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변태들이 가는 곳이냐”…억울하다는 룸카페 사장들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3. 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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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논란된 룸카페는 변종 파티룸
대부분은 화장실 없고 침대구비 안돼”
계도 기간 없는 정부단속에 불만도
“과도한 단속으로 생계위협” 주장
룸카페 사장들이 주장하는 일반적인 룸카페 형태(좌)와 변종 룸카페 형태(우). <이지안 기자>
“룸카페가 완전 퇴폐업소처럼 그려졌다. 친구한테 ‘룸카페 갈까?’하면 변태 취급 받는 수준이란다.”

최근 서울 잠실새내역 근처에 위치한 한 룸카페. 강원도 원주, 충청남도 천안 등 지방 각지에 있는 룸카페 사장 10명이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룸카페가 퇴폐 업소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오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룸카페를 운영하는 이무영씨(46)는 “대부분의 룸카페는 안에 화장실이 없고 침대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에서 논란이 된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는 룸카페는 일종의 ‘변종 파티룸’이라 주장했다.

2013년도부터 룸카페를 운영한 박성진씨(47)는 “원래 멀티방을 했다가 룸카페는 청소년 출입이 가능하다고 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사람들이 멀티방과 룸카페를 헷갈려 하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멀티방은 폐쇄성이 짙어 2012년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된 후 미성년자 출입이 금지됐다. 박씨는 “멀티방은 성인용 비디오도 제공하고 게임기도 있어 룸카페와는 구별된다”며 “멀티방은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신고해 영업하는 것”이라 답했다.

문제의 ‘변종 멀티방’을 관할하는 지역 구청 관계자는 “해당 변종 업소는 숙박업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자유업이나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멀티방은 신고로 인해 현재 수사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룸카페와 멀티방은 같은 ‘자유업’으로 신고해 경계가 불명확한 실정이다.

현재 룸카페는 고유의 업종 분류가 없어 ‘일반음식점’이나 ‘휴게 음식점’, ‘자유업’으로 등록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9일 잠실새내역 인근에 위치한 룸카페에서 10명의 룸카페 사장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지안 기자>
대전에서 룸카페를 운영하는 임수민씨(31)는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시설물 점검도 다 받고 영업을 시작했다”며 “4년 반 동안 정상적으로 영업하다 갑자기 유예 기간이나 계도 기간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단속하니 억울한 심경”이라 토로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OTT 시장이 성장하면서 룸카페가 과거 DVD방과 다를 것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룸카페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한 룸카페 사장은 “솔직히 룸카페 논란이 있기 전에는 OTT 서비스에 제한을 걸지 않았다”며 “최근에서야 성인 콘텐츠에 제한 설정을 걸어놓았다”고 털어놨다.

룸카페 사장들은 한목소리로 “정직하게 룸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들 모두가 피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 친구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 공간이었던 곳이 미디어로 인해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임씨는 “룸카페가 일종의 문화공간이라 생각했는데 어린애들을 상대로 퇴폐업소를 하는 것처럼 비난받아 속상할 따름”이라 전했다.

사장 대부분은 언론이 제기한 것처럼 불건전한 목적으로 룸카페를 이용하는 미성년자 손님들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임씨는 “솔직히 과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손님들이 존재한다”며 “그런 손님들은 다른 손님한테도 피해를 끼쳐 해가 되기에 ‘다음부터 오지 말아달라’고 얘기한다”고 답했다.

현재 임씨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룸카페에 청소년을 출입시켜 ‘청소년 출입 금지 업소’를 위반했다는 혐의다. 임씨는 “영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청소년을 받으면 안 된다고 고지받은 것도 없었는데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따르면, 청소년 출입금지 시설 형태로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하거나 이와 유사한 시설’이 적시돼있다. 임 씨 가게는 창문이 없는 밀실 형태로 청소년 출입 금지 업소에 해당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장은 “현재 여가부가 내린 유권해석 대로라면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룸카페에 청소년이 출입이 가능하려면 1m30cm 위로 투명한 창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장은 “비용을 부담해 창을 설치한다면 청소년이나 기존 성인 손님들이 오겠냐”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밀실, 밀폐된 공간에서 청소년을 받았던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왔다 해서 불법이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재 여가부는 룸카페를 비롯해 만화카페, 보드게임 카페 등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씨는 “현재 룸카페 사장 60명 정도가 모인 단톡방이 있는데 단체 행동도 고려하고 있다”며 “지자체마다 다른 단속 규정과 일관되지 않은 규제로 인해 답답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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