ 스토리 "뻔하다"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를 많이 봤다면 모든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뻔하다. 어린 스즈메는 찬란한 밤하늘에서 엄마를 찾는다. 간신히 찾은 엄마.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보여주지 않는다. 여기서 "뻔하네"라고 느꼈다.

다이진도 마찬가지다. 다이진은 계속 소타에게 그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타에게는 계속 불길한 꿈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타의 희생. 얄밉지만 의미가 있었던 다이진의 행동 등 클리셰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오히려 스즈메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즈메와 소타는 처음 만난 사이다. 특별한 사건에 휘말렸다고 해도, 아무리 한눈에 반했다고 해도 좋아하는 감정을 정말 빠르게 갖는다. 목숨을 걸 정도다.

소타를 희생시켜 겨우 미미즈를 저지했는데 다시 그를 찾는 방법을 찾는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감정이 메마른 탓일 수도 있다. "귀여운 다이진을 선택해야지"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주인공이 특정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 즉, 스즈메가 소타를 찾아가는 과정은 역시나 느리다. 빠른 템포에서 느려지니까 더 경디기 힘들었다. 작화가 뛰어난 작품이 아니었다면 정말 눈을 감았을 것이다. 아니, 작화보다 다이진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 없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스즈메 사건에 휘말린 세리자와가 분위기를 띄웠다. 

이전 작품들과 차별성이라면 성별이 다르다. 너의 이름은에선 타키가 미츠하를, 날씨의 아이에선 호다카가 히나를 찾는다. 즉, 남성 주인공이 여성 주인공을 찾는 구도였다. 해당 작품에선 스즈메가 소타를 찾는다. 세리자와가 엮이는 것은 정말 개연성 없지만 주인공과 거의 연관 없었던 인물이 그 여정을 함께 한다는 것도 색다르다.

솔직히 말한다. 세리자와는 정말 평생 인연을 이어가야 할 친구다. 처음에는 건방진 모습으로 나오지만 '츤데레'의 끝판왕이랄까. 처음 만난 스즈메는 안중에 없다. 자신의 친구 소타를 위해 스즈메를 도와준다. 옆에 두고 싶은 스타일이다. 

엔딩은 평범했다. 반전을 설치했지만 이미 예측한 범주라 놀라지 않았다. "나는 스즈메의 아이가 될 수 없어"라는 다이진의 대사에서 울컥했다. 감히 고양이에게 상처를 줘. 스즈메가 잘못했다. 

클라이맥스에서도 스토리보다는 연출에 눈길이 갔다. 미미즈를 억제하는 산다이진, 소타에게 달려가는 스즈메, 미미즈에게 요석을 박는 스즈메와 소타 등 주요 장면들이 마치 '모노노케 히메' 최종 장면처럼 멋있다. 눈 호강 제대로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스즈메의 문단속 스토리는 '무색무취'였다.

 

■ OST "분명 좋은데 기억에 남진 않네"

- 스즈메의 문단속 메인 OST '카나타 하루카' [출처: RADWIMPS]

'젠젠젠세'가 워낙 역대급이라 그런가. 스즈메의 문단속은 분명 OST와 BGM이 분명 좋지만 뇌리에 오래 남지 않았다. 함께 애니메이션을 감상한 지인도 OST 멜로디가 좋은데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다고 전했다.

이유가 있다.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는 스토리 도중 OST에 집중할 수 있는 구간이 있었다. 반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엔딩 크레딧 외에 OST를 신경 쓰며 감상할 만한 구간이 없었다. 오히려 음치 세리자와가 부른 복고풍 노래들이 기억에 남을 정도다.

앞서 언급했듯이 템포가 빠르고 장소가 수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에 어울리는 OST를 도시까지 이어갈 수 없지 않은가. 전작처럼 클라이맥스에서도 OST가 진득하게 재생되지 않는다. 이는 지루한 구간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만약 그 목적이 맞는다면 실패했다. OST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엔딩 크레딧에서 재생되는 카나타 하루카는 정말 좋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마자 관람객 20% 정도가 자리를 떠났다. 나머지 관람객들은 엔딩곡을 감상하며 지인들과 소감을 공유했다.

앞 좌석에서 관람한 사람들도 "OST 좋은데"라며 칭찬했다. 재차 강조하지만 OST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뇌리에 새길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젠젠젠세'처럼 듣자마자 입에서 맴도는 멜로디는 아니지만 충분히 훌륭하다.

영화관마다 다르겠지만 엔딩 크레딧 시작과 동시에 조명이 켜졌다. 일부 관람객이 떠나는 것에 신경 쓰여 OST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눈을 감고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없다. 

 

■ 총평 "그래도 날씨의 아이보단 나았어"

날씨의 아이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러 갈까 고민하게 만든다. 너의 이름은으로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입문한 사람들이 대부분 날씨의 아이에서 실망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날씨의 아이보다 괜찮아"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괜찮아"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정말 재밌어"라고 질문에 즉시 "맞아"라고 답할 순 없다. 망설이게 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다. 엄밀히 따지면 날씨의 아이에 조금 가까운 위치다. 호불호가 꽤 나뉠 만한 스토리다.

그래도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템포가 빠르니까 마냥 마음이 편안한 작품은 아니다. 다이진 행동으로 초반에는 고구마를 와장창 먹는 기분까지 느껴진다. 이전과 다른 매력을 담아낸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만끽할 수 있다.

엔딩까지 감상하니까 스즈메의 문단속은 영상미를 그대로 유지한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으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석을 들어올리지 않는다', '소타를 도와주지 않는다', '다이진을 선택한다', '소타를 구하지 않는다'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면 재밌지 않을까.

애니메이션 재미의 일등공신은 다이진이다. 정말 귀엽다. 솔직히 다이진이 없었다면 날씨의 아이와 비슷한 평가를 내릴 수도 있었다. 외형을 떠나 다이진으로 인해 감정선이 달라진다.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동정을, 때로는 감사를 느낀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선 절대 없어선 안 될 존재다.

개연성이 부족하고 기승전결이 부실하기 때문에 1회차로 모든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영상미 감상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애니메이션 다 회차보다 책을 추천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스킵 된 내용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면서 "이 부분을 설명 없이 그냥 지나가네"라며 머리에서 물음표를 띄운 장면이 꽤 있었다.

참고로 전작과의 연결 요소는 없다. 날씨의 아이에서는 미츠하, 타키, 요츠하, 테시가와라, 사야카 등 너의 이름은의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전작을 떠올리게 유도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전작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으므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주의 깊게 보지 않아도 된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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