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냉각팬 의자’도 불티… 게이밍 가구가 쑥쑥 큰다

이해인 기자 2023. 3.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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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2000만명 시대’, 게임 특화 상품에 지갑열어

경기도 평택에 사는 직장인 최영현(30)씨는 최근 게임용 의자를 109만원에 샀다. 시트 부분에 3단계 조절 쿨링팬이 달렸고 게임 종류에 따라 팔걸이도 9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의자다. 최씨는 “보통 3시간 정도 게임을 하는데 일반 의자는 허벅지에 땀이 차 불편했다”며 “새 의자는 자동차와 같은 쿨링시트가 있어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 인구가 2000만명을 넘어서면서 ‘게이밍 퍼니처(가구)’가 새로운 산업으로 뜨고, 게임 전용 모니터, 10만원대 마우스, 50만원이 넘는 게임용 무선 헤드셋 등 고가의 게임 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던 세대가 구매력이 큰 4050 중년층이 되면서 게임뿐만 아니라 주변 산업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가 지난 6일 공식 출시한 게임용 의자 ‘시디즈 GC PRO’. 앉는 부분에 바람이 나오는 쿨링 시트가 장착돼 있어 장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109만원으로 비교적 고가인데도 사전 출시 2주 만에 초동 물량 200대가 다 팔렸다. /시디즈

◇게이밍 퍼니처 시장...새로운 산업으로

퍼시스그룹의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가 지난달 내놓은 게임용 의자는 2주 만에 사전 판매 물량 200대가 완판됐다. 시디즈 관계자는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는데도 고객들이 주문 후 수령까지 3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가구 업체 이케아는 2021년 게이밍에 특화한 제품 컬렉션을 새로 만들고 상품을 내놨다. 책상과 의자는 물론 스탠드, 헤드셋 걸이, 책상에 부착할 수 있는 컵 홀더 등 게임용 인테리어 소품까지 선보였다.

게임 전용 가구만 전문적으로 하는 브랜드도 있다. 싱가포르의 프로게이머 출신이 만든 시크릿랩이 내놓은 게임용 책상은 일반 책상보다 가로 길이가 길고,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139만원짜리 프리미엄 책상 매그너스 프로는 책상 자체에 통합형 전원 공급 장치가 있어 PC 본체, 모니터, 스피커, 키보드 등 전선을 보이지 않게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장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통풍성이 뛰어나고 인체에 부담이 덜하도록 디자인한 게임 의자는 40가지에 달한다.

◇게임 전용 모니터·키보드·헤드셋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삼성과 LG가 게이머를 공략하는 중형 OLED 시장에서 격전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말 나란히 OLED 게이밍 모니터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슈팅이나 레이싱 게임처럼 화면 전환이 빠른 게임을 할 때도 잔상과 이미지 깨짐 없는 화면을 구현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일반 LCD 모니터보다 3~5배 비싸지만, 구매력 있는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TV 시장은 불황기에 접어들었지만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고급화되며 나 홀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0인치대 OLED TV 판매량은 117만대로 전년보다 23%나 증가했다.

컴퓨터 주변 기기 업체들은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고급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키보드의 경우 타격감이 좋게 설계하고 라이트가 들어오는 제품들이 많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해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디자인된 게이밍 마우스는 10만원대에 팔린다. 고성능 게이밍 기기 전문 브랜드인 스틸시리즈는 지난해 아크티스 노바 프로 무선 헤드셋(54만9000원)을 국내에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 백서에 따르면 2015년 10조7223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20조9913억원으로 6년 만에 2배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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